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밤은 책 읽기 좋은 밤이다.
고요하며 바람이 가득한 깊은 밤이 빨리 찾아오고 새벽이 느리게
오기 때문이다.
분홍색이 가득한 그림책 한 권을 만나 읽기 시작한 밤, 새벽이 올 때
까지 생각이 많아졌다.
노인들이 되어가면서 점점 그들은 생활 속 움직임이 느려지고 불편해진다.
거울 속엔 낯선 사람이 있는 듯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들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노인들은 낯선 모습이나 마음처럼 움지기여주지 않는 몸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려고 애쓴다.
생활이 궁핍해지지만, 대놓고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베풀려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 친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외모만큼이나 마음도 기억력도 점점 변화해 결국 자신을 돌보지 못할 상황이 오면
노인들은 병원으로 옮겨 생활을 하게 되지만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그 서운한 마음마저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거나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기도 한다.
노인들을 위해 자녀들은 그들이 마음까지 다치지 않게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노인이라고 이성 친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혼자된 노인들은 자신과 이야기가 통하는 이성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자신들의 변화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말한다.
무럭무럭 자라라고, 따뜻하게 부드럽게 늙어가라고.
본인들의 경험을 우리에게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정다운 행복한 생활이 중요하다고.
노인들은 늙은 아이들이다.
거치리어진 손을 매만지며 웃어줄 수 있는 자녀라는 보호자가 이젠 필요하다.
자신들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할 누군가가 그들의 닫힌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