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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2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현대문학에서 나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젊은 작가 '위화'의 대표적인 작품 <형제>를 지금 강호는 읽고 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장편소설은 일반소설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마치 위화의 전작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 권짜리 소설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를 소위 짬뽕해 놓은 듯이 위트와 풍자는 물론 중국 현대사에서 중국 인민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고단한 쏠라닥질 같은 삶을 버티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그 어떤 간극에 대한 이야기가 대서사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기에 이 '형제'라는 장편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즉 단순한 이야기라 치부할 수 없는 그 속에서 인간군상에 대한 고찰과 광기로 억압된 처절한 운명의 시대를 보게 된다.
형제 2편은 청년 이광두의 청춘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1권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 요약을 했지만 다시 간단히 줄이면 1960년대 중반 시작된 문화대혁명 격변기 속에서 7살 된 어린 소년 '이광두'와 배다른 형제였던 '송강', 이들의 처절한 가족사가 펼치지며 계급의 적으로 몰려 아버지를 잃고, 15세가 될 때까지 교차 편집해 이들의 동선을 좇는다. 그러면서 10대 시절 변소간에서 다섯 여자의 엉덩이를 본 죄로 그는 '엉덩이 대왕'이라 불리며 동네 '류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그 소스로 마음껏 그 비싼 '삼선탕면'을 원없이 먹었던 당찬 녀석이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성(性)에 눈을 떴던 소년 광두, 이렇게 개차반같은 광두도 병으로 어머니마저 잃자 그는 송강과 함께 목놓아 울었다. 이제는 천애고아가 된 두 형제는 따로 헤어져 살게 되면서 그들은 그 어떤 운명의 파고를 맞게 되는데, 그 다음의 이야기가 2편에서 펼쳐진다. 2편은 바로 그들의 20대 청년 시절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잠깐 빠져보자.
때는 바야흐로 문화대혁명이 막 끝나고,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될 무렵 70년대말 80년대 초다. 10년을 떨어져 살았던 광두와 송강은 다시 만난다. 송강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송강이 광두를 찾아온 것이다. 이때부터 그들은 친형제처럼 같이 산다. 그래서 먹고 살아야 하기에 민정국에 일하는 '도청' 국장의 소개로 송강은 금속공장에 취직되고, 광두는 복지공장에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광두는 그곳에서 소위 짱을 먹는다. 열네 명으로 구성된 장애인들 절름발이, 정신지체자, 귀머거리, 맹인을 거느리고 그들의 충성심을 받아 공장장이 된 것이다. 송강은 류작가 밑에서 문학으로 이야기를 트고, 그러다 그의 필력을 시기한 류작가가 송강을 해하려다 광두에게 엄청 얻어 터지고, 광두는 송강을 보호하는 망나니처럼 군다. 마치 수호지에 나오는 흑선풍 이규처럼 말이다. ㅎ
이광두의 손자병법식 재미난 연애 공략기, 승자는 송강이었다.
그러면서 광두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바로 자신이 열네 살 때 변소간에서 본 다섯 명의 여자 엉덩이 중 가장 찰지고 예쁘게 본 임홍이 이젠 다 큰 처자가 된 거, 그는 눈이 돌아간다. 아니 그녀를 갖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송강을 제갈량같은 책사로 고용, 그녀 공략법에 나선다. 그러면서 송강이 읽었던 손자병법을 이용해 연애 공략기에 들어간다. 이른바 '방고측격, 단독직입, 병림성하, 심입적후, 사전난타'라는 이 다섯 가지 기술로 매번 그녀를 공략하지만 실패한다. 심지어 이런 공략 전에 아이들에게 구애 전도사를 시켰다가 아이들이 '연애'라는 말이 생각이 안나 '성교하고 싶데요'를 내뱉어 진작부터 꼬인 광두였다. 그러니 임홍에 눈에 광두가 미친 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니, 그 옛날 자신의 엉덩이를 본 것만 해도 치가 떨리니 그의 구애를 받아 들일리가 만무하다.
대신에 임홍은 광두의 배다른 형제 송강에게 마음이 간다. 다소 말랐지만 이 키 크고 잘 생긴 송강에게 눈이 간 거. 그때부터 임홍은 송강을 점찍고 직접 자신이 구애에 나서는 등 적극적이다. 하지만 송강은 광두와 맺은 형제의 의리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자신도 임홍을 좋아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만 고심이 많다. 결국 자살까지 결심한 송강을 보고 이를 구한 광두는 포기하기에 이르고, 청춘남녀의 삐리리가 어떻게 막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에, 송강과 임홍은 전격적으로 연인 사이를 선포하고 사귀기 시작해 결혼까지 골인한다. 광두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고, 그는 그렇게 송강에게 임홍을 보내며 못내 아쉬워하며 정관수술(결찰)을 감행한다. 즉 내 여자 임홍을 놓쳤으니 차후에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고 살지 않겠다는 충절과 지조의 뜻이라나.. 뭐라나.. ㅎ 아무튼 광두의 연애담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 광두는 5년 안에 복지공장을 류진에서 제일 많이 이윤을 남기는 공장으로 만들더니, 도리어 공장장을 사퇴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인 '의류가공' 사업을 해보겠며 그 동네에 잘 나가는 상인들인 동 철장, 장 재봉, 관 가새, 여 뽑치, 왕 케키, 소씨 아줌마까지 끌어들여 소위 창업자금 조달을 하는데, 다들 저마다 옷의 부위를 하나씩 맡아 바지, 와이셔츠, 러닝셔츠, 팬티, 양말, 브래지어의 상표는 자기 것으로 해달라며 꿈에 부푼다. 이에 돈을 안고 상해를 간 광두는 갑자기 깜깜 무소식이다. 여섯 명의 동업자들이 그 큰 돈을 맡겼기에 애가 타고 속이 타들어가 가는 건 당연지사, 급기야 석 달이 돼서야 돌아온 광두, 그는 완전 거지꼴에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즉, 다 말아 먹은 것이다. 이에 다섯 남자는 그를 비오는 날에 먼지나듯 개패듯 패며 화풀이를 한다. 내 돈 내놓라는 것인데, 광두는 이에 걱정하지 말라며 나중에 배로 갚을 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된 광두는 당장 입에 풀칠하기가 급해 다시 복지공장 공장장으로 복귀를 민정국에 신청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도청이 하는 말, '아니 자기 마음대로 나갈때는 언제고 이젠 궁해지니까 다시 들어오냐며, 어디 국가기관이 니 꼴리는 대로 하는 데가 아니다'며 보낸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광두가 아니다. 바로 현 민정국 정부 청사 앞에서 연좌 1인시위에 바로 들어간다. '나를 다시 앉혀 주지 않으면 여기서 늙어 죽을 때까지 있겠다'는 각오는 그는 버틴 것이다. 하지만 배고픔은 물밀듯이 밀려오니 지나가는 송강이 그것을 보고 안쓰러워 자신의 돈과 배식표를 주며 광두를 돕는다. 나중에는 임청이 싸준 도시락까지 나눠 먹으며 형제애를 과시하는데, 이를 눈치 챈 임홍은 그런 녀석과는 만나지도 말고 광두를 돕지 말라 한다. 이에 천상 애처가 스타일의 송강은 우선 광두와 거리를 두고 당분간 의절키로 한다.
이광두의 폐품사업 성공기, 우연이 필연이 된 고물사업으로 갑부되다.
그러면서 그 옛날 신하가 무슨 큰 죄를 짓고 대정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하듯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버틴 광두, 이를 안쓰러워 보다 못한 인민들이 자기 집에 있는 고철 덩어리와 신문지와 폐품들을 가져다 광두 면전 앞에 쌓아 놓는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면서 산을 이룰 정도로 쌓이자 광두는 이때부터 이 폐품을 팔면서 사업을 한다. 바로 고물사업으로 나름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에게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는데, 그 예전 여섯 사람에게 빚도 갚게 되면서 고물 사업은 4년여간 날로 번창하고, 이를 보다 못한 현 정부가 광두에게 당장 나가라고 하면서 공장장으로 복귀하라고 하자, 이제는 때가 늦었다며 난 내 길을 갈 거라며 청사 맞은 편 빈 건물에 세를 얻어 '이기(李記)수집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이광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본에까지 건너가 폐품의류를 다량으로 가져와 특히 폐품양복을 수집해 대량으로 류진에 풀면서 그는 일약 갑부로 스타덤에 오른다. 소위 광두가 가져온 양복을 안 입고선 류진의 남자들은 거리에서 활보를 못 할 정도로, 그 양복 안감에 써있는 일본 가문의 명성을 서로 대고 위시대며 그들은 그렇게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 폐품의류 사업에 투자한 여 뽑치와 왕 케키는 지분 투자로 얻은 이익 배당으로 큰 돈을 만졌고, 광두에게 지난 과거의 실패로 투자를 안한 동 철장과 관 가새, 장 재봉과 소씨 아줌마는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광두의 사업 확장은 넓혀지면서 그는 지주회사 설립까지 하며 여 뽑치와 왕 케키를 이사로 앉힌다. 그리고 상해로 또 사업차 건너가 광두는 류진으로 돌아올 때 한순간도 벗지 않고 계속 입고 있었던 누더기 중산복을 과감히 벗고, 빨간색 산타나 세단과 함께 검은색 이태리제 아르나미 양복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난다. 어디 당의 고위급 간부처럼 나타나니 사람들은 깜놀한다. '저게 누구 랑께? 아니 광두 아니여.." 그렇다. 이광두는 이제서야 갑부티를 제대로 내며 류진으로 다시 입성한 것이다. 그 옛날의 싼티나고 개후레자식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이렇게 2편의 이야기는 청년 이광두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다. 배다른 형제 송강과 다시 만나 같이 지내면서 류진에서 잘 나가고 가장 예쁜 처자 임홍을 사이에 두고 셋 청춘의 솔직한 연애담을 그려냈고, 그 승자는 송강에 돌아간 후 광두는 복지공장에서 열심히 일해 공을 세우고 자진 사퇴해 자기 사업을 할려다가 한번 말아먹고, 다시 공장으로 복귀하려다 안 받아 주니까 그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다가 사람들이 아름아름 준 폐품이 쌓이자 고물사업을 하면서 성공하게 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에까지 가서 폐품의류로 더 크게 돈을 벌고, 급기야 지주회사까지 설립해 명실상부 배포가 큰 사업가로 성공한 것이 2편까지 이야기다.
3편은 초특급 갑부가 된 이광두의 중년기다.
이렇게 놓고보니 그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없이 쑥쑥 사업이 잘 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폐품 수집이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부 청사 앞에서 연좌시위를 할 정도로 그는 그렇게 깡다구 하나로 버티며 버는 만큼 빚진 만큼 제대로 사람들에게 돌려주었다. 더군다나 당시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서 그는 분명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광두는 예전의 그런 개후레자식이 아니다. 과연 위풍당당하게 초특급 갑부로 성장한 그의 중년기는 어떤 삶이 기다릴지 그 마지막 이야기는 3편에서 이어진다. 커밍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