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한정판 (디지팩)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 플래니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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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먼저 위의 포스터는 국내 영화팬들에게 꽤 인기 있는 영화 포스터중 하나다. 얼추 보면 소년인지 소녀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의 한 아이가 창문 너머에 귀를 대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한 아이는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로 응수하고 있다. 문구에서 대충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빛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다.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판타지 소재 중 하나인 사람의 피를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흡혈귀 바로 '뱀파이어'에 관한 영화다. 사실, 뱀파이어 소재는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 나오는 족족 이목을 집중시키며 수많은 판타지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중 이 작품도 하나다. 원래는 원작 소설이 있는 가운데, 2008년 11월 국내에 개봉하며 나름 센세이션을 일으킨 호러 영화다.

메이드 인 스웨덴판 서정적인 호러물, <렛 미 인>

그런데, 기존의 호러물 특히 뱀파이어 호러를 소재로 한 영화들 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헐리웃 류의 영화라면 비주얼에 치중해 뱀파이어의 모습부터 그들이 인간과 펼치는 액션 등 소위 휘황찬란하게 그렸을 법한 이야기는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꽤 낯선 스웨덴에서 만들어져 이목을 더욱더 집중시켰다. 이 영화를 연출한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도 그렇게 유명한 이도 아니거니와 여기 나오는 두 주인공 아이도 처음 보는 인물, 하지만 이들이 그려낸 뱀파이어 이야기는 꽤 낯설면서도 무언가 서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며 극을 묘하게 이끄는 힘을 발산한다. 배경도 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국인 '스웨덴'의 차디찬 겨울의 풍광 속에서 이들의 지고지순한 아니,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바로 2008 '렛미인'이다.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전세계를 매혹시킨 슬픈 사랑 이야기

못된 아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칼은 어느 눈 내리던 밤, 창백한 얼굴을 한 수수께끼의 소녀 이엘리를 만난다. 둘은 곧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되고, 어느 새 가슴 설레는 감정이 싹튼다. 하지만 이엘리의 등장 이후 마을에서 피가 모두 사라진 채 죽임 당하는 기이한 사건이 계속되고, 비상한 두뇌의 오스칼은 그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눈치 채는데...



이렇게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그것도 12살 난 한 소년과 소녀, 물론 소년 '오스칼'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자 학생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의 학교생활은 좋지 못하다. 소위 왕따를 당하며 외톨이 신세로 무언가 항상 고민에 찬 모습의 소년, 그런 소년 앞에 갑지가 나타난 창백한 얼굴을 한 소녀 이엘리, 이 소녀는 뱀파이어다. 왜 뱀파이어가 됐고 어떻게 지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소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 물론 소년 오스칼은 그런 소녀의 정체를 처음에는 모른 채 사귀게 되었지만 첨차 그 소녀의 이상한 매력에 빠져든다. 자신이 학교 생활에서 고민중인 왕따 문제에 대한 지침을 받는 등, 둘은 어느 새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 둘의 사랑이야기 속 '호러'

그런 와중에 마을에서는 한 구의 젊은 사체가 발견되고,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간다. 바로 소녀 이엘리와 그 소녀와 같이 사는 신원 미상의 한 남자, 그 남자는 피를 구하기 위해서 미드 '덱스터'에 나오는 덱스터처럼 사람을 매달아 피를 쏙 빼가는 괴물이다. 그 피를 자신의 딸 아니 이엘리한테 먹이려 한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이 마을은 사람이 하나 둘 죽어나간다. 물론 오스칼과 이엘리의 만남은 계속된다. 그러면서 이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감성이 우러나듯 서정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그에 걸맞는 음악이 깔리며 이들의 관계를 극대화 시키고 있는데, 스웨덴 특유의 깊게 쌓인 눈속의 겨울 풍광과 너무 잘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어떤 감성을 일깨운다.

이렇게 그들이 같이 하는 씬마다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흐른 가운데, 그 마을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죽인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 종국에는 위기에 처한 오스칼의 학교 친구들까지 해친 이엘리, 이 소녀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아니면 이 둘의 관계는 그렇게 계속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완성해 나갈 것일까? 그렇다. 이 영화는 헐리웃 시스템이 만들어 낸 수많은 뱀파이아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다. 소위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간의 사랑이란 독특한 소재를 담은 영화 '렛미인'은 그 어떤 판타지한 러브스토리다. 물론 이 러브스토리는 성인이 아닌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다.

서로 간 성장기의 약점을 알고 보듬어 주듯 외톨이 신세에 한없이 연약하기만 한 오스칼에게 이엘리는 세상의 전부이자 방패막이었고, 뱀파이어로 살아가며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없는 이엘리에게 오스칼은 인간에게 못 느꼈던 자신이 무언가 꼭 가지고 싶은 그 자체였다. 그것은 바로 오스칼은 학교폭력 등 괴롭힘에 대한 저항으로, 이엘리는 본연의 임무로 피를 찾아 나섬으로써 자신들의 가슴 아픈 사랑과 미래를 위해 잔혹한 선택의 기로에서 싸워나간다. 즉, 이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지낸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그림 속에는 소년과 소녀라는 아이콘이 등장해 서로 상호보완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물론 어찌보면 뻔하디 뻔한 뱀파이어 소재를 다룬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펼쳐낸 사랑이야기, 그것도 12살 소년과 소녀의 사랑의 이야기를 마치 한 폭의 눈 쌓인 수채화처럼 서정적인 감성을 자극하며 판타지 호러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것은 화면 내내 눈으로 뒤덮인 스톡홀롬의 배경과 함께 잔잔한 서정감이 드는 음악의 흐름만으도 이미 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이야기는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판타지 호러 기대작 '클로이 모레츠' 주연, <렛 미 인>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2년이 지나 올해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되어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바로 국내 개봉작에서 다소 얼빠진 히어로물이었던 <킥애스:영웅의 탄생>에서 오히려 찌질한 남자 주인공보다 극 중 '힛걸'로 분한 '클로이 모레츠'가 뜨며 수많은 삼촌팬들을 열광시켰던 그녀가 이 영화에 출연했다. 바로 헐리웃판 '렛미인'인 것인데, 감독은 전작 <클로버필드>에서 핸드헬드 기법으로 판타지 호러물의 '페이크 다규'를 선보인 '맷 브리스'가 연출과 각본까지 맡았다. 그래서 벌써부터 개봉을 앞두고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2010년판 '렛미인'.. 이미 2008년작에서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렛미인>이 호러영화로서는 드물게 처연한 정서로 마음을 움직였다면, 맷 리브스의 <렛미인>은 더 자극적이고 도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후문이다. 

또한 '맷 리브스' 감독은 영화의 배경시기인 1980년대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것에도 치중하며, 냉전 분위기가 팽배했던 그때 한 미국 소년의 마음은 어떻게 어두운 시대의 분위기에 영향받고 있었을지를 고민했다 등 내부적 심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전언이다. 즉 비주얼은 물론 그 어떤 내적 묘사에도 치중했다는 것인데, 물론 주인공 뱀파이어 소녀의 심리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이들의 그림은 스웨덴판처럼 서정적으로 한 소녀와 소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서정감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그릴 수도 있는 것이고, 여기 그 중심에는 '힛걸'에서 뱀파이어 소녀로 분한 '클로이 모레츠'가 있어 더욱더 관심이 가는 영화 2010 '렛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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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잼 - Exa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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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이 영화 <이그잼>은 정말 작정하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든 스릴러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시험이라는 문제를 던진 스릴러는 스스로 올가미에 갇혀버렸다. 일견 '큐브''쏘우'를 연상케하는 아니, 최근의 '애드리안 브로디'와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엑스페리먼트>를 그대로 차용한 듯한 느낌의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시험'이다.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감옥이라는 공간에 갇힌 이들을 시험 하듯이 여기 영화 '이그잼'도 아주 유명한 제약회사에 관문을 통과한 각양각색의 성인 8명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한 밀실 안에 갇힌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하얀 시험지, '문제는 하나고 답도 하나'라는 명제 앞에 제한된 시간 80분 안에 풀어야 하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이다. 대신에 시험 규칙이 있다.

첫째, 감독관과 경비에게 대화를 시도하지 말 것.
둘째, 자신의 시험지를 손상시키지 말 것.
셋째, 어떤 이유로든 이 방을 나가지 말 것.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시험지는 완전 백지상태로 그 어떤 문제도 답도 안 보인다. 이에 8명의 응시자들은 혼란에 빠지며, 이런 떡밥을 던진 의중을 파헤치기 위해서 그 안에서 이것저것 궁리하며 문제를 풀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하나 둘 시험의 규칙을 어기며 밀실을 나가게 되고, 급기야 이 8명중 문제 풀기에 선봉에 나선 한 남자로 인해 살인까지 벌어지며 이 시험장은 파국을 맞이하는데, 그런데 이런 전개된 과정들을 보면 스릴러 장르가 갖추어야 할 긴장감이 보이질 않는다. 분명 폐쇄된 밀실 공간이 주는 그 배경의 묵직함은 그냥 드라마적으로 일관하며 문제를 풀기 위한 장치로써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

밀실 안에 시험 소재, 스릴감 없는 문제 풀기 <이그잼>

더군다나 이 8명에게 각각 색깔의 이름을 부여하며 그 어떤 사람들의 심리나 상황을 대변했지만, 그 심리는 밀실에 갇쳐 공중에 떠 버렸다. 더군다나 차용된 스릴러의 장르는 마치 '쏘우'의 방식인데, 이게 그다지 스릴감이 없다. 쏘우는 워낙 잔혹한 살인 게임이기 때문이지만 여기 '이그잼'은 잔혹 대신 그 어떤 문제를 풀어나가는 동선이 없어 문제인 것이다. 즉, 스릴러로써 보는 이들을 쫓게 만드는 힘이 안 느껴진다. 결국에 제목처럼 '이그잼'은 문제를 풀려는 이들의 극적 긴장감보다는 왜 이들이 이런 문제에 봉착했는지에 대한 떡밥만 날렸다. 그래서 마지막 결말은 다소 어의가 없기도 한데, 회사의 방침이라고 자랑하듯이 툭 던져 버렸다.

물론 이 속에도 숨은 범인?은 있다. 마치 쏘우 1편의 마지막 반전처럼 말이다. 아무튼 강호는 나름 스릴러물을 좋아해서 본 영화인데, 많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관련 리뷰도 길게 쓰고 싶지 않은 게, 이 영화의 느낌은 강호 생각에 딱 이거다. 밀실에서 벌어진 그 시험이라는 소재가 극적 긴장감이 없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독관으로 초대했던 그 시험장을 신문이나 딴거 해도 괜찮을 시험장으로 만들어 버린 영화라는 점이다. 또한 마지막 반전도 어느 정도 예상된 그림이었고, 나름 저예산 영국산 스릴러가 이렇게 탄탄하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쉬운 영화가 되버렸다.

스릴러의 최대 관건인 극적 긴장감이라 놓고 봤을 때 영화에서 내건 시험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그것이 안 느껴졌다면, 이 제약회사가 내건 이번 시험의 난이도는 물론 퀼리티 또한 떨어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문제를 정말 내던가, 안 내가지고 묘하게 사람들을 궁지로 몰며 괴롭혔는지 차라리 이런 회사라면 취업 안해도 좋다. 물론 마지막 통과자만 좋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는 정말 뭥미?다. 물론 이를 지켜보며 감독관으로 초대된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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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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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의 유명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만들어내며 인기를 구가한 작품들이 있다. 바로 사회에 지친 강박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로 총 3부작 소설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국내에 유명하게 소개되며 일본의 문학상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한 <공중그네>가 바로 그것인데, 이 작품은 아직도 '오쿠다 히데오'를 대표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은 이 <공중그네>가 2부에 해당되고, 그 전에 1부가 <인 더 풀>이다. <인 더 풀> 또한 우리 주위에서 보는 평범한 사람들이 강박증 환자로 나와 이라부를 통한 치료기였다면, <공중그네>는 좀더 특정 분야 전문인을 환자로 설정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3부인 이번 <면장 선거>는 특정 분야에서 더 나아가 특수성을 더욱더 살리면서 사회에서 명망있는 실제 유명인을 소재로 소위 '공인'에 대한 풍자를 곁들인 작품이다. 표제작 '면장 선거'를 제외하고 나머지 3편의 이야기가 다 그러한데, 그럼 이들의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

세 편은 실제 유명인을 모델로 한 이야기, <면장 선거>

첫 번째 이야기 <구단주>는 일본에서 잘 나가는 78세의 고령의 노신사로 그는 전쟁시대를 대표하며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그런 인물이다. 실제 일본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사 대표이기도 하고, 일본 프로야구 인기구단 구단주이기도 한 이 노신사는 한마디로 제대로 된 사회 지도층 권력자다. 즉, 자신이 지금껏 해온 전력으로 이만큼 일본이 발전해 왔다는 옹고집의 아집이 강한 그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부터 권력의 종말을 의미하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일종의 패닉 장애와 강박을 겪는다.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며 폐쇠된 공간을 싫어하는 등 그는 그렇게 인생의 종말에서 위기 의식을 느끼며 '이라부'를 찾아가 치료를 받는다. 이라부의 치료 방식이나 응대에 마뜩잖고 버릇 없는 놈이라 홀대했지만 점점 더 그의 치료에 익숙해져 가는데, 과연 이 구단주는 그 어떤 패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까?

두 번째 이야기 <안퐁맨>은 일견 우리에 소개된 '호빵맨'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인데, 그렇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개릭터인 '안팡맨'을 연상시키는 여기 주인공의 별명으로 그의 성 '안포'에서 따온 것이다. 그래서 여기 30대의 젊은 주인공 '안포'는 한마디로 잘 나가는 IT업계의 총아로 견실한 기업가다. 아니, 견실하기 보다는 어떤 고생없이 쭉쭉 치고 나가며 성장해 온 소위 잘나가는 CEO 벤처 사업가다. 그러면서 안퐁맨은 그 어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해가는 극단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해오며 청년성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즉 문득문득 기억 상실에 걸리는데, 바로 일본의 글자 '히라가나'를 순간 못 쓰는 낭패를 겪는다. 이에 이라부를 찾아가 상담하며 급기야 유치원까지 찾아가 아이들과 같이 어울리며 치료를 하는데, 어떻게 그의 순간 기억 상실은 다시 돌아왔을까?

세 번째 이야기 <카리스마 직업>은 바로 연예계 이야기다. 젊은 배우는 아니지만 마흔을 넘기고도 변함없는 미모와 젊음을 자랑하는 여배우가 하나 있다. 그런데 그런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그녀는 항상 바쁘다. 즉, 남들한테 유명인으로써 잘 보이기 위해서 소위 뼈를 깍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견지하에, 오로지 자신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한 미용과 다이어트 문제에 병적으로 매달리며 이성을 잃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말 눈물겨울 수가 없는데, 결국 심적 고통에 이라부를 찾아가지만 그곳에서 이라부의 간호사인 '마유미'를 통해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여기서 바로 그간 안 알려졌던 마유미의 전력이 나오는데, 그녀는 바로 펑키 락밴드의 기타를 치며 자신의 표현했던 시크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 마유미가 속한 락밴드 공연을 보러 간 여배우는 그곳에 그 어떤 해방감을 찾는다.

네 번째 이야기 <면장 선거> 이 책의 표제작이도 한 이야기로,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바로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선거가 도심에서 펼치는 그런 선거가 아니라, 바로 작은 섬에서 펼쳐지는 선거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아주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어찌보면 더 공명정대할 그 작은 선거판이 그 섬의 내력이 이어오듯 양 진영으로 나뉜 채, 서로 흑색선전에다 돈 선거가 판을 친다. 이에 중간에 낀 도시에서 파견나온 24살의 젊지만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한 공무원의 눈을 통해 이들의 선거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우리의 이라부는 여기에 두 달간 파견나온 의사로 나와 그 또한 선거판에 개입돼 돈을 먹는 등, 이라부식의 멋진 호연을 펼친다. 양 진영을 왔다갔다 하며 선거 지원성 찬조 연설을 하는 등 말이다. 이렇게 양 진영이 혼탁한 선거에 치쳐갈 때쯤, 이들은 서로에게 눈을 뜨고 그 섬의 전통놀이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마지막에 작은 감동까지 선사하는 맛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맺는다.



이렇게 본 네 편의 이야기들을 간단히 살펴봤듯이 모두 사회성이 짙은 이야기들이다. 단순히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그 이야기에 담고 있는 메시지들이 묵직하다. 더군다나 앞에 세 이야기는 모두 일본의 실제 인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구단주>는 인기구단 구단주이자 요미우리 신문사 대표 '와타나베 쓰네오'를 모델로 삼으며, 이를 통해서 옹고집의 70대 후반 노신사의 권력의 정점을 들여다보면서 그가 느낀 인생의 종말에 대한 회한과 고통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펼쳐냈다. <안퐁맨>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벤처기업가 '라이브도어'의 대표였던 '호리에 다카후미'를 모델로 삼아 극단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어떤 강박을 보여주며 치료에는 유연함을 강조했다.

사회성이 짙은 '이라부'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면장선거>

또한 <카리스마 직업>에서 나오는 여배우 이야기는 바로 영화 <실낙원>의 여주인공을 맡은 '구로키 히토미'를 모델로 했다. 물론 실제 여배우가 여기 이야기처럼 그런 타입인지 몰라도, 적어도 인기 여배우라면 그 어떤 미용에 몰두하는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표제작 <면장 선거>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아닌 가공의 이야기지만, 의미하는 바는 실로 크다. 우리네 정치사회판을 주름잡고 그 어떤 정치적 행위로써 펼쳐지는 선거판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다. 이른바 흑색선전에 돈선거 특히 돈선거는 돋을 정도로 주고받는 게 가관도 아니다. 이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르는 젊은 공무원과 그를 치료하며 선거에 묘하게 개입된 이라부까지, 또 이를 지켜보는 시니컬한 마유미 간호사 등, 여기 인간 군상들은 그 쏠라닥질의 선거판에서 그렇게 묘하게 활약하며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만 봐도 이 소설은 정말 위트와 풍자로 가득한 사회소설이라 할 수 있다. 대신에 그 어떤 유명한 고전류 작품처럼 진중하거나 묵직한 것이 아니라 가벼운 터치로 재밌게 그리며 본질을 꿰뚫는 예리함까지 선보인다. 그것이 일종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유명인으로써 다가오는 그 어떤 강박증을 이라부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방관자로써 물러나 그들의 어깨에 얹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다. 심리적 패닉으로 몰리는 강박이란 게 어찌보면 신경정신 질환의 일종이지만 이렇게 쉽게 마음을 한풀 꺽고 내려 놓는다면 이를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라부식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상상이 빚어낸 치료법인 것이다.

아무튼 이번 '면장 선거'를 끝으로 이라부 시리즈 3부작은 모두 마무리됐다. 그런데 계속 이라부가 기달려지는 것은 왜일까.. 그와 함께 마유미도 그렇고, 그것은 아마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이라부를 찾아가 치료받을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다음 이라부 이야기를 막연히 기다려 본다. 무리하게 짧은 다리를 꼬꼬 앉은 그의 히죽거리는 모습과 마유미의 터질듯한 육감적인 가슴 계곡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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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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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못 미친 초능력자, 판타지와 드라마가 불균질해 이야기에 힘까지 빠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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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 After Shoc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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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자연재해 뒤 엇갈린 한 가족의 이야기속에 절제된 듯 잔잔한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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