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안 푸른도서관 86
이근정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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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고 첫 번째 달인 일월이 끝을 향해 가자

살짝 조바심이 났다.

'새해에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언제나 좋은 일이

나를 찾아올까?'

라는 막연한 설레임이 커지면서 말이다.

그래서 밤이면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는 겨울이다.

책표지 속에 초록이 가득한 숲에 홀로 선 투명한 우산을

쓴 여자 아이가 올려다보는 것이 무언지 궁금해 읽기 시작한

청소년 시집이 있다. 나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시어로 담은 시집인데 사춘기도 아닌 내가 그 시들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던 이유는 나 역시 혹독하고 잔인하지만,

정해진 시간의 틀 안에서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안의 안 (이근정 청소년 시집, 푸른책들 펴냄)"은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으며 매일 밤 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 시집이다.

사춘기의 마음은 종종 롤러코스터같고, 때때로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같기도 하다.

'새 학기 첫날'을 읽으며 어디에도 없는 그 애를 찾던 나는 '빛나는

빨간 사과같은 볼들이'라는 문장에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그 시절 새 학기 첫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혹 아는 친구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교실 문을 열던 아침, 3월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와 부끄러움에 상기되었던 나의 빨간 볼이

떠올라 소리나지 않게 웃어버렸다.

밤 저편에서 들려오던 외침, 보이진 않지만 같은 곳에 있는 우리.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끝없이 걷고 있는 우리는 시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같은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타인이 되곤한다.

진로 상담을 읽다 문득 내 꿈이 뭐였을까? 라는 엉뚱한 질문을 해대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꿈이 있기는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저 정해진 틀 안에서 선택을 위한 고민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선택, 꿈을 꾸었는지 궁금해졌다.

아마 이 시 속에 아이도 그런 마음이겠지?

시인의 말처럼 청소년기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짧은 행복과 같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버거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며

건강하게 꿈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 몫의 걸음을 걷기 위해 제자리걸음으로 출발선에서 워밍업을

하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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