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폭설로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이때,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처럼 사실 책 읽기에 좋은 계절도 없다. 추우면 추울스록 움츠러드는 게 다반사, 그럴 때일수록 한시름 고민을 털어버리고 활자가 주는 매력에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자체 하나만으로 그건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지적 쾌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강호의 주력?답게 책 소개를 해볼까 한다. 하나는 블로그의 방명록을 통해서 책 컨텍이 들어와 받게 된 인도 여행서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와 또 하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꿈의 도시>로 알라딘 적립금이 만료되는 것이 있어 이참에 구하게 됐다. 간단히 두 권의 책을 소개해 본다.



사실 강호는 여행서같은 기행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 별로 땡기지 않는다. 그냥 여행자가 자신의 여행담을 기록한 게 나와 별 상관이 없어서일까? 하지만 이런 여행서들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지 오래되었다. 섣불리 무시할만한 그런 류의 책은 결코 아니다. 그럼 이 책은 무엇일까? 제목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에서 나와 있듯이 인도 여행서라 보면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여행서와 좀 다른 느낌이다. 부제목 '백년의 고독, 천녀의 사랑'이라는 표현이 주듯이 무언가 문학적 수사가 한껏 느껴지는 여행서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인도 여행서가 아니다. 책 소개에도 보면은..

인도 여행서 보다 포토 감성에세이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영화감독 이사강, 포토그래퍼 김태환, 설치미술가 유쥬쥬 3인의 인도여행기라 말하면서 사진, 글, 그림, 공예와 함께 3명의 작가들이 그려내는 각자의 눈으로 본 세상을 담았다고 한다. 즉 보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모습들을 인도의 공간, 인물, 감정, 예술, 추상을 통해 각기 다른 3명의 시각으로 전하는데, 저자들은 인도에 다녀오면서 인생을 보는 눈,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특히 영화감독 이사강은 '크리에이터로 사는 법'을 조언하고, 포토그래터 김태환은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법'을 얘기하며, 설치미술가 유쥬쥬는 '아티스트적 영감을 얻는 법'을 알려준다는 설명이다. 즉 세 사람이 인도 여행을 통해서 얻은 영감을 이 책에 담고 있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티스트 3인이 인도에서 길어올린 예술적 영감이며 의미있는 작은 행복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책 구성도 글만이 있는 것이 아닌 올 컬러 사진과 화보의 조화 속에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하다. 여러 말이 필요 없다. 감성이 메마른 자들이여, 포토북처럼 생긴 이 한 권으로 인도의 여행길은 물론 포토 에세이로 당신의 감성적 영감을 일깨워보자.
 



또 한 권의 책은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꿈의 도시>다. '오쿠다 히데오'하면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일본의 유명한 작가다. 이미 강호도 다 읽어 봤었고, 그가 창조해낸 괴짜의사 '이라부'가 삶에 지쳐 강박증에 시달린 현대인들을 치료하며 제대로 풍자와 유머를 선사한 시리즈 '공중그네', '인더풀', '면장선거'는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또 좌충우돌 지로네 가족사를 통한 사회소설로 손색이 없었던 <남쪽으로 튀어>와 히데오의 자전적 소설인 <스무 살 도쿄>까지, 이외에도 그의 인기작품은 많고 나오는 족족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번에 은행나무에서 신작 <꿈의 도시>를 출간했는데, 책이 좀 두껍다. 600여 페이지가 넘는 게 일반 소설책이 300여 페이지니까 두 권을 합쳐놨다 보면 편할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꿈의 도시>, 이번엔 모든 게 집대성되었다.

<꿈의 도시>의 내용은 가상의 지방 도시 '유메노'에 살고 있는 성별, 나이, 직업, 주변 환경, 가치관 등이 전혀 다른 다섯 주인공의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는 다섯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소설의 무대는 세 개의 작은 도시가 합병해서 탄생한 인구 12만의 지방 도시 유메노. 야심차게 꿈을 가득 안고 태어났지만 실상은 참혹하다. 중심가의 드림타운은 인근 대형 쇼핑센터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나 노인들만이 지키고 있는 유메노. 그곳에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평범하게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바로 이렇게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군상극'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그러면서 소설은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면서 진행되고, 오쿠다 히데오의 압도적인 심리 묘사를 바탕으로 각 인물들은 각자의 '매력적인 우울함'을 발산한다는 설명이다. 즉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내면서 뒤로 얽혀 있는 그들의 미묘한 관계가 차츰 밝혀지면서 충격적인 라스트씬까지 선보인다. 그래서 600여 페이지가 전혀 지루하지 않는 폭발하는 스토리, 스피드한 전개 등 오쿠다 히데오의 진면목을 제대로 집대성한 최신 걸작 소설이라는 평가다.

이러니 강호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안 읽을 수 있겠는가? 여러 말이 필요없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장편소설 <꿈의 도시>, 이 꿈의 도시 '유메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목처럼 그 도시의 꿈은 길몽이었는지 악몽이었는지 읽어보면 알 것이다. 1월에 곧바로 달려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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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2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권은 중국 개혁개방 시절 청년 이광두의 연애담과 사업 성공기가 재밌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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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 The Yellow Se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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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추격자가 된 이들의 광기 액션은 볼만했지만 이야기 스릴러는 아쉬웠던 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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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2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현대문학에서 나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젊은 작가 '위화'의 대표적인 작품 <형제>를 지금 강호는 읽고 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장편소설은 일반소설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마치 위화의 전작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 권짜리 소설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를 소위 짬뽕해 놓은 듯이 위트와 풍자는 물론 중국 현대사에서 중국 인민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고단한 쏠라닥질 같은 삶을 버티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그 어떤 간극에 대한 이야기가 대서사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기에 이 '형제'라는 장편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즉 단순한 이야기라 치부할 수 없는 그 속에서 인간군상에 대한 고찰과 광기로 억압된 처절한 운명의 시대를 보게 된다.

형제 2편은 청년 이광두의 청춘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1권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 요약을 했지만 다시 간단히 줄이면 1960년대 중반 시작된 문화대혁명 격변기 속에서 7살 된 어린 소년 '이광두'와 배다른 형제였던 '송강', 이들의 처절한 가족사가 펼치지며 계급의 적으로 몰려 아버지를 잃고, 15세가 될 때까지 교차 편집해 이들의 동선을 좇는다. 그러면서 10대 시절 변소간에서 다섯 여자의 엉덩이를 본 죄로 그는 '엉덩이 대왕'이라 불리며 동네 '류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그 소스로 마음껏 그 비싼 '삼선탕면'을 원없이 먹었던 당찬 녀석이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성(性)에 눈을 떴던 소년 광두, 이렇게 개차반같은 광두도 병으로 어머니마저 잃자 그는 송강과 함께 목놓아 울었다. 이제는 천애고아가 된 두 형제는 따로 헤어져 살게 되면서 그들은 그 어떤 운명의 파고를 맞게 되는데, 그 다음의 이야기가 2편에서 펼쳐진다. 2편은 바로 그들의 20대 청년 시절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잠깐 빠져보자.



때는 바야흐로 문화대혁명이 막 끝나고,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될 무렵 70년대말 80년대 초다. 10년을 떨어져 살았던 광두와 송강은 다시 만난다. 송강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송강이 광두를 찾아온 것이다. 이때부터 그들은 친형제처럼 같이 산다. 그래서 먹고 살아야 하기에 민정국에 일하는 '도청' 국장의 소개로 송강은 금속공장에 취직되고, 광두는 복지공장에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광두는 그곳에서 소위 짱을 먹는다. 열네 명으로 구성된 장애인들 절름발이, 정신지체자, 귀머거리, 맹인을 거느리고 그들의 충성심을 받아 공장장이 된 것이다. 송강은 류작가 밑에서 문학으로 이야기를 트고, 그러다 그의 필력을 시기한 류작가가 송강을 해하려다 광두에게 엄청 얻어 터지고, 광두는 송강을 보호하는 망나니처럼 군다. 마치 수호지에 나오는 흑선풍 이규처럼 말이다. ㅎ

이광두의 손자병법식 재미난 연애 공략기, 승자는 송강이었다.

그러면서 광두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바로 자신이 열네 살 때 변소간에서 본 다섯 명의 여자 엉덩이 중 가장 찰지고 예쁘게 본 임홍이 이젠 다 큰 처자가 된 거, 그는 눈이 돌아간다. 아니 그녀를 갖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송강을 제갈량같은 책사로 고용, 그녀 공략법에 나선다. 그러면서 송강이 읽었던 손자병법을 이용해 연애 공략기에 들어간다. 이른바 '방고측격, 단독직입, 병림성하, 심입적후, 사전난타'라는 이 다섯 가지 기술로 매번 그녀를 공략하지만 실패한다. 심지어 이런 공략 전에 아이들에게 구애 전도사를 시켰다가 아이들이 '연애'라는 말이 생각이 안나 '성교하고 싶데요'를 내뱉어 진작부터 꼬인 광두였다. 그러니 임홍에 눈에 광두가 미친 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니, 그 옛날 자신의 엉덩이를 본 것만 해도 치가 떨리니 그의 구애를 받아 들일리가 만무하다.

대신에 임홍은 광두의 배다른 형제 송강에게 마음이 간다. 다소 말랐지만 이 키 크고 잘 생긴 송강에게 눈이 간 거. 그때부터 임홍은 송강을 점찍고 직접 자신이 구애에 나서는 등 적극적이다. 하지만 송강은 광두와 맺은 형제의 의리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자신도 임홍을 좋아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만 고심이 많다. 결국 자살까지 결심한 송강을 보고 이를 구한 광두는 포기하기에 이르고, 청춘남녀의 삐리리가 어떻게 막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에, 송강과 임홍은 전격적으로 연인 사이를 선포하고 사귀기 시작해 결혼까지 골인한다. 광두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고, 그는 그렇게 송강에게 임홍을 보내며 못내 아쉬워하며 정관수술(결찰)을 감행한다. 즉 내 여자 임홍을 놓쳤으니 차후에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고 살지 않겠다는 충절과 지조의 뜻이라나.. 뭐라나.. ㅎ 아무튼 광두의 연애담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 광두는 5년 안에 복지공장을 류진에서 제일 많이 이윤을 남기는 공장으로 만들더니, 도리어 공장장을 사퇴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인 '의류가공' 사업을 해보겠며 그 동네에 잘 나가는 상인들인 동 철장, 장 재봉, 관 가새, 여 뽑치, 왕 케키, 소씨 아줌마까지 끌어들여 소위 창업자금 조달을 하는데, 다들 저마다 옷의 부위를 하나씩 맡아 바지, 와이셔츠, 러닝셔츠, 팬티, 양말, 브래지어의 상표는 자기 것으로 해달라며 꿈에 부푼다. 이에 돈을 안고 상해를 간 광두는 갑자기 깜깜 무소식이다. 여섯 명의 동업자들이 그 큰 돈을 맡겼기에 애가 타고 속이 타들어가 가는 건 당연지사, 급기야 석 달이 돼서야 돌아온 광두, 그는 완전 거지꼴에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즉, 다 말아 먹은 것이다. 이에 다섯 남자는 그를 비오는 날에 먼지나듯 개패듯 패며 화풀이를 한다. 내 돈 내놓라는 것인데, 광두는 이에 걱정하지 말라며 나중에 배로 갚을 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된 광두는 당장 입에 풀칠하기가 급해 다시 복지공장 공장장으로 복귀를 민정국에 신청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도청이 하는 말, '아니 자기 마음대로 나갈때는 언제고 이젠 궁해지니까 다시 들어오냐며, 어디 국가기관이 니 꼴리는 대로 하는 데가 아니다'며 보낸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광두가 아니다. 바로 현 민정국 정부 청사 앞에서 연좌 1인시위에 바로 들어간다. '나를 다시 앉혀 주지 않으면 여기서 늙어 죽을 때까지 있겠다'는 각오는 그는 버틴 것이다. 하지만 배고픔은 물밀듯이 밀려오니 지나가는 송강이 그것을 보고 안쓰러워 자신의 돈과 배식표를 주며 광두를 돕는다. 나중에는 임청이 싸준 도시락까지 나눠 먹으며 형제애를 과시하는데, 이를 눈치 챈 임홍은 그런 녀석과는 만나지도 말고 광두를 돕지 말라 한다. 이에 천상 애처가 스타일의 송강은 우선 광두와 거리를 두고 당분간 의절키로 한다.

이광두의 폐품사업 성공기, 우연이 필연이 된 고물사업으로 갑부되다.

그러면서 그 옛날 신하가 무슨 큰 죄를 짓고 대정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하듯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버틴 광두, 이를 안쓰러워 보다 못한 인민들이 자기 집에 있는 고철 덩어리와 신문지와 폐품들을 가져다 광두 면전 앞에 쌓아 놓는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면서 산을 이룰 정도로 쌓이자 광두는 이때부터 이 폐품을 팔면서 사업을 한다. 바로 고물사업으로 나름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에게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는데, 그 예전 여섯 사람에게 빚도 갚게 되면서 고물 사업은 4년여간 날로 번창하고, 이를 보다 못한 현 정부가 광두에게 당장 나가라고 하면서 공장장으로 복귀하라고 하자, 이제는 때가 늦었다며 난 내 길을 갈 거라며 청사 맞은 편 빈 건물에 세를 얻어 '이기(李記)수집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이광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본에까지 건너가 폐품의류를 다량으로 가져와 특히 폐품양복을 수집해 대량으로 류진에 풀면서 그는 일약 갑부로 스타덤에 오른다. 소위 광두가 가져온 양복을 안 입고선 류진의 남자들은 거리에서 활보를 못 할 정도로, 그 양복 안감에 써있는 일본 가문의 명성을 서로 대고 위시대며 그들은 그렇게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 폐품의류 사업에 투자한 여 뽑치와 왕 케키는 지분 투자로 얻은 이익 배당으로 큰 돈을 만졌고, 광두에게 지난 과거의 실패로 투자를 안한 동 철장과 관 가새, 장 재봉과 소씨 아줌마는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광두의 사업 확장은 넓혀지면서 그는 지주회사 설립까지 하며 여 뽑치와 왕 케키를 이사로 앉힌다. 그리고 상해로 또 사업차 건너가 광두는 류진으로 돌아올 때 한순간도 벗지 않고 계속 입고 있었던 누더기 중산복을 과감히 벗고, 빨간색 산타나 세단과 함께 검은색 이태리제 아르나미 양복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난다. 어디 당의 고위급 간부처럼 나타나니 사람들은 깜놀한다. '저게 누구 랑께? 아니 광두 아니여.." 그렇다. 이광두는 이제서야 갑부티를 제대로 내며 류진으로 다시 입성한 것이다. 그 옛날의 싼티나고 개후레자식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이렇게 2편의 이야기는 청년 이광두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다. 배다른 형제 송강과 다시 만나 같이 지내면서 류진에서 잘 나가고 가장 예쁜 처자 임홍을 사이에 두고 셋 청춘의 솔직한 연애담을 그려냈고, 그 승자는 송강에 돌아간 후 광두는 복지공장에서 열심히 일해 공을 세우고 자진 사퇴해 자기 사업을 할려다가 한번 말아먹고, 다시 공장으로 복귀하려다 안 받아 주니까 그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다가 사람들이 아름아름 준 폐품이 쌓이자 고물사업을 하면서 성공하게 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에까지 가서 폐품의류로 더 크게 돈을 벌고, 급기야 지주회사까지 설립해 명실상부 배포가 큰 사업가로 성공한 것이 2편까지 이야기다.

3편은 초특급 갑부가 된 이광두의 중년기다.

이렇게 놓고보니 그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없이 쑥쑥 사업이 잘 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폐품 수집이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부 청사 앞에서 연좌시위를 할 정도로 그는 그렇게 깡다구 하나로 버티며 버는 만큼 빚진 만큼 제대로 사람들에게 돌려주었다. 더군다나 당시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서 그는 분명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광두는 예전의 그런 개후레자식이 아니다. 과연 위풍당당하게 초특급 갑부로 성장한 그의 중년기는 어떤 삶이 기다릴지 그 마지막 이야기는 3편에서 이어진다.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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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 The Yellow Se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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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또 하나의 영화가 화두다. 바로 2년 전 하드보일드풍의 스릴러로 인기를 구가했던 영화 <추격자>, 그 감독과 그 배우들이 의기 투합해서 다시 만든 영화가 바로 <황해>다. 나홍진 감독에 김윤석과 하정우 주연 그대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안 봐도 비디오라며 '추격자2'라고 불릴 정도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실제 장르도 같은 범죄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황해'의 느낌과 구도는 '추격자'와 사뭇 다르다. '추격자'가 어떤 단일 구도로 쫓고 쫓는 자 딱 두 명으로 몰아가며 몰입감을 준 반면에, '황해'의 몰입감은 그 성정부터가 달랐으니 구도 또한 단일하지 않게, 2시간 반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중반으로 딱 나누었을 때 다소 때꾼한 대비감을 주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세 남자가 만든 영화 <황해>

앞 부분이 드라마적으로 흐르면서 이야기의 개연성과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중반 이후는 상황이 다소 꼬이게 만들어 산만함과 동시에 애매모호한 전개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꼬약꼬약하게 만들었다. 왜 영화가 그렇게 '절충이나 조화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본다면 이것은 감독의 의도된 연출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그것은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어떤 원초적인 힘을 믿는 그만의 기법과 주연 배우들의 호연에 있었으니 특히 김윤석의 미친 원시적인 광기의 도끼질은 이 영화를 이상하게 빛내주는 시퀀스였다. 물론 이런 잔혹한 슬래셔를 못보는 사람들에겐 깔그장한 장면들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백미는 수많은 칼질도 남지만 아주 먼 옛날 원시인들이 사냥할 때 보여준 도끼질처럼 근저에 깔린 폭력성에 탄성을 자아내니 영화 '황해'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황해를 건너 온 남자, 모두가 그를 쫒는다!

연변에서 택시를 모는 구남(하정우)은 빚더미에 쌓여 구질구질한 일상을 살아간다.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내는 6개월째 소식이 없고, 돈을 불리기 위해 마작판에 드나들지만 항상 잃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청부업자 면가(김윤석)에게서 한국 가서 사람 한 명 죽이고 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절박한 현실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남은 빚을 갚기 위해, 그리고 아내를 만나기 위해 황해를 건넌다. 매서운 바다를 건너 서울로 온 구남은 틈틈이 살인의 기회를 노리면서 동시에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 앞에서 목표물이 살해 당하는 것을 목격한 구남은 살인자 누명을 쓴 채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친다. 한편 청부살인을 의뢰한 태원(조성하)은 모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구남을 처리하려 하고, 연변에 있던 면가 또한 황해를 건너와 구남을 쫓기 시작하는데…



영화의 시작은 좋은 편이다. 어디 시사보도 채널에서 자주 봐온 연변의 조선족들의 모습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내듯 그려진다. 복잡하고 깔끔하지 못한 시내 전경과 삶의 고단함과 찌든 모습으로 일터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중에 김구남(하정우)은 삶의 희망이 없다. 택시 드라이버지만 돈은 없고, 아내는 돈 벌러 한국으로 가고 오지 않자, 자신을 버리고 어느 놈과 불륜을 할거라는 그런 악몽을 꾼다. 그렇게 삶은 피폐해져 마작판에서 굴러먹는 그런 남자 구남, 그런 그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그를 지켜보던 면정학(김윤성)이라 불리는 조선족 뒷골목 세계의 오야봉 일명 '면가'가 그에게 '저 개들처럼 쳐맞고 살지 말라'며 거한 제안을 하나 한다. "구남아, 한국 가 사람 하나 죽이고 오라" 면서 말이다. 이에 어이없어 하는 구남은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의 삶의 돌파구로 돈도 받고, 아내도 찾을겸 한국행을 감행한다. 바로 면가가 죽이라고 한 '김승현'의 엄지 손가락을 가져오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 중반까지 살인과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구남'의 이야기

한국으로 밀항은 그렇게 편하지 못했다. 그래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99-1'라는 주소 하나 딸랑 들고 서울까지 온 구남, 그때부터 그 주소지에 있는 빌딩을 소위 정찰한다. 목표물을 알아내고 그 타겟을 몇 날 며칠을 밖에서 예의주시하는데, 하지만 사람 죽이는 건 처음 해보는 일인데다 엄지 손가락까지 잘라야 하니, 그에게는 곤욕이 아닐 수 없고 기한 내까지 일을 마무리 질려면 초조함이 밀려 올 뿐이다. 그러다 범행을 시도하려던 그날 새벽,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조선족 2명이 그 빌딩에 먼저 들어가 김사장을 죽이려 하는 것을 본 구남, 이어서 밖에서 대기중이던 운전기사까지 빌딩에 잠입,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본 구남도 그 빌딩에 들어 갔다가 운전기사가 김사장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다. 구남은 필사적으로 그놈과 싸워서 물리치고 결국 죽은 김사장의 엄지손가락을 잘라낸다. 그리고 밖에서 울리는 싸이렌 소리, 그가 살인자로 몰리는 순간이기에 그는 그곳을 탈출하면서 인생은 단단히 꼬여버린다. 바로 살인혐의로 전국에 지명수배가 떨어진 거. 이때부터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중반까지 2시간 반의 긴 런닝타임에서 한 시간여 정도를 이 부분에 할애했다. 다른 인물은 전혀 보여주지 않은 채 오직 구남만의 동선을 쫓으며 그가 어떻게 살인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며 그의 초조한 심리 상태와 한 인간이 궁지에 몰린 극단의 상황을 보여준 드라마적 전개로 나름 눈길을 끌었다. 즉 영화적으로 의도된 연출이 아닌, 실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소위 초짜가 갖는 자연스런 상황 전개 등이 와 닿는다. 그런데 문제가 이제부터 터진다. 바로 살인용의자로 몰린 구남이 쫓기면서 하나 둘 스토리가 산만하게 꽉 조이지 못하고 전개가 된다.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구남은 어찌됐든 누명을 벗고 싶어 사투를 벌이지만, 힘도 빽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조선족 출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기일 내에 배를 타서 다시 연변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그에게 지상최대의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김사장이 죽은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 되면서 또 다른 인물이 전면에 나선다. 바로 죽은 김사장과 막역한 사이로 형 동생하며 지냈던 김태원(조성하)이라는 인물, 그는 말쑥한 양복차림에 젠틀한 신사처럼 굴지만 실은 조직폭력배를 거느린 무서운 남자로 그가 이번 청부살인사건의 주범이다. 즉 그가 김사장을 죽이라고 시킨 것인데,-(이건 스포가 아니다)- 이게 조용히 처리됐어야 할 일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이슈화되자 증거인멸을 위해서 조선족 용의자 '구남'을 제거하라 지시한다. 경찰의 포위망도 뚫어야 하고, 조직폭력배의 집요한 추적도 벗어나야 하는 구남에게 있어 일은 단단히 꼬여만 간다.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그는 그렇게 극단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구남'을 잡으려는 중반 이후의 이야기 전개는 꼬여만 갔다.

그러면서 여기 또 하나의 인물 바로 연변에서 구남에게 사람 하나 죽이고 오라고 지시한 면가가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것이다. 면가도 또 다른 거래, 즉 태원이 구남을 추적하면서 일이 꼬이자 이 소식을 접한 면가가 직접 황해를 건너 온 거. 자신이 거느린 야만인들 같은 조직을 대거 대동하고 손에 도끼 하나씩 들고서 무람없이 굴며 위세를 떤다. 그러면서 나도 구남을 찾아야 하고, 그를 죽여줄테니 돈을 달라는 요구에 둘은 그렇게 협상같은 거래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타겟인 '구남'을 두고서 벌인 거래는 이들의 조직이 서로간에 동상이몽을 꿈꾼 채, 서로의 힘을 과시하듯 칼질과 도끼질의 향연을 보여주며 광포한 현장을 만들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며 이들은 극단을 향해 달려간다.

과연 구남은 살인혐의를 벗고, 아니 벗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을 탈출해 무사히 연변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자신을 이 지경까지 만든 면가를 그는 두고만 볼 것인가? 또 서울의 조직폭력배와 조선족 폭력배 두 세력 간에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되고, 아니면 누가 죽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은 후반에 미친 광기를 보여준 그들에게 답이 있다. 이렇게 영화는 어찌보면 단순한 구도다. 어렵게 살며 삶이 피폐해진 한 남자가 궁지에 몰리자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살인은 안 했지만 현장에서 엄지손가락을 자른 뒤 살인용의자로 몰리며 도망자 신세가 된 남자의 이야기, 그 속에서 이 남자를 쫓는 두 조직폭력배들의 사람 잡기 거래로 인한 싸움과 미친 광기를 보여준 이들의 그림에서, 과연 주인공 구남이 사느냐 죽느냐가 관건일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결말 때문에 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전개된 구도를 봤을 때 퍼즐 조각을 맞추듯 딱딱 들어맞지 않는 이상한 괴리감을 준다. 그렇다고 2시간 반이라는 긴 런닝타임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그렇게 지루한 감은 없다. 특히나 중반 이후에는 눈을 떼지 못하게 과도한 칼질과 도끼질이 솔찮아 적절한 근저의 쾌감 유지를 해준다. 그리고 중반 전까지는 오로지 구남에게 초점이 맞춰져 그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까 하는 동선을 쫓게 하고, 살인용의자로 도망자 신세가 된 그의 심경과 상황 묘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치 영화 '도망자'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림들은 중반 이후 갑자기 스토리가 크게 벌어진 것처럼 유기적으로 잘 조화가 되지 못하고 산만한 느낌마저 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쉬움을 남겼다.  

액션의 스릴감은 좋지만, 이야기적 스릴감이 아쉬운 영화 <황해>

2시간 반에서 30분을 잘라내 2시간에 더 내밀하게 담아냈다면 모를까.. 나홍진 감독이 의도한 대로 액션과 긴박감 넘치는 스릴은 차치하더라도 내용 전개의 무게를 배분하는데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제작비 100억대가 투입되고, 촬영 기간 300일 이라는 긴 시간동안 만들어내며 고생한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특히 자동차 추격씬과 충돌씬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나름 임팩트있게 그려내며 제대로 된 사실적인 연출이었고, 올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하드고어류 슬래셔급 영화 '악마를 보았다'처럼 과도한 살인적 액션의 시퀀스도 좋았다. 칼질과 도끼질,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뼈다귀로 내리찍으며 사람을 몇몇 죽이는 면가의 모습은 정말 한 편의 원시적이고 광포한 예술을 보는 듯 해서 쾌감을 자아내게 했다.

아무튼 이 영화 <황해>는 전작 '추격자'의 아우라 때문이라도 좋든 싫든 자신들의 또 다른 영화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평들 또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전작 '추격자'를 누를 만큼 임팩트했다, 눈에 떼지 못할 정도로 재밌었다, 하지만 내용도 없고 스릴도 없었다, 스토리가 산만해 중반 이후 너무 어이가 없다. 마지막 결말은 또 뭥미?까지.. 말들이 많다. 그리고 강호도 이중 어느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의론이 있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추격자2'가 될지도 모른다는 중의적 의미의 이 영화 '황해'는 나름 볼만하긴 했지만, 범죄 스릴러로써 단단히 조이지 못한 이야기의 힘이 빠진 느낌은 있다.

하지만 영화 '악보'때처럼 고어류 액션의 시퀀스는 극 사실주의를 보여주듯 인간 근저에 깔린 폭력성을 보이며 시선을 끌기도 했으니, 나름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대신에 단단히 조이지 못한 이야기적 측면의 스릴러 장르로써 아쉬움이 계속 남을 뿐이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고 개인적인 의론이지만 전작 '추격자'에서 김윤석이 "니 4885지?"의 대사가 뇌리에 남듯, 이 '황해'에서는 "니 한국 가 사람 하나 죽이고 온나"가 남을 듯 싶다. 왜냐? 이것이 이 영화의 열쇠이자 모든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대사는 입가에 당분간 맴돌 것 같다. 구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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