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있니? 에프 그래픽 컬렉션
틸리 월든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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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시작은 갑작스런 눈과 비였고, 사락사락 밤사이 내린 눈은 다음 날 하늘을 맑고

예쁘게 만들었다.

눈이 내리는 밤, 두툼한 책 한 권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에프 그래픽 컬렉션의 하나로 이 이야기는 오래 기억되고 순간순간 다시 읽기를 하고 싶은

책일 것만 같다.

 

"듣고 있니? (틸리 월든 지음, 에프 펴냄)"

표지를 보고 나는 사춘기를 지나는 두 남자 아이와 고양이 그리고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 추측했었다.

 

 

뻔한 가출 소년의 이야기라 흥미롭지 않겠다. 라는 선입견도 있었는데

미국의 시인이자 페미니스트 에이드리언 리치의 여정 중 한 부분이 적이 있는 첫 장은

무언가 비밀이 숨겨진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여행 안내서들은 기만을 다룬다.

바다는 정신적 속성이다. 지도는 모두 허구이며,

여행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개척지에 이른다."

 

 

비와 루... 두 주인공은 길 위에 섰다. 목적지도 확실치 않은 둘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서로를 알아본다.

솔직히 비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그저 집이 아닌 곳을 헤매고 다닐 뿐.

루는 차를 끌고 친척을 찾아나서지만 자신이 가는 길이, 지도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조차

확실치 않은 시점에서 비를 만난다.

그 둘 사이에 갑작스레 고양이가 나타나고 무작정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자 결정을

하고 고양이 목걸이에 적힌 주소로 향한다.

 

고양이를 노리는 무리들과 대립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양이를 잃고 슬퍼할

고양이 주인을 찾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사이 비와 루는 서로의 마음 속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어릴적 받았던 충격적인 사건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가슴 속에서 꺼내 서로에서 보여준다.

어쩌면 이 둘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꺼내 보이며 위로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 위로를 통해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갖는 비와루.

너와 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또 다른 혼란의 시간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지... 그 답을 찾은 듯 비와 루는 서로의 자리를 찾아 떠난다.

이제 어디서든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밤과 공포가 가득한 이야기의 끝에는 빛이 들어오고 있다.

치유된 비와 루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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