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블 보름달문고 80
이나영 지음, 유경화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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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며 읽고 있는 책들은 따뜻하고 때때로 아픈 이야기들이다.

그러다 사월에 마주한 책은 제목과 표지가 주는 느낌이 신비해 소리를 내어

'블루마블'이라고 책 제목을 읽으면 온 우주가 짙푸른 밤하늘처럼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블루마블 (이나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6편의 단편이 담긴 이야기 책이다.

 

 

블루마블/노란 포스트잇/봄날의 외출/내 남자의 그녀/검정 가방/어느 날, 고래가

라는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이 책은 꽃샘추위로 정신이 아찔한 사월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서로 다른 아이들 속에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블루마블은 멋지고 친구도 많고, 부유한

혜나와 그와 정반대인 은서가 등장한다.

혜나와 은서는 같은 배경의 밤과 낮을 그려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나의 예상과 달리 혜나가

아닌 은서의 그림이 작품상에 뽑히자 혜나는 전학 온 은서를 챙기는 척 나에게 은서의 집을

알아오라고 한다. 나와 혜나가 상상한 초원빌라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 속에 자리잡은 은서는

그 어떤 누구보다 빛난다. 블루마블 게임을 하는 동안 세 아이들은 편견없이 오롯이 게임에

집중하고 친한 혜나가 아닌 내가 친해지고 싶은 혜나였다는 생각에 나는 씁쓸해진다.

대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은서에 대한 생각이 커져간다.

 

시골로 이사와 처음으로 도시 친구들을 손님으로 만날 수 있는 날, 깨끗하게 방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 분주하지만, 앤과 다이애나같이 마음의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에 힘든 줄도 몰랐다.

엄마의 아이디어처럼 사용법이나 알림을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 꼼꼼하게 필요한 부분에

붙여두지만 사고로 아이들이 오지 못한다는 소식이 온다.

큰 사고가 아니길, 지금이라도 친구들이 웃으며 현관 문을 열기를 바라는데 그럴 수

있을까?

 

 

봄날의 외출은 쌍둥이와 아빠의 일상을 다큐로 보던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와 아빠와

외출을 한다. 간만에 외출이라 아끼던 옷을 꺼내 입고 출발했지만 택배 일로 피곤을

달고 사는 아빠와 간 곳은 편의점.

춘천 닭갈비 대신 닭갈비볶음면을 먹으며 매워 애를 쓰는 아빠와 딸.

가슴이 따끔거릴 만큼 초라하고 심심한 외출과 외식이지만 아빠와 손을 잡고 걷는

아이의 뒷모습은 행복하기만 한다.

 

내 남자의 그녀... 그녀는 내가 사귀고 싶은 동원이의 엄마이다.

동원이와 친해지고 싶어 같은 학원에 다니고 시험도 잘 보지만 한 순간도 동원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동원이 엄마 덕분에 나는 속이 바싹탄다.

길에서 쓰러진 동원이 엄마를 병원에 갈 수 있게 돕지만 동원이는 겁쟁이처럼 울기만 한다.

이젠 동원이에 대한 감정이 사라졌는데 엄마가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며 동원이 다가오자

난 이제 동원이가 별로다. 어쩌지?

 

엄마의 결혼 소식을 듣는 던 저녁 오이향을 지극히 싫어하는 나에게 아저씨의 손은 뿌리치고

괜히 어색해 돌아 집으로 가는 길,  오래 전 아프고 무서운 기억이 튀어나온다.

기억과 마주하는 고통은 오롯이 주인공의 몫.

그리고 아이가 검정 가방 속 음울을 털고 나와 씩씩하게 자신의 걸음을 걸어내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생각하는 행복과 엄마가 생각하는 행복이 너무도 달라 아이는 종종 다른 소리가 들린다.

다큐 속에 등장한 고래, 그리고 그 고래의 소리를 듣는 아이에게 좋은 학원이나 시험 점수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을 펼쳐보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푸른 바다 속에 유영하는 고래... 아이는 이제 좀 편안할지 의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콕콕 쑤셔왔다.

친구에 대한 생각, 사고로 얼룩진 슬픔과 기다림, 소박하지만 행복한 순간, 두근거리는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의 변화, 오래전 일로 인한 생채기와 엄마의 욕심에서 비롯괸 힘겨운

시간과 갈등 등 우리가 한 번은 겪어냈을 법한 이야기들이라 공감하며 읽었다.

치유와 성장의 의미가 담긴 푸른 구슬같은 빛나는 이야기들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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