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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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갈마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후세계다. 즉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살아 남은 자들은 어떻게든 죽은 자의 원혼을 달래고 그들을 추모하며 천상의 세계를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그것이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가 됐든 인간의 무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천상의 세계는 살아 있는 인간들에게 주목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면서 보통 '천국과 지옥'으로 양분되는 그 천상을 보게 되는데, 여기 제목처럼 '낭만적인 천국'이라 명명한 '로맨틱 헤븐'은 그런 점에서 바로 '지옥'이 아닌 '천국'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천국에 모여든 인간 군상을 그리며 그들의 원혼을 달래고 종국에는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우리네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영화가 바로 <로맨틱 헤븐>이다.

장진 감독의 연출과 각본으로 선보인 뉴 판타지 드라마 <로맨틱 헤븐>

제목처럼 무언가 착한 구석의 낭만적인 천국, 그 지점에서 이 영화를 연출한 '장진' 감독은 스스로 각본까지 써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천국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어필을 하며 우리 인간사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려 했다. 충무로에서 소위 대박치는 감독은 결코 아니지만, 그만의 새로운 형식과 다소 엉뚱한 이야기, 그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 군상을 그리며 특유의 재치와 센스를 보인 감독 '장진'. 모 영화 프로그램에 나와 '영화를 잘 만들데까지 계속 만들겠다'는 그 귀여운? 아집처럼 그는 분명 그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 아니 감독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그가 그려낸 이 영화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보편적 윤리와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상의 천국에서 만나 조율하고, 결국에는 가족애와 부부간의 사랑까지 찾는다는 어찌보면 흔해 보이는 그런 휴먼드라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꽤 자극적이지 않고 달콤하거나 달달하지도 않게 그냥 봄기운의 산들바람처럼 불며 스쳐 지나갔으니, 이 영화 <로맨틱 헤븐>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상에서 천국까지! 꼭 한번 만나고 싶어도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그러나, 간절히 원하면 그 곳도 열린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민규.
암 투병 중인 엄마의 마지막 희망을 찾아나서는 미미.
평생 가슴에 묻어둔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는 지욱.
이들의 간절한 사랑이 마침내 천국의 문을 연다!


('미미'는 골수암을 앓고 있는 엄마의 골수와 일치하는 자를 찾고 있다.)

영화는 세 명의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운다. 먼저, 골수암을 앓고 있는 엄마를 살리고 싶은 소녀 아니 20살의 풋풋한 아가씨가 있다. 그 '미미'라 불리는 아가씨는 어릴 적 모래시장에서 주운 오백원을 기적이라 믿으며 엄마와 같은 골수 일치자를 찾는다. 그런데 찾아낸 그 일치자가 어느 젊은 여자를 죽인 살인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경찰서에서 출퇴근을 하고 잠복근무도 마다 하지 않는 등, 다소 엉뚱한 면을 선보인다. 이런 역은 실제 '오란씨걸'로 뜬 92년생의 20살 처자 '김지원' 양이 이번에 제대로 스크린에 첫 신고를 한 것인데, 나름 풋풋하게 극에 잘 녹아들며 나름 호연을 펼쳤다. 예쁜 마스크에 이목구비도 뚜렷하니 앞으로 기대가 되는 여배우다. 어쨌든 여기 '미미'는 그렇게 엄마를 살리고자 하는 예쁜 마음의 아가씨다.

 
(교통사고를 당해 천상으로 올라온 '지욱'은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고 찾아주려 한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격인 '동지욱' 배역을 맡은 '김동욱'이라는 배우. 이미 그는 꽤 히트를 쳤던 영화 <국가대표>에서 이름 석 자와 나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눈길을 끌었고, 작년에 나왔던 영화 <반가운 살인자>에서는 동네 어리숙한 형사로 나와 '유오성'과 함께 범인을 찾는 다소 코믹한 범죄 드라마를 찍은 바 있다. 그리고 여기 <로맨틱 헤븐>에서는 조실 부모하고 조부모와 같이 사는 택시기사로 나온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치매로 병상에 누워있고, 할머니와 같이 사는 속정 깊은 남자, 늘 V자를 그리는 그는 때론 코믹하면서도 활기찬 모습으로 이야기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그런 그가 예기치 못하게 교통사고를 당해 천상으로 올라가게 되고, 거기서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나름 천사표? 같은 손자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그는 위의 '미미'랑 같은 병원에 있어 그녀에게 찝쩍대지만, 미미는 그가 찌질해 보일 뿐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민규, 그에게 삶은 절망과 그리움 뿐이다. 내 아내를 돌리도..)

그리고 또 하나의 캐릭터는 김수로가 분한 '민규'역으로, 사실 놀랍다. 김수로가 이렇게 묵직하게 어깨에 힘을 잔뜩 뺀 듯, 센치해지다니.. 그간에 그가 주로 보여주었던 '웃음종결자'로써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코믹적인 색깔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정통 멜로에 도전한 느낌으로, 그는 여기선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변호사 '민규'로 나온다. 그러면서 그는 위의 모습처럼 매우 힘들어하고 생의 절망에 빠져있다. 그녀가 남긴 일기, 수첩, 사진들이 담겨 있던 빨간 가방을 찾아 부인과의 추억을 되찾고 싶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는 힘들어진다. 물론 옆에서 도와주는 여자 변호사 '유선'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그는 아내가 더욱 그리워질 뿐이다. 검사시절 자신의 실수인지 몰라도 한 남자를 옥살이시켜 그 남자가 찾아와 위해를 가해도, 그는 무덤덤하게 대하듯 모든 게 지쳐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위의 세 명의 캐릭터를 통해서 우리네 모습을 일상적으로 담고 있다. 암 투병중인 엄마의 마지막 희망을 찾아나서는 '미미'와 평생 가슴에 묻어 둔 할아버지의 첫 사랑을 찾아주려는 '지욱',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낸 '민규'까지.. 이들은 그 어떤 생의 활력 보다는 자신과 관련된 가족이 병마에 시달리고 사고로 잃으며 상처를 받은 현세의 영혼들이다. 그렇다고 이 세 명의 캐릭터들이 신파조로 일관하며 극을 이끌진 않는다. 미미는 마치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그렇게 당차진 않아도, 나름 엄마를 잘 병구완하며 풋풋하고 엉뚱한 면을 보이는 아가씨로, 택시기사 지욱은 다소 코믹한 모습이지만, 보통 우리가 볼 수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또 아내를 잃고 방황하고 절망하는 민규까지도.. 그러면서 영화는 이들 셋을 어떻게든 해결해주는 천상의 세계로 이끈다.

장진이 그린 천국의 세계 '로맨틱 헤븐', 낭만이 깃든 삶과 죽음의 판타지

바로 위의 그림이 이른바 '자연주의' 컨셉으로 지평선 없는 벌판을 찾아서 만들었다는 천상의 세계다. 길조차 없는 탁 트인 간척지에서 아름다룬 신세계를 만들었다는 시퀀스는 분명 산뜻한 느낌이 드는 천상의 세계지만, 그렇게 매력적인 그림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천국의 세계에서 하얀 정장을 빼입은 이순재옹이 바로 하느님.. 이 분이 바로 인간 세계를 창조한 창조주요, 모든 이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능력자로 나와 여기에 모인 인간들을 조율한다. 그러면서 교통사로 이곳에 온 지욱은 앞에 마주 앉은 '심은경' 양이 할아버지 첫사랑임을 알게 되고, 민규의 아내가 건네준 빨간 가방을 가지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그 임무를 다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골수암을 앓고 있던 '미미'의 엄마는 어떻게 됐을까.. 그 그림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미미가 찾고자 했던 인물과 같이 나오며 매우 의미있게 갈무리를 짓는다.

이렇게 영화는 그 제목과 소재답게 천상의 세계를 통해서 가족애와 사랑을 찾는 일종의 휴먼드라마다. 그렇기에 장르는 판타지 드라마로 볼 수가 있는데, 어릴 적부터 누구나 죽으면 '천국 or 지옥'으로 간다는 그 보편적 의식 속에서, 지옥도 천국과 같다는 여기 하느님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올망졸망 모여사는 헤븐.. 그 헤븐에서 그들은 잃어버린 삶의 한 의식과 단편을 찾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이자 주제의식이다. 그것이 바로 장진이 꿈꾸는 천국에 대한 그림이자 또 그가 그리고자 했던 낭만적인 판타지라 볼 수가 있는데, 즉 산들바람이 부는 봄기운처럼 봄 마실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그려낸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 판타지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세 명의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각자 봄소풍 오듯 그려낸 느낌이 다분하다. 

결국 여기서 '천국' 헤븐은 그 내포된 의미처럼 따스함의 기운을 안고, 우리의 가열한 인간사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다시 삶으로 이끌어준다는 거. 그것이 이번에 새롭게 합류된 장진 사단이 그려낸 그림이 아닌가 싶다. 전작의 <퀴즈왕>처럼 다소 코믹하고 위트로 점철된 영화라기 보다는 약간의 감동과 코믹으로 저자극의 순한 영화로 만든 장진식 낭만 판타지 <로맨틱 헤븐>, 개인적으론 김수로가 센치하게 분한 그 연기가 나름 와 닿았다. 그의 모습도 그렇지만, 아내의 유서로 남겨진 편지의 대목에서 순간 뭉클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 영화지만, 우리네 삶과 죽음이라는 이 영원한 철학적 메시지를 이렇게 보편적으로 그려낸 한 편의 봄나들이 같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정말로 천국이 저렇다면 누구나 사후에 당장 천국에 가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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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 Little Black 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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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예쁘고 산뜻하고 상큼한 봄처녀를 연상케 하는 4명의 처자들이 봄 마실을 나왔다. 그런데 마실도 아주 매력적으로 온갖 치장을 하고 나왔으니 그녀들에게 이번 마실은 인생의 황금기였나 보다. 하지만 그네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황금기가 아닌 대학의 연영과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참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그렇게 방황하고 허위허위 대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질 않는다. '솔까말'로 부모 잘 만나서 아무런 걱정없이, 온실 속 화초처럼 그렇게 보였으니.. 그녀들의 일과 사랑은 사실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요, 심지어 공허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진정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20대 처자들의 이야기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직도 작금의 청년실업이라는 파고 앞에서 오늘도 내일도 힘들어하는 20대 청춘들이 보기엔 이 영화는 꽤 불온할 정도로 예의가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기존에 히트를 쳤던 <싱글즈>처럼 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현실감있게 그린 이야기라기 보다는, 대한민국 상위 5%에 속한 이들이 명품을 사랑하고 클럽문화를 즐기며, 삶에 아무런 고뇌없이 지내는 그녀들의 배부른 방랑과 방황기라 감히 평하고 싶으니,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꿈은 명품관 현실은 아울렛 | 이 시대의 Must Have Item

명문대 연영과 학생 유민, 혜지, 민희, 수진은 졸업만하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쌓아놓은 스펙이라고는 그저 그런 몇 번의 연애와 클럽생활 뿐...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같은 처지에 놓인 서로를 위로하며 지내던 중, 혜지가 스타덤에 오르게 되자 묘한 질투심이 생기면서 그들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누구보다 눈부시게 살고 싶었던 그들에게 찾아온 인생의 20사춘기! 킬힐 보다 아찔하고 아메리카노 보다 씁쓸한 방황을 마치고 화려한 인생의 2막을 열 수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이들은 클럽에서 모인다. 그녀들에게 맥주나 소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4명의 예쁘고 매력적인 연영과 출신의 20대 처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왔다. 그런데 이들은 각기 개성이 나름 뚜렷하다. 절대로 구차하거나 궁색해 보이질 않는다. 다들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일 정도다. 박한별이 분한 '혜지'라는 처자는 실제 그녀의 정형화된 이미지처럼, 탁월한 비주얼을 무기로 쿨한 성격에 빵빵한 집안을 배경으로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능력녀다. 아니 능력녀가 아니라 그녀는 소위 날라리에 밉상녀다. 주야장천 클럽에 도장찍는 죽순이로 오늘도 클럽에서 놀다가 우연찮게 CF 감독에게 발탁돼 연예계로 입성한 그녀다. 운도 좋다. 그리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의 친구로 나와 통통튀는 아영 역을 통해서 급부상한 '유인나'. 그녀가 분한 '민희'라는 처자는 이혼을 앞둔 부잣집 딸내미로 세상 물정 모르고 사는 심각한 것 없이, 그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로 여기 4명 중에서 유일하게 코믹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인물이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 먹고, 유학을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는 게 일과다.

4명의 캐릭터 색깔은 분명 다르지만, 그조차도 배불러 보인다.

그리고 현재 수목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 나름 좋게 보고 있는 처자이자 공회장 막내딸로 나오는 조현진 역의 '차예련'. 그녀는 여기서 꽤 시크하면서 자존심이 강한 차도녀 '수진'으로 나오는데, 그녀의 외모적 이미지와 꽤 부합돼 보인다. 네 명 중 가장 머리 좋고 스펙이 좋으면서도 이성적인 그녀지만, 매번 도전하는 영화 오디션은 실패요, 이런 자신의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 자존심이 강한 그녀다. 그래서 그녀는 혜지가 하룻밤 사이에 CF 스타로 떠오르는 걸 보고, 못 마땅해하며 그녀와 대판 싸우게 된다. 영화는 그 지점을 그녀들의 '갈등'이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캐릭터는 소녀장사 이미지가 아직도 굳건한 윤은혜가 분한 '유민'. 어찌보면 그녀가 가장 와 닿는 캐릭터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대한민국 가정의 딸로 나오는데, 명품관에서 우아하게 쇼핑하고 브런치를 즐기기를 꿈기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요, 그래도 먹고 살려고 공중파의 보조작가로 들어가 나름 직장의 생활전선을 보여준다. 작가님 아이들 뒷치닥거리부터 해서.


(그녀들이 몸푸는 곳은 찜질방이 아닌, 고품격 '스파'다. 요즈음 처자들은 다 이렇게 노남?!)

이렇게 여기 4명의 처자들은 각기 개성과 역할이 뚜렷이 구분되게 보인다. 명품으로 치장한 클럽의 죽순이부터 해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준비중인 예비 유학생,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차도녀, 그리고 다소 평범하게 보이는 유민까지 말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그녀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지내고 활동하는지를 그려내고 있는데, 이게 솔직히 말해서 와 닿지가 않는다. 너무나 잘 풀리고 안 풀리고를 떠나서 이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엿보이질 않는다. 주인공 격이자 화자로써 접근하는 유민은 혜지가 소개해준 오렌지족같은 느끼남한테 원나잇스탠드로 빠져들다가 임신까지 가면서 후회하고, 다만 이들이 방황하고 고민한 것은 클럽의 죽순이 혜지가 일약 CF로 뜨고 영화판에서 주연급은 아니지만 조연급 배우로 활동하면서, 이들 지켜본 차도녀 수진과 대판 싸우고 다시 봉합되는 것이 사실 다다. 

그녀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이야기, 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녀들의 일과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꽤 헐겁고 공허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게 본 씬도 있었다. 주인공 유민의 고등학교 친구로 나왔던 '영미'와의 이야기, 유민 입장에서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드라마 작가의 꿈을 포기 못하고 계속 한 길을 파온 거. 이때 유민은 보조 작가지만 그래도 명색이 공중파 출신이었고, 하지만 영미는 이름없는 방송국에서 매번 낙방하고 고배를 마시며 자신의 꿈을 못버린 진심으로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유민을 통해서 위안받고 잘 지내나 싶었는데,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씬은 나름 의미가 있는 시퀀스였다. 실제 한두 달 전 모 작가가 생활고와 병마를 못 이기고 죽은 것처럼 말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마블미', 예쁜 처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일 뿐.

이렇듯 영화는 시종일관 20대 처자들이 처한 일상을 좇듯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일상은 작금의 청년실업이라는 파고가 무색할 정도로 꽤 괴리감을 주고 있다. 유민과 수진이 직장내 모습과 구직의 모습을 그나마 보여주었지만, 이마저도 그냥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나마 차도녀로 나온 수진의 고민이 좀 와 닿을 뿐, 혜지와 민희는 소위 말해서 된장녀로 현실에서도 따 당하기 쉬운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영화가 안고 있는 그리고자 하는 그 어떤 소명의식이 잘 전달이 되질 않고, 심지어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도 이런 느낌은 지속이 된다. 즉 이 세상은 그녀들에게 아직도 뷰티풀하고 나에겐 내일의 희망이 항시 뜰 거라는 기대치로 부풀려진 그녀들의 배부른 방랑과 방황, 무엇이 잘못되고 꼬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두 친구간에 싸움을 봉합하는 수준으로 이들이 처한 고민과 고뇌를 대신했다면 이건 영화적 미스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누구나 여자든 남자든 고민으로 가득차고 구차하게 소위 폼 안나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남부럽지 않게 눈부시고 뷰티풀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슬기롭게 이기고 헤쳐나가는 게 중요한 것이지, 여기 영화처럼 그냥 세월 좋아서 갖은 게 기본적으로 있다 보니, 그냥 그렇게 실실되고 클럽과 스파를 오가면서 되는 건 아닐지다. 그렇기에 영화는 꽤 현실감이 떨어지게 리얼리티를 못 살렸다. 초반에는 트렌디풍으로 그려내며 드라마적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후반에는 그냥 의무적 갈등과 화해라는 식상한 코드를 집어넣으며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이라는 주제는 꽤 공허하고 피상적인 성장통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현실에선 보기 힘든 4명의 예쁜 처자들이라 더욱 공감하기 힘들 정도다. 결국 영화의 긴 제목을 줄인 '마블미'처럼 '경이로운 나'에게 바치는 그녀들의 엣지있는 라이프스타일 보고서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상위 5%에 속한 20대 처자들의 이야기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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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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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퉁 최고의 '청춘소설'이 무색하지 않게 예의없는 청춘들의 불온하고 가열한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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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백 - The way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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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주를 감행한 대자연 속에서 인간의 '사투'를 그린 리얼한 대서사, 말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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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 Beas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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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야수답지 못하게 그리며 로맨스에만 치중한 판타지 드라마, 좀 때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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