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시샘이나 하듯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벌써 겨울로 접어드는 이때, 누가 뭐래도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독서의 계절'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늦가을의 끝자락에서 한 권 아니 두 권의 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라 할 수 있는 '조정래'의 신작이다. 사실 '조정래'하면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망한 3부작 시리즈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떠올리게 된다. 학창시절 특히 학문탐구의 요람이라 불리던 대학시절에 필독서였던 그의 대하소설은 읽어 본 사람이든 안 읽어 본 사람이든 워낙 유명해서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회자될 만할 조정래를 대표하는 역작인 것이다.
물론 이런 유명한 대하소설 이외에도 그는 단편집, 산문집, 위인전 등을 출간하며 한국의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리고 이번 10월에 3년 만의 신작 <허수아비 춤>이 한 권의 장편소설로 나오면서 온 도서 사이트마다 홍보를 했다. 그래서 관심있게 보다가 이번 달에 강호는 이렇게 컬렉했다. 작년에 나온 <황홀한 글감옥>과 함께 16,000원에 구했다. 이에 이 두 권의 책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허수아비 춤>은 앞에 표지에도 적혀 있듯 <한강> 이후 10년간 품어온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바로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와 함께 자라온 경제 특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비리와 천민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성장의 빛과 그늘, 자본과 분배의 문제를 현란한 필치로 이야기 한다는 소개다. 그래서 이 느낌은 마치 올해 중반 쯤에 출간돼 나름 인기를 모았던 황석영의 <강남몽>을 떠올리게 되는데, 강호도 그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의 부의 상징인 '강남형성사'를 통한 우리네 정치사회에 대한 에두른 비판적 견지를 보게 됐는데, 이번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은 좀더 들어가 날선 비판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그동안 한국의 근현대사, 분단과 이념의 문제, 비전향 장기수와 역사 밖으로 밀려났던 포로들의 인권 문제를 다뤄왔던 작가의 전작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현대로 넘어와 작금의 현실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가진 자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정면에서 공략하고 있는 야심작으로써 제대로 된 '사회소설'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도 업계 2위인 일광그룹 소속 강기준 실행총무가 비자금 문제로 실형을 살고 나온 그룹 총수로부터, 라이벌인 일류 태봉그룹처럼 '회장 직속 정보 조직체'를 꾸리라는 특급 지령을 받는 등, 이에 자신의 대학 선배이자 태봉그룹의 1급 첩보원인 박재우를 스카우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는 소개처럼 초장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게 이 소설은 마치 우리 시대의 자본의 모습과 이면을 그대로 드러낸 소설의 느낌이다. 특히 앞에 도입 내용만 보더라도 이 땅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기업 비리와 천민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파헤친 그 모습을 통해 자본 성장의 빛과 그늘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이 한 권의 소설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크다. 그것은 우리네 현실을 조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조정래만의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편이 아닌가 싶은데, 여기 '조정래'의 한마디를 들어보자. 이것이 바로 작가적 역량이자 그가 외친 화두 바로 '경제 민주화', 그것이 우리 시대에 직시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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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60년이 넘었고, 경제발전의 역사는 50년을 헤아린다. 우리는 세계를 향하여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해 냈다’고 자랑한다. 세계 또한 ‘2차 대전 이후에 제3세계 중에서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그건 20세기 기적 중의 하나다’라고 평가한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성취한 것은 분명 우리 모두의 긍지이며, 맘껏 자랑해도 자만일 것 없는 우리들의 떳떳한 자존심이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다.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 ‘정치민주화’에 비해 낯선 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말뜻은 어렵지 않다.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세금 내라는 것 다 내고는 사업 못해먹는다.’ 수십 년에 걸쳐서 이런 말을 예사로 할 정도로 거의 모든 기업들은 투명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비자금 사건은 나날이 커지면서 사회적 불신이 자꾸만 깊어지고 있다. 왜 그런 행태들이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그런 행위들이 바로잡힐 수 있을까. 그런 잘못들이 반복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제 우리는 그런 물음들 앞에 정면으로 서야 할 때가 되었고, 그 응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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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책은 위의 신작
<허수아비 춤>을 사면서 한 권만 사기에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동작가로 알아보다가 산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예전에 얼추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허수아비 춤'이랑 같이 구하게 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정래 작가의 모든 사유가 집대성된 책이다.
바로 현대사 3부작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부제처럼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인 것이다. 마치 한두 달 전 컬렉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자전적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와 같은 유라고 보면 편하다. 어느 정도 작가적 아우라가 있는 이런 문호들은 분명 자신이 걸어온 작가적 삶에 대한 정리도 필요할 터, 그래서 이렇게 올해로 작가 생활 40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조정래 작가도 정리해서 2009년에 책을 냈다.
책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인데,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물론 그간 작가로써 글에 대한 어떤 집착과 그 집착으로 인한 고통와 기쁨 즉, 제목에서 밝히듯 '황홀한 글감옥'에 갇힌 그만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와 닿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네 젊은 지성인 특히 조정래 작가를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에게 5백여 가지의 질문을 받고, 그중에서 겹치는 것은 빼고,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을 간추린 것이 이 책에 수록된
84가지의 문답집이라는 소개다. 그러면서 그 84가지 질문은 크게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책의 초반은 40년 글쓰기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론과 창작실기론을 풀어놓았는데,
특히 현대사 3부작을 읽은 독자라면 그가 밝힌 현대사 3부작에 얽힌 비화와 제작 노트가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시 군부 독재의 엄혹했던 시절에 <태백산맥>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부터 해서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그러면서 중반 이후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수많은 인물을 창조해낸 비결까지, 그의 소설을 읽고 문학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한번쯤 떠올렸을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또한 야뇨증이 심하던 어린 시절, 엄격한 아버지와의 관계, '소년 빨치산' 박현채 선생의 격려와 도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두 번의 도움', 소설가 최일남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밝힌' 박태준 회장의 기부 사실 등
작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화들과 40년 동안 글을 써온 큰 작가의 인생론이 담겨 있다는 소개이자 이 책의 전체적 요지다. 뭐.. 여러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 책에 대해서 조정래 작가도 얘기했듯이
"이 책은 나의 자전소설과 같다"는 의미처럼 그의 생각과 사유, 작가로써 걸어온 긴 40년의 세월이 집약된 책
<황홀한 글감옥>..
비주얼이 판치는 작금의 시대에 여기 글을 통해서, 황홀한 글 세계가 과연 어떤 것인지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