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름 이 영화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동 남자들이 시기할만한 여자들의 '꼬픈남'(꼬시고 싶은 남자) 영순위이자 우월한 간지 포스를 자랑하는 두 남자 강동원과 고수를 영입하며 영화 전부터 흥행은 따논 당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시감을 보여준 영화 <초능력자>,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글쎄올씨다'의 반응이 나오는 건 강호만의 생각일까.. 물론, 영화가 시망할 수준의 그런 영화는 아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두 간지남을 영입한 올해 '워스트' 영화로 등극이 되는 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워스트'는 아니다. 단지 '베스트'가 아닌 그저 그런 수준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초능력자>, 흥행에는 초능력이 발휘되기 힘든 영화?

더군다나 네이버 영화에서 보면은 현재 개봉한 주요 10편 가운데, 초능력자의 성적이 시작부터 너무 안 좋다. 6점대라니, 소위 놀랠 놀자다. 시작부터 이렇게 출발한 영화는 없지 않나 싶다. 적어도 8점대에서 출발해 좋으면 9점대, 안 좋고 그저 그러면 7점대에 머무르는데, 개봉하자마자 6점대로 누리꾼들이 박하게 점수를 준 것이다. 물론 누리꾼의 평들이 영화평의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지만, 저 6점대는 시사하는 바가 커 곱씹어 볼만한 평가인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리도 이 영화의 평이 안 좋은 것일까.. 강호 또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중반의 루즈함에 하품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다소 지루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을 왜 받은 것일까? 그것을 따지기 전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규남(고수)이 일하는 작고 외진 전당포, ‘유토피아’. 돈을 훔치러 들어온 초인(강동원)이 사람들을 조종하기 시작하지만 초인의 통제를 벗어나 누군가가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은 바로 규남이다. 당황한 초인은 사람을 죽이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CCTV에 담겨진다. 그 날부터 초인은 자신의 조용한 삶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결정적 단서를 손에 쥔 규남을, 규남은 자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초인을 쫓기 시작하는데.. 아무도 초인의 존재를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홀로 괴물 같은 상대와 싸움을 벌여야 하는 규남과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초인,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내 눈 한번 힘주면 다들 멈춘다네.. 푸하하하하하~~

이렇게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사실 간단하다. 초능력자와 비초능력자의 대결하는 구도로 그려나간 게 이 영화의 플롯이다. 그런데 이것은 강호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들처럼 두 마리의 토끼를 갖다 놓고 있는데, 판타지적 요소와 드라마적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기실인즉슨,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초능력자'를 보여주기에 장르가 SF와 판타지가 기본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 판타지가 그 어떤 대단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판타지라면 현란한 비주얼을 꼭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기서 초능력의 판타지는 사실 단순하다. 주인공 강동원은 초능력자인 '초인'으로 나오는데, 그의 초능력은 바로 눈 한번 부라리는 게 다다. 극 중의 경찰이 말했듯이 '눈깔 한번 힘주면' 에네르기파가 나가 주위의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그가 원하는 심령술을 발휘해 사람들을 조종해서 뜻하는 바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설정이다.

판타지와 드라마적 요소가 불균질한 영화 <초능력자>

그러면서 초인은 그렇게 사람들을 인형처럼 멈추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람들을 조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조정하며 소위 '먹고 사는' 다소 팔자가 좋은 놈이다. 물론 어린 시절의 아픈 트라우마를 겪은 그지만 현재의 남과 다른 모습은 그렇게 그를 괴물로 만들어 놓으며 그 괴물에 맞서는 한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 바로 '유토피아' 전당포의 평범한 임 대리가 보무도 당당하게 '초인'과 맞선 대결을 펼치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인 것이다. 그런데 전개된 그림들을 보면 다소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다. 특히 임 대리 규남을 좇는 동선에서 그런 케이스가 많이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임 대리와 함께 동고동락한 외국인 노동자 아니 이주 노동자라 봐야 하는지, 극 중에 규남이 부모, 형제도 없이 중졸 학력의 가난하게 자랐지만 나름 성실하게 살아온 견실한 청년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청년 옆에 두 외국인을 갖다 놓는다. 그러면서 이들은 다소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자주 개그를 작렬하는데, 이게 극의 몰입감이나 흐름에 방해를 준다는 점이다. 그냥 한국인 친구를 쓰던가, 아예 독고다이 '규남'으로 나가도 될 그림에 찬물을 끼얹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에 감독의 의도와는 다를 수가 있지만서도, 강호는 그들 외국인이 한국말로 개그를 치는 것에 웃기는 커녕 '흥'만 나오더라. 옆에 아가씨들은 재밌다면서 깔깔됐지만 난 극에 반(反)할 뿐이었다. 즉 이들 때문에 극의 흥을 깨는 케이스가 되버려 영화는 지극히 불균질해 버렸고, 또한 판타지 요소도 지극히 단순하고 건조한 반복으로 식상함을 주기도 했다.

아무튼 전당포에서 일하게 된 규남이 그날도 돈을 훔치러 온 초인과 맞닥뜨리게 되고, 멈춰 있어야 사람들 중 멈추어 있던 규남만이 서서히 고개를 돌리며 "넌 뭔데 무단으로 돈 가지러 왔냐"는 식으로 바라보자 이에 놀란 초인은 "어허 이넘 보라.. 내 능력이 안 통하는 넘이 있었다니.." 바로 이 지점에서 둘은 충돌한다. 육탄전과 에네르기파가 발산되는 동안 전당포 주인 할배(변희봉)가 죽는다. 그리고 그 장면은 CCTV에 그대로 찍힌다. 즉, 현장 증거를 갖게 된 규남은 주인 아저씨 죽음의 복수를 위해서 초인을 어떻게든 잡으려 하고, 초인은 세상에 유일하게 자신의 초능력이 안 통하는 인간을 보며 그 안의 광기를 폭발시킨다. 단순히 사람들 멈추게 하고, 하고 싶은 일들 주로 돈이나 훔치면서 소일거리를 살았던 초인을 규남이 이렇게 만든 것이다. 즉,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다.


평범한 임 대리 규남, 초인아! 니가 뭔데 마음대로 사람들을 조정하는데?

그래서 초인으로서는 자존심이 무지 상하는 일이자 일생일대의 위기인 것이다. 그러니 초인은 규남을 가만히 둘 수 없는 것이다. 초인은 초인 나름대로 규남은 규남대로 대결을 갖는다. 1회전은 규남이 지하철 사건에서 아기를 구하면서 졌지만, 2차전은 외국인 두 친구들을 끌어들이며 만반의 준비를 해 그를 공격했지만 사실 쉽지가 않다. 주의의 사람들을 조정해 죽음으로 몰고가는 상황에서 규남을 공격하니 어려울 뿐이다. 과연 규남은 이 초인을 어떻게 무찌를까? 아니면 무찌르지 못한다면 규남이 죽고 초인이 살까? 마지막 결말에서 나오고, 또한 반전식의 그림도 있으니 마지막은 그래도 볼만한 게 아닌가 싶다. 진정한 초능력자를 보게 됐으니 말이다.

'초인과 비초인' 대결 구도 속, 이야기의 힘이 빠진 <초능력자>

그런데 영화를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이 영화는 그렇게 솔리드하면서 소위 잘 빠진 영화가 아닌 느낌이다. 우선 플롯은 철처히 초인과 비초인 규남의 대결에 맞추어져 있고 이들의 동선을 좇으며 그림을 전개해 가는데, 그 어떤 SF적인 판타지 요소인 초능력자로서의 오락적인 재미와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단순히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조정하는 그림들은 마치 좀비물의 사람들의 행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웬지 그런 장면이 어설퍼 보인다는 거다. 물론 초인으로 분했던 강동원의 모습은 내내 눈에 힘주느라 힘들었겠지만 그의 우울하고 고뇌에 찬 파마머리에 다소 마른 몸매는 초인의 포스를 조금이나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캐릭터의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의 비주얼로 제대로 표출이 안 된 느낌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대결이 극의 긴장과 호러적 이미지의 충돌에서 두 외국인이 개입된 좌충우돌식 코미디는 꽤 이질감이 느껴져 극의 분위기를 깨는 요소가 되버렸다. 그러면서 초인과 규남을 어떻게든 만나게 하려는 작위적인 설정까지 엿보이는 등, 맨몸으로 돌격하는 열혈청년 규남이 초인과 맞서는 장면들은 심지어 공허하면서도 무언가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즉, 임팩트가 없다고 해야하나, 무언가 특별한 대결인 만큼 특별하게 다가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맹점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한데, 어찌보면 두 간지남의 가공할 매력으로 다가왔던 '초인과 비초인' 이라는 신선한 캐릭터의 대결구도는 이야기의 힘이 빠진 채 탄력을 받지 못하고 그려진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이 포스터 한 장으로 영화의 아쉬움을 달랜다.

결국 이야기에 좀더 힘이 실려 두 캐릭터를 더욱더 살리는 대결 구도였다면, 초인의 초능력도 제대로 발휘되며 일견 공감을 일으킬만한 영화는 무모하게 돌진했던 규남의 대결만이 공허함을 남기며 그저 그런 영화로 남았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이렇게 기대에 못 미쳐 공허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남자의 연기는 나름 호연임은 인정한다. 다만 그 연기의 발산이 제대로 극에 녹아나지 못한 연출의 문제임을 보게 되는데, 그래도 두 남자의 비주얼은 참 보기 좋더라. 개인적으로 영화 속 장면 중 위의 마지막 대결씬에서 저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니, 저 사진 한 장만이 이 영화를 뇌리에 남게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영화 제목처럼 초능력자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한 영화였지만, 정작 기대에는 못 미친 영화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그것은 바로 매력적인 두 남자를 영입하면서 흥행에도 초능력이 발휘돼 소위 '대박'을 치기에는 부족한 영화라 자평하고 싶다. 대신에 대박은 못 쳐도 소위 '쪽박' 찰 일은 없다. 두 남자의 간지 포스만으로 여성 관객들의 반 이상이 보러 간다면 영화는 나름 마지노선을 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영화적 연출이나 이야기의 힘 이런 것까지 바쳐주었다면 이 영화는 <괴물>처럼 대박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단지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초인 강동원이 분했던 필살기 눈빛의 에네르기파와 열혈청년 규남의 돌진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극장으로 고고씽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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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정말 많다. 최근 개봉한 중국영화 <대지진>도 있었지만, 그 영화는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재난 이후 한 가족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봐야 하고, 헐리웃이 표방하는 재난 영화의 소재는 다양하다.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를 다루는 영화부터 이런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에 의한 즉, 사고에 의한 재난은 소재 또한 많다. 고도화된 현대산업 문명사회에서 현대인들의 교통 수단으로 쓰이는 차, 배, 기차, 비행기 등 이런 교통 수단에서 벌어지는 재난 또한 만만치 않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 '언스토퍼블'은 기차를 소재로 다룬 재난 영화다. '기차'라 하니 작고 아담한 느낌인데, 뭐 기관차로 해야 할 것이다.

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의 5번째 작품, <언스토퍼블>

실제 미국에서 벌어졌던 철도 사건의 모티브로 만든 이 영화는 폭발적인 영상미와 스타일리쉬한 감각적인 템포로 늘 최고의 액션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라 불리는 '토니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흑인계의 지성파 배우 '덴젤 워싱턴'을 영입하며 5번째로 만든 영화다. 전작들은 <크림슨 타이드 1995>, <맨 온 파이어 2004>, <데자뷰 2006>, <펠햄 123 2009>까지 이들은 손발이 잘 맞는 감독과 배우로 이번에도 제대로 방점을 찍었다. 과연 어떤 영화일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언스토퍼블 Unstoppable' 즉, '멈추지 않는 막을 수 없는' 등의 그 어떤 무한의 개념을 다룬 단어다. 그러면서 그 무한을 향해 달리는 기관차를 소재로 만든 영화였으니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덴젤 워싱턴)와 신참 윌(크리스 파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가 되면 그들에게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아직은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같은 시각, 풀러 조차장에서는 폭발성화물이 실린 ‘777호’기를 다른 선로로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지지만, 정비공의 부주의로 이 기관차는 승무원 하나도 없이 엔진에 시동이 걸려 운행을 시작하고, 곧이어 엄청난 굉음과 함께 통제불능의 폭주를 시작한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로 달리는 거대한 폭탄 괴물로 변해버린 ‘777호’기. 곧 있으면 도심을 관통하고, 막대한 재난을 피할 수 없다. 그 순간, 같은 선로를 달리던 프랭크와 윌은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최후의 방법을 감행하는데...



이렇게 내용은 간단하다. 정비공의 부주의로 엔진 브레이크를 체크하지 못한 채 내리는 순간 이 기관차는 긴 여정을 떠난다. 단순 1량이 아니다. 800여 미터에 달하는 30여 량을 달고 시속 70마일 이상을 폭주하며 달리는 것이다. 무한 폭풍질주로 그 일대 펜실베니아주는 공포에 휩싸인다. 왜냐? 이 기관차는 단순히 1량도 아니거니와 각 량마다 디젤유 같은 엔진유가 들어있고, 또 페놀 같은 유독성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실어나르는 화물 기관차였기 때문이다. 즉, 이것이 탈선해서 폭발로 이어지면 그 일대의 지역이 핵폰탄급으로 날라가는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니 이 열차를 어떻게든 멈추어야 하는데, 사실 이게 쉽지 않다.

폭주 기관차 '777' vs. 관록의 기관차 '1206'

물론 여기 두 주인공 프랭크와 윌이 나서기 전에 자체적으로 노력한다. 바리케이드를 쌓아 보지만 그것도 무용지물이요, 특전 요원이 헬기에서 줄타고 내려와 기관차를 조정하려는 계획도 굉음을 울리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에 안착을 못하고 부딪히며 부상을 입는다. 또 다른 베테랑 기관사가 앞에서 폭주 기관차를 막으며 속도를 줄이려 하지만 그마저 그 속도와 무게에 못 이기고 폭발하고 만다. 급기야 자체 휴대 탈선용 도구로 막아보려 했지만 그냥 가뿐히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777'이다. 그래서 이런 '777'의 무한 질주를 막기 위해서 보무도 당당하게 '1206' 기관차를 몰던 28년 경력의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와 신참이지만 차장급의 4개월 경력의 '윌', 이 둘이 나선다.

앞서서 시도하다가 실패한 앞쪽에서 기관차를 대어서 막는 대신에 뒤로 후진하면서 777을 뒤에서 연결시켜 화물차 브레이크를 각 량마다 제어해서 속도를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둘은 그 달리는 777에 연결까지는 성공을 시키고, 이 와중에 윌은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프랭크가 나서서 각 량마다 브레이크를 걸면서 맨 앞에 기관실로 갈려고 하는데,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다. 과연 이 폭주 기관차 777은 멈추었을까? 아니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진해 그 종착지인 스탠톤 도시를 날려 버렸을까? 무인 기관차가 말 그대로 사람이 없이 달린다면 이 기관차를 멈추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무인을 유인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스포일러 이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기에 여기서 줄인다.



이렇게 영화는 아주 간단하다. 사람이 없이 달리는 무한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그 기관차를 멈추어야 하는 우리의 주인공들, 고참과 신참이라는 설정 속에 처음에는 간보기로 서로 티격태격 하지만, 이 재난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둘은 막역지우가 된다. 전형적인 헐리웃 시스템이다. 또 폭주하는 기관차만 계속 보여주는 동안에도 고참인 프랭크의 가족인 두 딸과 사랑의 통화를 보여주고, 신참이 부인과 사이가 안 좋아서 별거 중인 그의 가정사를 언급한다. 그러면서 종국에는 다시 맺어진다는 아주 뷰피풀한 또 드라마적인 요소들, 뭐.. 이건 전형적인 이야기라 뭐라 이견은 없다. 왜냐? 이 두 영웅이 폭주 기관차 777을 멈추기 위한 활약상이 생중계 되는 동안 그들의 가족이 마음 졸이며 보게 되고, 종국에는 화해하며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뻔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형적인 헐리웃 재난 영화로 주인공의 활약상, 뻔하지만...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곁가지일뿐, 역시 중요한 것은 바로 '비주얼'이다. 극장의 큰 화면으로 지축을 울리는 말 아니, 땅이 요동치는 굉음을 발산하며 달리는 리얼한 폭주 기관차를 보는 것만 해도 시원하고 짜릿하다. 멈출 줄 모르는 그 777의 위용을 바라보고 있으니 관객들의 시선은 그곳에 집중하게 되고, 궁금증은 오로지 딱 하나다. 과연 어떻게 멈추며 누가 멈출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탈선해 터져버려 도시를 날려 버릴 것인가? 마치 이런 그림은 도시까지 날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버스에 폭탄이 탑재돼 시속 60km 이상을 달렸던 그 영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스피드>가 생각난다. 그 영화는 도심에서 무한 질주하는 버스의 활약상?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버스보다 스케일이 수십 배나 큰 열차의 활약상이다.

당연히 비주얼이나 사운드 등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언스토퍼블의 '윈'이다. 오감이 자극되고, 특히 저 앞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폭주 기관차 777을 바라보는 짜릿함과 777이 보무도 당당하게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며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속내는 그냥 멈추지 말고 끝까지 달리길 바랬지만..ㅎ 그러면 이야기는 영웅이 탄생되지 않는다. 어찌됐든 이런 식의 재난 특히나 인재로 인한 교통과 관련된 사고는 분명 사람이 나서서 해결해야 제격이다. 그리고 끝에서 관객은 소탈한 영웅의 모습을 보면서 문을 나서면 된다. 이것이 전형적인 헐리웃 재난 영화들의 특징이자 클리셰다. 영화 팬이라면 지겹게 본 그림들이다.
 


스펙타클한 폭주 기관차 <언스토퍼블>, 그냥 즐겨라!

그런 면에서 이 영화도 비켜가진 못했지만 영화 시작은 의외로 조용하게 연다. 정확하진 않아도 영화 전체 런닝타임 98분을 따져봤을 때 사건의 전개 과정은 이러하다. 정비공 실수로 무인 기관차 '777'이 정비소를 떠난 게 10분이 지나면서 나오고, 이런 사고를 관제탑 등이 인지하고 '777'이 폭주하며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분이 지나면서 부터다.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실패한 그림들이 나온 게 40여 분 정도, 그리고 두 주인공이 나서서 멈추기 위해서 제대로 활약한 게 30분 정도다. 즉, 달리는 폭주 기관차 '777'의 위용이 적어도 극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말이 필요 없다. 헐리웃 전형적인 시스템에 의해 블록버스터답게 오락적 재미가 충만한 재난 영화로 손색이 없는 <언스토퍼블>.. 그 무인의 폭주 기관차를 멈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인(無人)의 반대 유인(有人)을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두 주인공중 하나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무한 질주하는 강렬한 레드를 입은 '777' 기관차의 폭풍질주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이자, 이 영화를 보는 단순한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 서비스 컷도 잃지 말자. 이 사고의 문책 인사가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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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있다면 이 책을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강호는 자신이 없기에 이 책을 샀다. 우리나라에 태어나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힌 우리말 한글이지만 얼마나 정확히 알고 쓰는 것일까? 가끔씩 드는 물음이지만 아니, 블로그를 전사적으로 하면서 리뷰 위주로 쓰다 보니 요즈음 들어 자주 생각이 드는 물음이었다. 그렇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어찌보면 아주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글, 그 글을 구성하는 단어와 문장에 글쓴이의 생각이 전달되기에 더욱더 글쓰기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 쓴 글 하나의 조사와 맞춤법으로도 의미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에는 국적 불문의 외계어 비슷한 글들이 난무하고, 더군다나 넷상의 각종 줄임말 등이 횡행하면서 우리의 말과 글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말과 글을 얼마나 바르고 정확하게 쓰고 있는가?

물론 강호도 이런 넷상의 용어들을 재미삼아 글에도 '소위' 라는 표현을 앞에 넣으면서 차용하고 있지만서도, 때로는 반성한다. 아직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하지만 넷상의 용어를 떠나서 정작 우리말을 쓸 때 만큼은 정확히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사를 잘못 붙여 쓴다든지,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이 틀렸다든지, 또 외래어 표기가 잘못 됐다든지, 잘못된 사례는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강호는 이참에 좀더 우리말을 쓸 때 만큼은 확실하게 아니, 정확하게 써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또 지인의 추천으로 이 책을 사게 된 것이다.

아직은 부족한 글 실력이지만, 사실 휘황찬란한 소위 글발로 써진 글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 글을 읽을 때는 현혹되기도 하는데,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 보면 이런 각종 미사여구로 장식된 글 이전에 정석대로 우리말을 정확하게 어법에 맞게 쓰는 것이 더 와 닿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말과 글을 바르게 애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우리말과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기실 물음은 한가지이지만, 방법은 많다. 넷상의 사전을 찾아본다든지, 온라인 맞춤법 검사기로 확인한다든지, 또 국어대사전을 찾아본다는지, 아니면 용감하게 자신이 아는 지식대로 쓸 수도 있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이런 글에 대해서는 관련 책을 사서 옆에 두고 수시로 보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다. 실 예로 도서 사이트마다 검색어로 '우리말' 또는 '우리글' 등으로 찾아봐도 그와 관련된 책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어느 책이 좋고 가이드로써 제대로 괜찮은 책인지 엄두가 안 날 정도인데, 하지만 강호는 그런 여러 책 가운데서 우리말과 우리글 이 두 가지가 다 들어간 제목의 이 책으로 골랐다. 제목에서처럼 또 '묻고 답하기'라 손쉽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한데, 이 책은 나름 유명한 책으로 2002년 초판 이래로 2010년 3판까지 찍어낸 책이다. 그만큼 독자들이 많이 찾았다는 반증인 셈이다. 목차만 봐도 정말로 와 닿는 내용들이다.


제3판 머리말, 초판 머리말, 일러두기

제1부 국어 어문 규범이랑 무엇인가?
1. 한글 맞춤법이란 무엇인가?
2. 표준어란 무엇인가?
3. 띄어쓰기란 무엇인가?
4. 외래어 표기법이란 무엇인가?
5. 표준 발음법이란?
6. 표준 화법이란 무엇인가?
7.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란 무엇인가?

제2부 국어 어문 규범 묻고 답하기
1. 한글 맞춤법의 표준어
2. 띄어쓰기
3. 외래어 표기법
4. 표준 발음
5. 표준 화법
6. 로마자 표기법

부록
(1) 잘못 쓰기 쉬운 말, (2) 언제나 붙여 쓰는 항목, (3) 외래어 표기법
(4)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5) 표준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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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목차만 봐도 정말 와 닿는 내용이자 구성이다. 즉, 알차다고 해야하나.. 우리말과 글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목차대로 한글 맞춤법의 설명부터 표준어, 외래어, 띄어쓰기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말과 글에 대한 예시를 곳곳에 담아내며 독자들을 바른 길로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에는 정말 알짜배기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잘못 쓰기 쉬운 말부터, 언제나 붙여 써야 하는 조사들, 그리고 어렵다는 외래어 표기법에다 일상의 대화에서 쓰는 표준 화법까지.. 정말로 좋은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다. 이에 곧바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책상 머리에 가까이 두고서 언제든지 글을 쓸 때나, 또 생각나면 찾아보는 안내서로써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 본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정말로 우리말과 글에 자신 있습니까? 자신이 없다면 이 책 한 권을 감히 권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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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 After Sho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흔히 만물의 영장을 '인간'이라 말한다. 다른 생물과는 다르게 고차원적인 지능을 갖추며 그 지능과 생각으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하지만 그런 인간도 하늘이 노했는지 그 어떤 자연재해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 것도 우리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 그런 사람들을 그리며 자연재해를 다룬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보통 자연재해를 다루는 실제 다큐물이 아닌 이상 영화로 나올 때에는 영화적 감상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런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헐리웃 재난 영화들 흔히들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그런 재난 영화들은 실제와 같은 재난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산사태,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 종류도 많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그런 재난을 당한 사람을 구하는 한 영웅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그 영웅이 위험을 뚫고 한 무리의 사람을 구하는 광경을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이것이 보통의 헐리웃 블록버스터급 재난 영화들이 내건 이야기의 플롯이자 주제다.

'대지진' 재난 영화지만, 재난 보다 가족의 이야기다.

물론 그 속에서 재난을 당한 이들의 아픔, 특히 가족이 흩어지거나 누가 죽거나 하면서 보여주지만 그것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켣가지 묻어갈 뿐 한 영웅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 재난 영화의 아이러니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중국영화 <대지진>의 느낌은 이런 기존의 헐리웃 재난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제목만 얼추 보고서 대단한 재난 영화라 생각할 수 있는데, 기실은 그렇지 않다. 재난의 현장은 1분 여로 끝나고 그 다음부터는 그 재난의 피해를 입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끝까지 뚝심있게 밀어부친 드라마로 봐야 한다. 그것도 감동의 휴먼 드라마로 해야할지, 물론 저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여하튼 이 영화는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대지진>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76년 7월 28일 중국 당산.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23초간의 대지진.
악몽 같은 지진은 한 가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소박한 일상이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일곱살 쌍둥이 ‘팡떵’과 ‘팡다’의 가족. 행복했던 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예고되지 않았던 시련이 닥친다. 바로 27만의 목숨을 빼앗아간 지옥 같은 대지진. 폐허가 된 도시, 수많은 생명이 죽음을 맞이한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쌍둥이 남매는 극적으로 살아남지만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 묻히게 된다. 쌍둥이의 생존사실을 알고 구조대와 함께 아이들을 구하러 온 어머니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쌍둥이 중 한 명만을 구해야 하는 운명의 선택 앞에 놓이게 된다. 가혹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어머니는 결국 아들인 ‘팡다’의 목숨을 선택하게 되고, 딸 ‘팡떵’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채로 잔해 속에 남겨진다. 며칠 후, 죽은 줄로만 알았던 ‘팡떵’은 다른 구조대에 의해 발견되어 지진사망자 보관소에 버려지지만, 죽은 아버지 곁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폐허가 된 지진의 잔해 속에서 살아남은 소녀. 한 순간 운명이 바뀌어버린 남겨진 소녀의 운명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실제 중국에서 벌어졌던 대지진의 현장을 담고 있다. 1976년 7월 28일 그날, 불과 1분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20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앓아간 대지진, 바로 '당산 대지진'이라 일컫는 이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살아남는 생명력 강한 인간이 있기 마련이고, 여기 주인공 엄마는 그 현장에서 비록 남편을 잃었지만 폐허가 된 잔해더미 속에서 두 아이를 구할려고 한다. 하지만 둘을 모두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들을 택한 엄마, 딸은 그렇게 남편과 함께 그 현장에서 죽었다. 그러다가 며칠 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딸이 다른 구조대에 발견되어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그 살아난 딸은 구조대로 활동한 인민해방군 군인 부부 슬하에서 자란다.

지진의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엇갈린 운명

그러면서 그 딸의 이야기와 또 살아남은 엄마와 아들 이 둘의 삶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드라마적으로 후반까지 흐르는 것이 영화 <대지진>의 플롯이다. 그래서 그 어떤 자연재해의 위용을 제대로 감상코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 영화는 부족할지 모른다. 물론 영화상으로 스펙터클하게 지진발생 상황을 재현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 재현이 길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실제 사건도 채 1분도 안 되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찰나의 순간을 담은 현장 만큼은 볼만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것이 다분히 드라마적으로 일관되며 제목에 걸맞는 자연재해 영화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지진 이후 한 가족사의 드라마로 본다면 이 영화는 심히 와 닿게 그렸다. 그것이 가슴을 울릴 감동실화라 홍보할지라도, 어느 정도 그 가족의 슬픔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두 가족이 있기에 말이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는 살아남은 여자의 성장기, 그리고 남은 엄마와 아들의 삶을 그리면서 여자는 그 군인 가족에 따뜻한 보살핌 속에 의과대까지 들어가는 재원이 됐고, 남친과 원치 않는 임신에 아이를 낳고 나중에는 외국인 변호사와 결혼까지 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아들 또한 커가면서 애인을 사귀고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곁을 떠날려고 하면서 힘들게 하지만 이들 가족은 그렇게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각자 힘겹게 살아가는 동안 그 대지진 이후 세월이 32년이나 훌쩍 넘긴 시점에 또 다른 지역에서 터진 지진, 그 지진의 참사 현장으로 여자와 남자는 구조대원으로 활동하다가 우연찮게 만나게 된다. 바로 또 다른 참사의 현장에서 헤어졌던 친남매가 그렇게 30여 년 만에 조우한 것이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여동생을 집으로 데려와 두 모녀간의 극적인 상봉을 이룬다.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어미된 입장에서는 딸을 버리고 아들을 구했다는 죄책감에 살아온 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회한의 눈물을 삼킨다. 이에 딸도 그런 엄마를 용서 아니, 엄마를 만났다는 기쁨에 한없이 울고 만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렇게 이 가족은 아빠만을 남겨둔 채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다시 만난 것이다.



이것이 영화가 담아낸 드라마다. 그렇다. 많은 이야기가 필요없는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 당하고 만 사람들, 그 속에서 살아남은 가족이 흩어지면서 그들의 삶을 드라마적으로 그리며 종국에는 만나게 됐다는 휴먼적인 이야기, 실제 사건이었기에 더욱더 와 닿기도 한 이 영화는 그 자연재해 앞에 상처받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특히 살아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그림을 보고 있으니까 주인공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대지진 이후 성장한 딸 역을 맡은 '장징추' 여배우는 마치 한국의 여배우 '김규리'는 보는 듯 했고, 그 딸을 잘 키워준 양아버지 역에는 '진도명'이 나왔다. 이 분은 중국사극 <와신상담>에서 월왕 구천 역으로, <대진제국>에서 상앙과 함께 진나라의 부국강병의 기틀을 만든 진효공역으로 나와서 낯이 익은 배우다. 나중에 딸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몇 년을 떠나 있어 힘든 부정(父情)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대지진', 연기자들 호연 속에 묻어난 우리네 가족이야기

물론 여자 주인공이자 폐허 속에서 두 아이를 잃을 뻔했던 가슴 아픈 모정을 끝까지 보여준 '쉬판'의 연기 또한 좋았다.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들어 잃었던 딸을 만나는 그 순간까지 엄마는 그렇게 모진 세월을 견딘 것이다. 또한 영화 초반의 재난 장면에 지진으로 가족을 잃었던 2천 여명의 당산 시민들이 직접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그 촬영 현장은 절절한 눈물로 뿌려졌다는 후문이다. 

이런 감동의 드라마는 <집결호>, <야연> 등을 연출한 명실공히 중국 최고의 감독이라 평하는 '펑샤오강'이 메가폰을 잡으며 중국의 거장 '장예모'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대지진 속에 파묻힌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것은 "2008년 5월 대지진후, 자연재해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자연으로부터 받은 고통을 감추지 말고, 살아남은 자들의 힘겹고 서글픈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그는 그 어떤 자연재해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던 것이다.
 


장예모의 <인생>과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의 가족이야기 <대지진>

그것이 감동이 밀려오던 안 오던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확실하다. 그것도 한 가족의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이런 느낌은 마치 장예모 감독이 연출하며 다수의 상을 수상한 영화 <인생>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강호는 이 '인생'의 이야기를 먼저 '위화'의 책으로 만나보고 영화로도 봤었다. 중국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며 운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보편적 삶을 다룬 푸구이의 인생 역경을 그려낸 작품이 <인생>인데 반해, 이 작품 <대지진>은 인생 역경이 그 어떤 자연재해 뒤에 남겨진 한 가족의 엇갈린 운명을 드라마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바로 그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과 이들 앞에 놓여진 잔인한 현실은 실상 인간의 삶이 어느 순간 맞딱뜨릴 수 있는 고통의 영역이며 그 고통을 감추는 게 아니라, 그 고통을 감내하고 과거와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대지진이 휩쓸고 간 남겨진 가족의 엇갈린 삶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네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우리가 함께 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즉, 대지진으로 비극적 운명을 맞은 가족을 통해서 과거와의 화해와 용서를 다룬 것이다. 

결국에 이 영화는 재난 영화라기 보다는 지극히 드라마적인 휴먼 드라마다. 그 휴먼이 주는 감동은 차치하더라도, 재난 속에서 남겨진 한 가족의 이야기, 뻔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와 닿는 게 우리의 인생살이가 다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대지진>은 재난을 모티브로 한 전형적인 가족의 이야기다. 물론 이것은 드라마 이전에 실화이기에 더욱더 와 닿는 이야기이자,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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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알라딘에 리뷰 등이 당첨이 뜸했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당첨이 됐다.  
그것도 영화 리뷰가 10월의 당선작으로 당첨이 됐다. 제목은 '부당거래'.. ㅎ 
사실 이 영화는 이글루스에서 시사회를 통해서 일주일 먼저 본 영화인데.. 

http://blog.aladin.co.kr/town/winner

다음뷰에서도 베스트에 못 올라간 리뷰였는데.. 역시나 알라딘이 알아 주시는 센스..
감사드리며.. 이렇게 적립금도 2만원을 받아 이로써 적립금도 50만원 훌쩍 넘었다.
아무튼 간만에 좋은 소식이라 이렇게 적어 놓는다.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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