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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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독서를 시작하며 무언가 새로운 주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희망적이거나 밝은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러다 만난 이야기가 "변신 인 서울 (한정영 지음, 사계절 펴냄)"이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말하는 건가?"

표지를 보니 더 상상이 어려웠다.

깨지고 흐르는 시간, 그 속으로 들어가는 소년은 조금씩 몸에서 색이 빠지고 있다.

'혹시 유치하지만 흥미진진한 모험이 이어지는 시간 여행 이야기인가?'

 

차례를 살펴보니 시간별로 사건이 일어났는지 시간 순으로 정리가 되어있다.

고작 며칠 사이에 주인공에게 무언가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모양이다.

첫 장을 읽어내려가며 주인공이 반희라는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주인공 반희는 1등을 고수한 아이였나보다. 그리고 갑자기 1등을 놓치고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했던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사건이 일어난 오전 7시 30분, 토끼의 모습으로 잠에서

깬다. 하필 시험보는 날 이런 일이 일어나 반희는 이게 꿈일 거라 여기며 다시 잠에서

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알 수 없는 일들이 하나, 둘 펼쳐지고 반희는 자꾸 뜨거운 라면을

뒤집어 쓴 후 죽은 토끼 짝귀가 떠오른다.

학교갈 시간이 다가오지만 반희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1등을 추구하는 엄마와 아빠의 야단스런 재촉만 들릴 뿐 반희는 작은 몸을 움찔거리며

휴대폰 액정에 뜬 문자와 씨름하는 것 밖엔 딱히 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반희를 돕는 건 뜻밖에 누나 반지이다.

먹을 것을 주고, 등을 쓰다듬으며 옛날 짝귀한테 한 것처럼 백설공주라 부르며 반희를

챙긴다.

엄마는 반희가 없어진 것보다 친구들이 말하는 반희의 일상을 엿보는 것보다 1등을 하지 못할

반희가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 친구들이 보낸 문자나 전화에 황당해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반희를 데리고 반지는 반희의 친구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반희는 이 상황이 그냥 어이없게 느껴지기만 한다.

꿈이면 깰 텐데... 반희의 생각은 오직 그것 뿐.

​한편 학원도 학교도 시험도 모두 남의 일이 된 이 상황을 즐기고픈 욕망까지 생길 지경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일어난 이 엄청난 일.

​쓸모없어진 인간 그레고르 잠자와 반희는 닮았고 또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희는 이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다.

1등을 위해 자신이 한 일들, 1등인 반희만이 부모님의 자랑이 될 수 있는 상황들,

친구에 대한 오랜 기억들.... 그럴수록 반희는 꿈에서 깨어나길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 자신이 해야할 일들에 집중한다.

엄마는 때때로 토끼가 된 반희를 노려보고 토끼의 목을 졸라 반희는 살라달라 애원을

하지만 엄마에겐 그저 토끼가 입을 움직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누가 반희를 이렇게 만든 걸까?

반희만 남겨두고 잘 차려입고 소풍을 떠나는 엄마, 아빠, 반지...

방구석에 쓰러진 반희는 다시 돌아왔을까? 아니면 토끼의 모습으로 숨이 멎었을까?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시간,  변신 인 서울 속에서 잔인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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