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이그잼>은 정말 작정하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든 스릴러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시험이라는 문제를 던진 스릴러는 스스로 올가미에 갇혀버렸다. 일견 '큐브'와 '쏘우'를 연상케하는 아니, 최근의 '애드리안 브로디'와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엑스페리먼트>를 그대로 차용한 듯한 느낌의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시험'이다.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감옥이라는 공간에 갇힌 이들을 시험 하듯이 여기 영화 '이그잼'도 아주 유명한 제약회사에 관문을 통과한 각양각색의 성인 8명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한 밀실 안에 갇힌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하얀 시험지, '문제는 하나고 답도 하나'라는 명제 앞에 제한된 시간 80분 안에 풀어야 하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이다. 대신에 시험 규칙이 있다.
첫째, 감독관과 경비에게 대화를 시도하지 말 것.
둘째, 자신의 시험지를 손상시키지 말 것.
셋째, 어떤 이유로든 이 방을 나가지 말 것.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시험지는 완전 백지상태로 그 어떤 문제도 답도 안 보인다. 이에 8명의 응시자들은 혼란에 빠지며, 이런 떡밥을 던진 의중을 파헤치기 위해서 그 안에서 이것저것 궁리하며 문제를 풀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하나 둘 시험의 규칙을 어기며 밀실을 나가게 되고, 급기야 이 8명중 문제 풀기에 선봉에 나선 한 남자로 인해 살인까지 벌어지며 이 시험장은 파국을 맞이하는데, 그런데 이런 전개된 과정들을 보면 스릴러 장르가 갖추어야 할 긴장감이 보이질 않는다. 분명 폐쇄된 밀실 공간이 주는 그 배경의 묵직함은 그냥 드라마적으로 일관하며 문제를 풀기 위한 장치로써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
밀실 안에 시험 소재, 스릴감 없는 문제 풀기 <이그잼>
더군다나 이 8명에게 각각 색깔의 이름을 부여하며 그 어떤 사람들의 심리나 상황을 대변했지만, 그 심리는 밀실에 갇쳐 공중에 떠 버렸다. 더군다나 차용된 스릴러의 장르는 마치 '쏘우'의 방식인데, 이게 그다지 스릴감이 없다. 쏘우는 워낙 잔혹한 살인 게임이기 때문이지만 여기 '이그잼'은 잔혹 대신 그 어떤 문제를 풀어나가는 동선이 없어 문제인 것이다. 즉, 스릴러로써 보는 이들을 쫓게 만드는 힘이 안 느껴진다. 결국에 제목처럼 '이그잼'은 문제를 풀려는 이들의 극적 긴장감보다는 왜 이들이 이런 문제에 봉착했는지에 대한 떡밥만 날렸다. 그래서 마지막 결말은 다소 어의가 없기도 한데, 회사의 방침이라고 자랑하듯이 툭 던져 버렸다.
물론 이 속에도 숨은 범인?은 있다. 마치 쏘우 1편의 마지막 반전처럼 말이다. 아무튼 강호는 나름 스릴러물을 좋아해서 본 영화인데, 많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관련 리뷰도 길게 쓰고 싶지 않은 게, 이 영화의 느낌은 강호 생각에 딱 이거다. 밀실에서 벌어진 그 시험이라는 소재가 극적 긴장감이 없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독관으로 초대했던 그 시험장을 신문이나 딴거 해도 괜찮을 시험장으로 만들어 버린 영화라는 점이다. 또한 마지막 반전도 어느 정도 예상된 그림이었고, 나름 저예산 영국산 스릴러가 이렇게 탄탄하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쉬운 영화가 되버렸다.
스릴러의 최대 관건인 극적 긴장감이라 놓고 봤을 때 영화에서 내건 시험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그것이 안 느껴졌다면, 이 제약회사가 내건 이번 시험의 난이도는 물론 퀼리티 또한 떨어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문제를 정말 내던가, 안 내가지고 묘하게 사람들을 궁지로 몰며 괴롭혔는지 차라리 이런 회사라면 취업 안해도 좋다. 물론 마지막 통과자만 좋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는 정말 뭥미?다. 물론 이를 지켜보며 감독관으로 초대된 관객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