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시샘이나 하듯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벌써 겨울로 접어드는 이때, 누가 뭐래도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독서의 계절'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늦가을의 끝자락에서 한 권 아니 두 권의 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라 할 수 있는 '조정래'의 신작이다. 사실 '조정래'하면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망한 3부작 시리즈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떠올리게 된다. 학창시절 특히 학문탐구의 요람이라 불리던 대학시절에 필독서였던 그의 대하소설은 읽어 본 사람이든 안 읽어 본 사람이든 워낙 유명해서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회자될 만할 조정래를 대표하는 역작인 것이다.

물론 이런 유명한 대하소설 이외에도 그는 단편집, 산문집, 위인전 등을 출간하며 한국의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리고 이번 10월에 3년 만의 신작 <허수아비 춤>이 한 권의 장편소설로 나오면서 온 도서 사이트마다 홍보를 했다. 그래서 관심있게 보다가 이번 달에 강호는 이렇게 컬렉했다. 작년에 나온 <황홀한 글감옥>과 함께 16,000원에 구했다. 이에 이 두 권의 책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허수아비 춤>은 앞에 표지에도 적혀 있듯 <한강> 이후 10년간 품어온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바로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와 함께 자라온 경제 특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비리와 천민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성장의 빛과 그늘, 자본과 분배의 문제를 현란한 필치로 이야기 한다는 소개다. 그래서 이 느낌은 마치 올해 중반 쯤에 출간돼 나름 인기를 모았던 황석영의 <강남몽>을 떠올리게 되는데, 강호도 그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의 부의 상징인 '강남형성사'를 통한 우리네 정치사회에 대한 에두른 비판적 견지를 보게 됐는데, 이번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은 좀더 들어가 날선 비판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그동안 한국의 근현대사, 분단과 이념의 문제, 비전향 장기수와 역사 밖으로 밀려났던 포로들의 인권 문제를 다뤄왔던 작가의 전작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현대로 넘어와 작금의 현실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가진 자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정면에서 공략하고 있는 야심작으로써 제대로 된 '사회소설'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도 업계 2위인 일광그룹 소속 강기준 실행총무가 비자금 문제로 실형을 살고 나온 그룹 총수로부터, 라이벌인 일류 태봉그룹처럼 '회장 직속 정보 조직체'를 꾸리라는 특급 지령을 받는 등, 이에 자신의 대학 선배이자 태봉그룹의 1급 첩보원인 박재우를 스카우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는 소개처럼 초장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게 이 소설은 마치 우리 시대의 자본의 모습과 이면을 그대로 드러낸 소설의 느낌이다. 특히 앞에 도입 내용만 보더라도 이 땅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기업 비리와 천민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파헤친 그 모습을 통해 자본 성장의 빛과 그늘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이 한 권의 소설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크다. 그것은 우리네 현실을 조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조정래만의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편이 아닌가 싶은데, 여기 '조정래'의 한마디를 들어보자. 이것이 바로 작가적 역량이자 그가 외친 화두 바로 '경제 민주화', 그것이 우리 시대에 직시된 문제인 것이다.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60년이 넘었고, 경제발전의 역사는 50년을 헤아린다. 우리는 세계를 향하여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해 냈다’고 자랑한다. 세계 또한 ‘2차 대전 이후에 제3세계 중에서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그건 20세기 기적 중의 하나다’라고 평가한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성취한 것은 분명 우리 모두의 긍지이며, 맘껏 자랑해도 자만일 것 없는 우리들의 떳떳한 자존심이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다.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 ‘정치민주화’에 비해 낯선 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말뜻은 어렵지 않다.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세금 내라는 것 다 내고는 사업 못해먹는다.’ 수십 년에 걸쳐서 이런 말을 예사로 할 정도로 거의 모든 기업들은 투명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비자금 사건은 나날이 커지면서 사회적 불신이 자꾸만 깊어지고 있다. 왜 그런 행태들이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그런 행위들이 바로잡힐 수 있을까. 그런 잘못들이 반복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제 우리는 그런 물음들 앞에 정면으로 서야 할 때가 되었고, 그 응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길이다.
 
   

 

황홀한 글감옥 - 10점 조정래 지음/시사IN북

또 하나의 책은 위의 신작 <허수아비 춤>을 사면서 한 권만 사기에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동작가로 알아보다가 산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예전에 얼추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허수아비 춤'이랑 같이 구하게 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정래 작가의 모든 사유가 집대성된 책이다. 바로 현대사 3부작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부제처럼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인 것이다. 마치 한두 달 전 컬렉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자전적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와 같은 유라고 보면 편하다. 어느 정도 작가적 아우라가 있는 이런 문호들은 분명 자신이 걸어온 작가적 삶에 대한 정리도 필요할 터, 그래서 이렇게 올해로 작가 생활 40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조정래 작가도 정리해서 2009년에 책을 냈다.

책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인데,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물론 그간 작가로써 글에 대한 어떤 집착과 그 집착으로 인한 고통와 기쁨 즉, 제목에서 밝히듯 '황홀한 글감옥'에 갇힌 그만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와 닿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네 젊은 지성인 특히 조정래 작가를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에게 5백여 가지의 질문을 받고, 그중에서 겹치는 것은 빼고,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을 간추린 것이 이 책에 수록된 84가지의 문답집이라는 소개다. 그러면서 그 84가지 질문은 크게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책의 초반은 40년 글쓰기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론과 창작실기론을 풀어놓았는데, 특히 현대사 3부작을 읽은 독자라면 그가 밝힌 현대사 3부작에 얽힌 비화와 제작 노트가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시 군부 독재의 엄혹했던 시절에 <태백산맥>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부터 해서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그러면서 중반 이후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수많은 인물을 창조해낸 비결까지, 그의 소설을 읽고 문학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한번쯤 떠올렸을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또한 야뇨증이 심하던 어린 시절, 엄격한 아버지와의 관계, '소년 빨치산' 박현채 선생의 격려와 도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두 번의 도움', 소설가 최일남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밝힌' 박태준 회장의 기부 사실 등 작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화들과 40년 동안 글을 써온 큰 작가의 인생론이 담겨 있다는 소개이자 이 책의 전체적 요지다. 뭐.. 여러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 책에 대해서 조정래 작가도 얘기했듯이 "이 책은 나의 자전소설과 같다"는 의미처럼 그의 생각과 사유, 작가로써 걸어온 긴 40년의 세월이 집약된 책 <황홀한 글감옥>.. 

비주얼이 판치는 작금의 시대에 여기 글을 통해서, 황홀한 글 세계가 과연 어떤 것인지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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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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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레드 대신에 헐리웃 노장들의 관록을 보여준 다소 컬트적인 첩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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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 R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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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빨갛다고 생각하는'레드'(Red)가 의미하는 바는 많다.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바로 사람의 피 색깔처럼 무언가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함의로써 '퇴직한 그리고 극렬하고 위험한'도 내포하고 있어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느낌이 얼추 온다. 그런데 이런 짧은 제목의 '레드'라는 영화는 강렬함과 위험함 대신에 무언가 관록이 물씬 풍기는 비주얼로 다가온 영화다. 레드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그 색이 퇴색돼 오히려 '관록'이 묻어나는 느낌의 영화가 바로 <레드>인 것이다. 그리고 그 '레드'의 출연진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못해,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웃 대표 노장들이다.

네 명의 어르신이 나선 첩보물 <레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죽기 힘든' <다이하드>계의 영원한 아이콘 '브루스 윌리스'를 비롯해서  <쇼생크 탈출>과 <세븐>, <다크 나이트> 등에 출연했지만 정작 옆집에 마음씨 좋은 흑인 할아버지같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건 프리먼'과 생김새는 물론 이름 조차도 벌써부터 포스가 넘치는 <레 미제라블>, <존 말코비치 되기>의 '존 말코비치', 그리고 강호가 <엘리자베스 1세> TV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역으로 나와 인상 깊게 봤었던 '헬렌 미렌'까지..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아니, 영화를 잘 안보는 이들도 잘 아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영화다. 물론 이런 배우들이 모두 나온다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역전의 용사들이 뭉쳐서 나온 영화가 이번 <레드>다.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CIA 사상 최고의 특수요원 '프랭크'(브루스 윌리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괴한들의 습격을 당한 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거대한 위협을 직감하고, CIA 최고의 두뇌 '조'(모건 프리먼)와 폭탄 전문가 '마빈'(존 말코비치), 킬러계의 대모 '빅토리아'(헬렌 미렌)와 함께 힘을 합치기로 한다. 한편, CIA 특수 요원 '쿠퍼'(칼 어번)는 살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실력자, 일명 ‘레드’를 제거하라는 특별 지령을 받고 이들을 맹추격하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찾아오는 무차별 공격 속에 CIA 사상 최고의 레전드팀 부활을 선언한 프랭크 일당은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CIA 조직을 향한 지상최대의 반격을 선포하는데...



이렇게 놓고보면 줄거리는 참 간단하니 심플하다. 뭐.. 별거 없다. 헐리웃 액션 영화들이 어찌보면 제일 많이 차용하는 소재중 하나인 바로 '첩보물'중 하나다. 즉, 현직이든 전직이든 이들 첩보원 출신이 독고다이로 때로는 여기처럼 의기투합해 적을 엣지있게 일망타진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첩보물에도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묵직하게 배신과 음모를 다루는 스릴러적 영화가 있는 반면에, 화려한 볼거리 액션으로만 점철된 첩보물, 또 스릴러와 액션을 결합한 첩보물에다, 조금은 우스우면서도 무언가 컬트적 냄새가 나는 첩보물까지.. 다양해서 이런 첩보물을 보는 팬들은 즐겁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나온 <레드>는 거의 후자 쪽이라 할 수 있다. 즉 진중하고 묵직함 대신 가벼운 유머식의 컬트적 분위기를 덧대어 만든 첩보물이다.

강렬함을 벗고 관록의 노익장을 자랑한 '레드'

그런데 이 영화는 올해 개봉해서 나름 히트쳤던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감독 제작하며 역전의 용사들이자 왕년의 액션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해 화제가 되었던 <익스펜더블>과 비교하게 된다. 익스펜더블이 정극같은 액션 첩보물이라면, 여기 <레드>는 왕년의 액션 스타는 아니지만 헐리웃 영화계에서 이제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들을 내세우며 정극보다는 마치 촌극적인 해프닝처럼 다소 유머스럽고 컬트적으로 그려낸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언가 묵직한 첩보물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영화기도 하지만 대신에 <레드>는 묵직하고 강렬함 대신 관록의 컬트적 첩보물이라 할 수 있다.

다분히 이런 요소는 2003년 세 권으로 출간된 DC코믹스의 동명만화가 원작이라는 점에서 작용한다. <트랜스포머>, <G.I.조>, <솔트>의 제작자인 '로렌조 디 보나벤츄랴'가 이 영화를 제작시 서사구조, 등장인물 등 원작의 주요 골격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이런 그림들이 나온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 그림들중 첩보물에서 빠질 수 없는 총격신은 화끈하게 총알 세례를 퍼붓는다. 특히 마빈으로 나오는 '존 말코비치'가 날아오는 수류탄을  다시 받아 친다든지, 총알이 로켓포를 뚫고 터지는 등 지극히 영화적인 요소가 있다. 보는 순간 뭥미?! 그러면서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프랭크는 자신을 죽이려는 현직 CIA를 피해 다니면서 같이 동행하게 된 전화 상대녀 '사라'와 함께 예전의 용사들 조, 마빈, 빅토리아를 찾아 나선다.



'존 발코비치' 이름의 포스에 코믹을 더하다.

그럴 때마다 재미난 포스를 보여주는 노익장 배우들, 특히 존 말코비치의 '마빈'은 정말 의외로 웃긴 캐릭이 아닐 수 없다. 무언가 얼이 빠진 듯해 엉뚱한 모습을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들 노장들이 뭉친 전직 CIA는 현직 CIA의 음모를 파헤치고,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한껏 관록을 자랑한다. 이렇게 영화는 어찌보면 꽤 강렬하게 다가올 듯한 '레드'지만 그런 강렬함 대신 코드 네임 '레드' 즉 일급 제거 타겟이 된 그들이 어떻게 위기를 재밌고 컬트적으로 벗어나는지 보여주는 영화인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마빈'의 코믹까지 잊지 않는다. 이 영화가 그렇다.

그래서 영화 <레드>는 그리 강렬한 액션 걸작은 아니지만, 또 이들이 의기투합하는 과정의 전개 등이 조금은 루즈해 임팩트한 맛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기존의 첩보물이 보여주는 빠른 전개와 액션 시퀀스에 익숙해서 그렇기도 한데, 대신에 이 영화는 다분히 노익장을 과시한 배우들의 아우라에 코믹이 더해지고 무언가 촌스럽고 컬트적이지만 '관록' 만큼은 묻어나는 첩보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제목의 '레드'가 그렇게 뜨겁고 위험하고 강렬함에서 벗어나 퇴색이 될 수도 있음을 보게 된다. 물론 여기서 퇴색은 좋은 의미의 퇴색이다. '관록이 묻어난 퇴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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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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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지로'가 중심, 2권은 지로 가족의 섬생활 적응과 살아남기, 재밌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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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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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중에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를 만들어내며 독자들에게 많은 웃음과 풍자를 선사한 '오쿠다 히데오'..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지극히 코믹적인 유머로 점철된 이야기들이 많은데, 하지만 그의 여러 작품중에서도 상위권에 꼽는 작품중에 <남쪽으로 튀어> 1, 2권을 읽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이 이야기에도 코믹적인 유머가 물씬 풍긴다. 소위 초딩 6년짜리 식탐가 '우에하라 지로'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남쪽으로 튀어>는 일견 '사회소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이미 1권을 읽고서 리뷰를 통해서도 밝혔지만, 1권이 그 따뜻한 남쪽의 섬 '이리오모테' 섬으로 튀기 전까지 이야기로써 지로의 학교 생활을 중점으로 재미나게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 2권은 바로 그 섬에서 가족이 겪는 고난과 역경을 재미나게 푼 이야기다. 과연 그 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간략히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일본의 오키나와현의 소속으로 있는 두 개의 섬 '이시가키'와 '이리오모테'섬.. 지로네 가족은 도쿄 나고야 생활을 접고, 접게 된 것도 다 지로의 아버지 때문이다. 과격파 운동권 출신의 전설적인 투사였던 '우에하라 이치로'는 한마디로 국가 자체 특히나 세금도 안 낼 정도로 버티는 일종의 국가 간섭을 무지 싫어하는 일종의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였다. 혁공동(아시아 혁명적 공산주의자 동맹)의 멤버로 그쪽의 내홍으로 사건이 터지면서 우에하라가 궁지에 몰리자.. "에라이, 다 필요없다. 이 참에 우리 저기 따뜻한 남쪽의 섬으로 가서 살란다." 를 주창하며 온 가족을 이끌고 머나먼 이 섬까지 오게 된다. 물론 가족 중에 21살 난 과년한 딸 '요코'만 놔둔 채 말이다. 물론 12살 지로와 10살 모모코는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이 어린 것들이 부모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법.. 어찌됐든 지로는 섬에서 살게 된다.



'남쪽으로 튀어' 2권 이야기, 그 섬에서 생활과 살아남기

그런데 이 섬 생활이 완전 무인도에 야생의 정글처럼 인식했는데,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 이시가키에 먼저 도착해서 뜻밖에 환송을 받고, 이리오모테로 다시 들어와서 그 섬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지로네 가족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에하라 할아버지 간진 어른이 이 지역에서 예전에 터를 잡고 섬에서 나름 영웅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인데, 즉 지로네 가족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고향으로 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그 섬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그들 가족을 홀대할 리가 만무하다. 마치 가족처럼 지내며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일으켜 세워 새롭게 개조해 살게 해주고, 각종 음식에다 대신에 전기는 안 들어왔지만 나름 생활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지로와 모모코를 전교생 5명만 있는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거, 결국 학교 선생님과 관계자들이 나서서 학교에 다니게 된 지로와 모로코는 너무 좋아했다.

이렇게 이 가족의 생활은 잘 지내나 싶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 먼 섬지역에도 개발의 바람이 분건지, 지로네가 머물고 있는 그 집이 호텔 리조트 개발 회사 소유의 땅으로 밝혀지면서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 회사는 그 섬에도 거대한 리조트를 짓겠다해서 그 섬 지역의 환경모임 개발반대 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다. 이에 반대모임에서는 전설적인 투사였던 '우에하라 이치로'를 선봉에 서려 하는데, 우에하라는 선뜻 나서지 않는다. 자신은 오로지 독고다이로 행동할 뿐 당신네들처럼 이념에 물들기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로네 가족은 위험에 처한다. 땅 소유사로부터 불법 점거라는 이유로 집을 당장 철거해야 하는 상황과 맞물리자 우선 아이들은 공동주택으로 들어간다.

이때 아니, 그전에 지로의 누나 '요코'가 복잡 다난한 도쿄 생활을 청산하고 이 섬에 들어와 있었다. 그 콧대높던 요코가 자신의 두 동생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집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며 한 발짝도 못 물러선다고 버티고, 외국인 섬 부랑자 '베니'와 함께 개발 회사 앞에서 투쟁을 한다. 이미 매스컴은 이 보도에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들의 물리적 폭거 앞에 또 경찰들까지 나서서 그들 셋은 체포되고 만다. 이에 지로와 모모코, 요코는 걱정이 앞서지만 곧바로 풀려날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잠시 잡혀있던 경찰서 부근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그 순간 셋이 사라지고, 베니만 잡히고 지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탈주해버려 행방이 묘연해진다.

하지만 이미 섬 사람들을 통해서 연락해온 것은 지로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또 다른 꿈의 섬 '파이파티로마'라는 전설의 섬을 찾아 미리 떠난 것이었다. 즉, 이 섬 조차도 이렇게 자본 개발의 논리에 간섭을 받자 지로의 아버지는 또 다른 섬을 찾아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착하는 순간 자신의 자식들을 데리고 살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그리고 우에하라의 아들 지로는 도시에서 전혀 못 느꼈던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옛날 '오야케 아카하치의 난'의 전설대로 자신의 아버지가 그래했듯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남풍을 가슴 가득 들이마시면서 말이다.

섬 이야기속 '사회소설' <남쪽으로 튀어2>, 제대로다.

이렇게 <남쪽으로 튀어> 2권의 이야기는 제대로 된 섬 이야기다. 그곳도 야생의 그대로 보존된 하지만 사람들이 옹말종말 모여사는 정을 느끼며 사는 그곳도, 자본 개발의 논리는 피해갈 수 없었다. 섬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섬에 잘 정착한 그들은 도시에서 각자 생활로 찌들어 살았던 삶과는 다르게 이 섬에서는 오히려 가족끼리 똘똘 뭉치며 살았던 것이다. 결국 그 리조트 개발 회사 때문에 집을 또 다시 잃게 되면서 쫓겨나게 된 것이 2권의 내용인 것이다. 정말 제목 '남쪽으로 튀어'가 여기 '이리오모템' 섬으로 오게 된 이야기의 전초였다면 결말에서 바로 꿈의 섬 '파이파티로마'로 제대로 튀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우에하라 이치로'답다.

그래서 2권의 느낌은 1권하고는 많이 다르다. 1권이 도시 생활에서 느끼는 찌든 삶의 고단함과 지로의 학교 생활이 중점이 되면서 그 도시에서 지로의 아버지는 그냥 괴짜 스타일의 과격하기만 하고 콧구멍이 파는 돈도 못버는 그런 스타일의 아버지였다면, 자의든 타의든 이 섬으로 오면서부터 지로의 아버지는 자신의 태생적 성정이 그러한지 이 섬에서 제대로 정착하며 비로소 '자연인'으로 태어난 것이다. 또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인은 물론 아들 지로와 딸 모모코까지 아버지의 색다른 모습에 활기를 찾고, 과년한 딸 요코까지 마음의 문을 열며 이 가족은 한마음이 된 것이다. 마치 열두 살 소년 지로의 '성장'을 보듯이 말이다.

그것은 일견 과격파 운동권 출신의 전설적인 투사였던 인물을 중심에 세워놓고, 그 어린 아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이렇게 극명하게 때로는 비판적으로 다가와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현실과 모순을 일깨우게 하는 이야기를 독자들은 주시하게 된다. 때로는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는 그 어떤 체제와 사상에 관해서 이렇게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진중한 주제 의식을 포기하지 않는 '오쿠다 히데오'의 숨은 역량이 느껴지는 힘, 단지 그 자연 생태의 섬에 정착한 그 지로네 가족사를 통해서 무엇이 작금의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인지 사회 문제인지 일깨워주는 소설 <남쪽으로 튀어>인 것이다.

그 머나먼 남쪽 나라의 비밀의 섬으로 다시 튄 전설의 투사 '우에하라 이치로', 그가 바로 제대로 된 그 어떤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연인 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 지로는 그 섬에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며 한 뼘 성장한 것이다. 아무튼 '오쿠다 히데오'하면 이라부의 '공중그네'를 얼핏 떠올리게 되는데, 이 소설도 재미는 물론 때로는 숨은 진중한 맛에 우리네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그래서 깊어가는 이 늦가을, 부담없이 이 두 권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를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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