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주는 미호네 1 소원을 들어주는 미호네 1
이나영 지음, 정수영 그림 / 겜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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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일들이 가득한 우울한 오월, 장마스러운 비가 이어지자

옛날 이야기 속 여우 고개가 떠오르는 날이 있었다.

스산한 바람과 함께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여우가 후~ 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여우의 숨을 내뱉으면 '까악~' 그 다음 장면은

상상에 맡기는 걸로.

오월 독서 중 만난 이야기 속에는 여름 밤이면 무서워하면서도 보던

전설의 고향 속 (내 나니 들통나네..) 여우가 등장해 반가우면서도

혹여 무서우면 어쩔까 걱정을 하며 읽은 책이 한 권 있다.

대놓고 내가 구미호다! 뭐 이러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구미호

아줌마구나 싶은 미호네 엄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미호네 1 (이나영 지음, 겜툰 펴냄)"은 그 다음 시리즈가

있는 책이 분명하기에 야금야금 아껴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표지 속 흰색 어쩜 은회색일지도 모르는 여우털을 어깨에 두른 여자는

흰 얼굴에 도드라지는 붉은 입술을 하고는 구슬을 띄우고 있다.

어쩜 이미 뜬 구슬을 잡는 걸지도.

 

표지 느낌과 전혀 다른 차례와 첫 장은 귀여운 여우가 치킨을 들고 웃고

있다. 주변에 색구슬이 동글동글한 것이 여우가 눈을 크게 뜨면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는 건가?

'아, 나 진짜 너무 간다 ㅋㅋ'

 

어떤 가게를 열어도 여우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미호네는 이번 동네로 이사를

하며 여우 치킨집을 오픈한다.

엄마와 아빠, 미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잘 되기를 바라며

새로 문을 연 가게에서 소원을 빈다.

그림과 내용으로 봐선 그저 평범한 가족인데 과연 이번에도 행복한 가게

운영을 할 수 있을까?

 

 

거짓말처럼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위해 소원 가게를 찾는다.

그런데 그 소원 가게는 어디에 있고, 어디에도 없어서 마치 꿈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슬기도 민성이도 나라도 보림이도 학교에서 또는 엄마와 겪는 문제들을

가지고 소원 가게에서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는데 미호네 엄마가 바라는 건

고작 한숨 한 번 뿐이다.

 

 소원 가게에 있는 미호 엄마는  가족들과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차고 묘하게 무서운 느낌이 들지만 아이들의 소원을 듣고 소원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설명할 때면 진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소원을 빌어 구슬에 한숨을 불어넣을 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기발하다. 아이들이 고른 인형으로 계약의 성공을 알아차리는데

이렇게 기묘한 방법으로 소원을 이루어주는 미호네 엄마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아니 구미호라고 해야 더 정확한가?

아이들의 소원은 때때로 고쳤으면 하는 생활 패턴이고, 아이돌을 향한 열망

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심드렁하게 생각하는 그것들이 아이들에겐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책을 다 읽고 나서 나 역시 소원 가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과 아이의 소원은 그 강도부터가 다를까?

누군가에게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문제들, 그 사소하지만 비밀스러운 문제들을

들어주고 자신이 갖고 있는 해결책을 내세워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한  '소원을 들어주는 미호네'는 오월, 재미있고 가슴 따뜻한 읽기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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