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김선우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비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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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고운 꽃이 가득한 봄이 나를 기다린다.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로 나는 사계(四季)를 느꼈다.

사랑을 막 시작하는 설레임이 가득한 가슴 벅찬 봄.

시원스레 내리는 소나기처럼 뜨거운 사랑을 간직한 여름.

스산한 바람을 가슴으로 맞는 이별의 전주곡같은 가을.

그가 혹은 그녀가 떠난 빈자리를 꽁꽁 아쉬움과 미련으로 얼게 만드는 겨울.

그리고 다시 또 사랑을 기다리는 봄으로...

낯익은 시인의 시를 발견하고 나는 어린 아이처럼 흥얼흥얼 읽어 내려가다

갑자기 불에 데인 사람처럼 가슴 저 밑바닥이 화끈거렸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짧은 이야기와 그 속에 아직도 자라나는 사랑이라는 예쁜 꽃 한송이.

나의 이십대를 떠올리며 나는 시인의 마음이 된다.

멀리서 다가오는 그를 떠올리며 입 속 가득 그를 부르는 나의 어리광..

그에게 쓰는 편지, 함께 듣던 음악, 종로 어느 서점에서 책을 보며 끼득끼득 웃던 얼굴.

어느 오후 슬픈 영화를 보며 울던 내게 다정히 읽어주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그에 목소리가 창 밖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처럼 아득해진다.

그리고... 삼십대.

나는 이제 그녀에서 아내가 되었다.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저녁, 나는 유치환 시인의 <행복>을 읽고 또 읽으며

그에서 남편이 된 그를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과 기다림 속에서 만난 사람...

곁에 있어 소중함 보다는 일상이 되어버린 그가 곁에 있어 내 삶이 봄인 것을 

나는 종종 잊는다.

여기 이 아름다운 시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즐겁게도 슬프게도 했던 시들이 예쁜 꽃과 그림으로 새옷을 입고, 달콤하기까지한

설명을 곁들여 다시 나를 찾아왔다.

내 마음이 삶의 허기에서 허덕일 때마다 조금씩 아껴두고 먹어야 할 맛있는 음식처럼

그렇게 나를 풍요롭게 한다.

아직 봄이 오기는 멀었지만 시를 읽는 내내  잊혀진 내 기억에는 봄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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