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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 존 케이지와 4분 33초 ㅣ I LOVE 그림책
니콜라스 데이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10월
평점 :
제법 가을스러운 찬바람이 불어대는 시월이다.
아침부터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을 찾아 재생하곤 하는데 그에 어울리는 그림책을
고르다 재미있는 그림책 한 권을 발견했다.

"아무것도 : 존 케이지와 4분 33초 (니콜라스 데이 글, 보물창고 펴냄)"라는 그림책
인데 표지에 등장하는 피아노 앞에는 어울리지 않게 시계가 올려져 있고, 연주자는
졸듯 피아노 앞을 지키고 앉아 있다.
관객인 듯한 이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놀라움이 가득 차있는데 연주가 감동적이라
그런 걸까?

피아노의 거장 투더는 오두막 콘서트장을 향해 걸어간다.
물론 그는 유명한 사람이니 오늘은 어떤 연주로 즐거움을 줄지 관객들은 잔뜩
기대하며 콘서트장에 모였을 것이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를 바라보며 오늘 그가 들려줄 연주를 기대했지만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시간이 흐르고 있음에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아 그저 피아노 앞을
지키고 앉아 있어 관객들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궁금하고 이 상황이 당혹스러워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연주 시간 4분 33초 동안 관객들은 자신들이 내는 각각에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분명 콘서트장 안에서는 숨 쉬는 소리, 작게 속삭이는 소리, 각자 몸을 움직여
내는 소리 등 다양한 공기를 떠도는 소리들이 피아노 연주 대신 콘서트장을 채웠지만,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연주였던 그날 콘서트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주었을지 나조차 가늠이 되지 않지만 이 곡이 연주될 때마다 사람들은
4분 33초 동안 그 동안 듣지 못했던 것들, 단순 소음이라 여겼던 것들이 주는
새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연주자에 따라 같은 곡도 조금씩 다르게 들리는 음악과 그 의미를,
음악은 이런 것이라 정의했던 우리의 틀에 박힌 사고에서 새로운 감상법과 사소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거창하고 아름다운 연주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던 4분 33초가 얼마나 의미있는 시간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