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름 이 영화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동 남자들이 시기할만한 여자들의 '꼬픈남'(꼬시고 싶은 남자) 영순위이자 우월한 간지 포스를 자랑하는 두 남자 강동원과 고수를 영입하며 영화 전부터 흥행은 따논 당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시감을 보여준 영화 <초능력자>,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글쎄올씨다'의 반응이 나오는 건 강호만의 생각일까.. 물론, 영화가 시망할 수준의 그런 영화는 아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두 간지남을 영입한 올해 '워스트' 영화로 등극이 되는 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워스트'는 아니다. 단지 '베스트'가 아닌 그저 그런 수준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초능력자>, 흥행에는 초능력이 발휘되기 힘든 영화?
더군다나 네이버 영화에서 보면은 현재 개봉한 주요 10편 가운데, 초능력자의 성적이 시작부터 너무 안 좋다. 6점대라니, 소위 놀랠 놀자다. 시작부터 이렇게 출발한 영화는 없지 않나 싶다. 적어도 8점대에서 출발해 좋으면 9점대, 안 좋고 그저 그러면 7점대에 머무르는데, 개봉하자마자 6점대로 누리꾼들이 박하게 점수를 준 것이다. 물론 누리꾼의 평들이 영화평의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지만, 저 6점대는 시사하는 바가 커 곱씹어 볼만한 평가인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리도 이 영화의 평이 안 좋은 것일까.. 강호 또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중반의 루즈함에 하품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다소 지루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을 왜 받은 것일까? 그것을 따지기 전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규남(고수)이 일하는 작고 외진 전당포, ‘유토피아’. 돈을 훔치러 들어온 초인(강동원)이 사람들을 조종하기 시작하지만 초인의 통제를 벗어나 누군가가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은 바로 규남이다. 당황한 초인은 사람을 죽이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CCTV에 담겨진다. 그 날부터 초인은 자신의 조용한 삶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결정적 단서를 손에 쥔 규남을, 규남은 자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초인을 쫓기 시작하는데.. 아무도 초인의 존재를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홀로 괴물 같은 상대와 싸움을 벌여야 하는 규남과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초인,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내 눈 한번 힘주면 다들 멈춘다네.. 푸하하하하하~~
이렇게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사실 간단하다. 초능력자와 비초능력자의 대결하는 구도로 그려나간 게 이 영화의 플롯이다. 그런데 이것은 강호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들처럼 두 마리의 토끼를 갖다 놓고 있는데, 판타지적 요소와 드라마적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기실인즉슨,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초능력자'를 보여주기에 장르가 SF와 판타지가 기본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 판타지가 그 어떤 대단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판타지라면 현란한 비주얼을 꼭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기서 초능력의 판타지는 사실 단순하다. 주인공 강동원은 초능력자인 '초인'으로 나오는데, 그의 초능력은 바로 눈 한번 부라리는 게 다다. 극 중의 경찰이 말했듯이 '눈깔 한번 힘주면' 에네르기파가 나가 주위의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그가 원하는 심령술을 발휘해 사람들을 조종해서 뜻하는 바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설정이다.
판타지와 드라마적 요소가 불균질한 영화 <초능력자>
그러면서 초인은 그렇게 사람들을 인형처럼 멈추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람들을 조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조정하며 소위 '먹고 사는' 다소 팔자가 좋은 놈이다. 물론 어린 시절의 아픈 트라우마를 겪은 그지만 현재의 남과 다른 모습은 그렇게 그를 괴물로 만들어 놓으며 그 괴물에 맞서는 한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 바로 '유토피아' 전당포의 평범한 임 대리가 보무도 당당하게 '초인'과 맞선 대결을 펼치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인 것이다. 그런데 전개된 그림들을 보면 다소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다. 특히 임 대리 규남을 좇는 동선에서 그런 케이스가 많이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임 대리와 함께 동고동락한 외국인 노동자 아니 이주 노동자라 봐야 하는지, 극 중에 규남이 부모, 형제도 없이 중졸 학력의 가난하게 자랐지만 나름 성실하게 살아온 견실한 청년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청년 옆에 두 외국인을 갖다 놓는다. 그러면서 이들은 다소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자주 개그를 작렬하는데, 이게 극의 몰입감이나 흐름에 방해를 준다는 점이다. 그냥 한국인 친구를 쓰던가, 아예 독고다이 '규남'으로 나가도 될 그림에 찬물을 끼얹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에 감독의 의도와는 다를 수가 있지만서도, 강호는 그들 외국인이 한국말로 개그를 치는 것에 웃기는 커녕 '흥'만 나오더라. 옆에 아가씨들은 재밌다면서 깔깔됐지만 난 극에 반(反)할 뿐이었다. 즉 이들 때문에 극의 흥을 깨는 케이스가 되버려 영화는 지극히 불균질해 버렸고, 또한 판타지 요소도 지극히 단순하고 건조한 반복으로 식상함을 주기도 했다.
아무튼 전당포에서 일하게 된 규남이 그날도 돈을 훔치러 온 초인과 맞닥뜨리게 되고, 멈춰 있어야 사람들 중 멈추어 있던 규남만이 서서히 고개를 돌리며 "넌 뭔데 무단으로 돈 가지러 왔냐"는 식으로 바라보자 이에 놀란 초인은 "어허 이넘 보라.. 내 능력이 안 통하는 넘이 있었다니.." 바로 이 지점에서 둘은 충돌한다. 육탄전과 에네르기파가 발산되는 동안 전당포 주인 할배(변희봉)가 죽는다. 그리고 그 장면은 CCTV에 그대로 찍힌다. 즉, 현장 증거를 갖게 된 규남은 주인 아저씨 죽음의 복수를 위해서 초인을 어떻게든 잡으려 하고, 초인은 세상에 유일하게 자신의 초능력이 안 통하는 인간을 보며 그 안의 광기를 폭발시킨다. 단순히 사람들 멈추게 하고, 하고 싶은 일들 주로 돈이나 훔치면서 소일거리를 살았던 초인을 규남이 이렇게 만든 것이다. 즉,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다.
평범한 임 대리 규남, 초인아! 니가 뭔데 마음대로 사람들을 조정하는데?
그래서 초인으로서는 자존심이 무지 상하는 일이자 일생일대의 위기인 것이다. 그러니 초인은 규남을 가만히 둘 수 없는 것이다. 초인은 초인 나름대로 규남은 규남대로 대결을 갖는다. 1회전은 규남이 지하철 사건에서 아기를 구하면서 졌지만, 2차전은 외국인 두 친구들을 끌어들이며 만반의 준비를 해 그를 공격했지만 사실 쉽지가 않다. 주의의 사람들을 조정해 죽음으로 몰고가는 상황에서 규남을 공격하니 어려울 뿐이다. 과연 규남은 이 초인을 어떻게 무찌를까? 아니면 무찌르지 못한다면 규남이 죽고 초인이 살까? 마지막 결말에서 나오고, 또한 반전식의 그림도 있으니 마지막은 그래도 볼만한 게 아닌가 싶다. 진정한 초능력자를 보게 됐으니 말이다.
'초인과 비초인' 대결 구도 속, 이야기의 힘이 빠진 <초능력자>
그런데 영화를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이 영화는 그렇게 솔리드하면서 소위 잘 빠진 영화가 아닌 느낌이다. 우선 플롯은 철처히 초인과 비초인 규남의 대결에 맞추어져 있고 이들의 동선을 좇으며 그림을 전개해 가는데, 그 어떤 SF적인 판타지 요소인 초능력자로서의 오락적인 재미와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단순히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조정하는 그림들은 마치 좀비물의 사람들의 행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웬지 그런 장면이 어설퍼 보인다는 거다. 물론 초인으로 분했던 강동원의 모습은 내내 눈에 힘주느라 힘들었겠지만 그의 우울하고 고뇌에 찬 파마머리에 다소 마른 몸매는 초인의 포스를 조금이나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캐릭터의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의 비주얼로 제대로 표출이 안 된 느낌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대결이 극의 긴장과 호러적 이미지의 충돌에서 두 외국인이 개입된 좌충우돌식 코미디는 꽤 이질감이 느껴져 극의 분위기를 깨는 요소가 되버렸다. 그러면서 초인과 규남을 어떻게든 만나게 하려는 작위적인 설정까지 엿보이는 등, 맨몸으로 돌격하는 열혈청년 규남이 초인과 맞서는 장면들은 심지어 공허하면서도 무언가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즉, 임팩트가 없다고 해야하나, 무언가 특별한 대결인 만큼 특별하게 다가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맹점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한데, 어찌보면 두 간지남의 가공할 매력으로 다가왔던 '초인과 비초인' 이라는 신선한 캐릭터의 대결구도는 이야기의 힘이 빠진 채 탄력을 받지 못하고 그려진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이 포스터 한 장으로 영화의 아쉬움을 달랜다.
결국 이야기에 좀더 힘이 실려 두 캐릭터를 더욱더 살리는 대결 구도였다면, 초인의 초능력도 제대로 발휘되며 일견 공감을 일으킬만한 영화는 무모하게 돌진했던 규남의 대결만이 공허함을 남기며 그저 그런 영화로 남았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이렇게 기대에 못 미쳐 공허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남자의 연기는 나름 호연임은 인정한다. 다만 그 연기의 발산이 제대로 극에 녹아나지 못한 연출의 문제임을 보게 되는데, 그래도 두 남자의 비주얼은 참 보기 좋더라. 개인적으로 영화 속 장면 중 위의 마지막 대결씬에서 저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니, 저 사진 한 장만이 이 영화를 뇌리에 남게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영화 제목처럼 초능력자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한 영화였지만, 정작 기대에는 못 미친 영화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그것은 바로 매력적인 두 남자를 영입하면서 흥행에도 초능력이 발휘돼 소위 '대박'을 치기에는 부족한 영화라 자평하고 싶다. 대신에 대박은 못 쳐도 소위 '쪽박' 찰 일은 없다. 두 남자의 간지 포스만으로 여성 관객들의 반 이상이 보러 간다면 영화는 나름 마지노선을 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영화적 연출이나 이야기의 힘 이런 것까지 바쳐주었다면 이 영화는 <괴물>처럼 대박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단지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초인 강동원이 분했던 필살기 눈빛의 에네르기파와 열혈청년 규남의 돌진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극장으로 고고씽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