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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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시작됐지만 봄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뉴스 중심에선 마스크와 방역, 격리 등 우울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며 의지할 어깨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이야기에

싸늘한 가슴에 따뜻한 비가 내리는 기분이 들어 봄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구석이 포근해진다.

읽어야할 책들 사이에서 물음표를 던지는 듯 무심하게 제목과 초록 열매 하나가

덩그라니 자리잡은 책 한 권이 나를 쳐다봐 읽기 시작했다.

 

"시의 온도 (이덕무 지음, 다산초당 펴냄)"가 그 책인데 가난한 서얼 출신인 그는

조선의 시인이다.

 

 

처음 읽기를 시작하며 나는 시인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했지만, 시를

읽는 내내 그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글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128편의 시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리며 든 느낌은 궁핍하고 때론 다른 이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을지 모르는 그의 생활과 달리 그가 쓴 시들은 무언가 독특하고 개성적이었다.

 

때때로 그의 시는 소박하면서 담담했다.

이덕무의 시를 표현할 때, '동심의 시'라는 표현을 쓰곤 해서 그 말뜻이 궁금했는데

이번에 시를 마주하며 사람이나 사물 등을 솔직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 표현의 뜻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의 시는 뭐랄까... 일기처럼 그날의 일들을 짧게 정리한 듯해 읽는 내내 그날의

일들을 내가 함께 보는 듯하기도 했다.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을 아름답고 가지있게 만드는 느낌... 그래서 그의 말들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3월에 딱 맞는 시를 찾았다.

"봄날 우연히 쓰다

한 해 봄날 햇볕 온갖 나무 꽃피고

빈 산 흐르는 물 얼굴에 맑게 비치네

향기로운 풀 오려낸 듯 나비는 꽃가루 남기고

고요한 선비 마음 밝아 얽매인 것 없네

연기 자욱한 언덕 검은 엄소 음매음매

천진스레 제멋대로 발굽질하네"

 

내 눈으로 봄의 풍경을 보는 듯한 "봄날 우연히 쓰다"는 시골 마을 어느 산과

개천, 동산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포근해진다.

내가 느낀 이덕무의 시의 온도는 싱그럽고 따뜻한 봄날같은 포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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