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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크림이 보다 올드해진 '웰컴 투 시드니', 엔터테인먼트적 호러의 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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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에이트 - Sup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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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천재 감독의 만남이라는 가열한 홍보로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는 영화 '슈퍼 에이트'(SUPER 8), 제목만 봐서는 얼추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오는 게, 혹시 슈퍼 히어로물의 새로운 명칭인가 싶지만, 여기서 제목은 바로 '슈퍼 8mm 카메라'를 의미한다. 지금이야 좋은 영상 장비들이 있지만, 과거 1970년대 이 슈퍼 8mm 카메라를 들고 자기들만의 영화를 찍겠다고 덤벼든 당돌한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다. 좀비물의 거장 '조지 로메로'가 되겠다는 건지 많이 어설퍼 보이는 좀비물을 찍고 있는 거. 그래서 그들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그 카메라에 무시무시한 영상이 알게 모르게 담기면서 그들은 그 모험에 뛰어들게 된다. 과연 그 카메라에 무엇이 담겨 있길래 그랬던 것일까? 이미 홍보된 트레일러 영상과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속에는 정체 불명의 괴수? 아니면 외계인?, 이도 저도 아닌 잔혹한 에이리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놈은 좀처럼 정체를 완벽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번 영화를 연출한 '쌍제이'라 불리는 'J.J.에이브람스'가 제작에 참여했던 핸드헬드 기법으로 괴수물을 다루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클로버필드'를 마치 오마주하듯, 미드 '로스트'를 연출한 그 떡밥의 제왕답게 마지막 전까지는 올 바디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SF물의 미스터리적 요소로 다가오며 이번에도 그런 필로 연출을 하고, 제작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참여하며 소싯적 'ET'의 감성으로 포팅해 마치 21세기 ET판을 보듯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저 포스터의 그림처럼 말이다.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저 정체 불명의 불빛 앞에 서 있는 게, 마치 꽤 드라마적이고, 감히 이 영화가 괴수영화라 볼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이 들게 한다. 물론 괴수영화라고 완벽히 말하기에도 뭐한 게, 여기는 아이들의 성장 드라마가 담겨져 있어 종국에는 거기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좀비물을 찍겠다고 덤벼든 그 카메라 '슈퍼 8mm', 거기엔 무엇이 담겨져 있었고,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위의 그림으로 나타난 시놉을 보듯이, 영화의 배경은 현재 21세기가 아니다. 바로 1979년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고전적인 면들이 많이 부각된다. 사람들의 옷맵시나 자동차와 생활양식 등, 전통적인 미국내 평범한 가정들의 모습을 아이들을 통해서 투영시킨다. 여기 남자 주인공 '조 램'이라는 소년, 장차 꽃미남이 될 소지가 다분해 보이는 이 아이는 사고로 엄마를 잃고 보안관인 아빠 '잭슨'과 함께 살고 있다. 상처가 가지지 않았지만, 자신을 위시한 여섯 명의 아이들과 영화 찍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이 맡은 분야는 특수분장 쪽, 그러면서 유일한 홍일점인 앨리스(엘르 패닝)와 연애 비스무리하게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여기서 앨리스 역의 '엘르 패닝'은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숀펜이 나왔던 02년작 '아이 엠 샘'에서 어린 나이에도 명연기를 펼쳤던 '다코타 패닝'의 여동생이다. 98년 생으로 아직은 10대 소녀지만 장차 재목감이 보이는 그런 여배우로, 처음 제대로 봤지만 금발에다 얼굴도 참 예쁜 게 싹이 보인다. ㅎ

아이들에게 닥친 정체 불명의 외계 생명체와의 사투와 모험담 '슈퍼 에이트'

어쨌든 이들 악동 6명이 좀비물을 찍겠다고 어디 허스름한 철도 옆의 세트장인가 그쪽에 가서  촬영을 하며 좋아하는 찰나, 저쪽 어딘가에서 지축을 울리며 달려오는 열차가 보인다. 열차가 지나가는 좋은 씬으로 착안해 계속 촬영에 몰두하는데, '조'가 저쪽 앞에서 열차 쪽으로 철길 위를 달리는 트럭 한 대를 발견한다. 곧바로 충돌이 일어나며 열차는 탈선하고 그 여파로 모든 열량들이 하늘과 땅으로 날아다니며 그 지역이 초토화된다. 물론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살아 남는다. 그리고 어느 한 열차 칸에서 정체 모를 괴수스런 울림과 그곳을 빠져 나올려는 몸짓으로 초긴장이 된다. 그때 열차에 부딪쳤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지 아이들 흑인 선생의 언질로 이곳을 비밀에 부치고, 사고 와중에 이 장면이 스스로 찍혀버린 그 카메라를 들고서 그들은 달아난다.

이때부터 영화는 공포 스릴러의 묘미로 다가온다. 이 마을에서 터진 그 재난에 어디서 온 건지 몰라도, 군부대가 투입되고 이 사건현장을 접수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각종 잔해는 물론 이상한 큐빅 같은 것도 채취해가는 등, 열심히다. 그 마을 보안관들은 무시한 채 말이다. 그러면서 밤마다 아니 이상한 기류가 마을을 암습해 온다. 괴수스런 음성이 들리고, 사람들이 기르던 개가 사라지고, 차의 배터리도 사라지는 등, 알쏭달쏭한 일들이 벌어진다. 분명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놈 짓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 놈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몇 몇 사람을 해치는 그 순간에도 말이다.

결국 군부대는 이 지역을 위험 지역으로 선포하고, 마을 사람들을 어느 곳에 고립시키에 이른다. 하지만 군부대도 속수무책인 게, 마을이 전쟁터로 변해 자기들끼리 총싸움이 마구방발식으로 벌어지며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종국에는 자기장의 위력인지 몰라도 각종 철제나 쇠 덩어리들을 빨아들이며 한곳에 모이게 되는데, 물론 그 와중에도 여기 아이들은 매 순간 위기를 벗어난다. 하지만 여주인공 앨리스가 그놈에게 잡혀간 것을 알게 된 남친 '조'가 다른 친구와 그놈의 지하 아지트를 급습해 여친을 구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그놈의 정체는 무엇이고, 결국 여기 마을에서 왜 이토록 몸부림?을 쳤던 것일까.. 하지만 종국에 영화는 ET를 오마주하듯 갈무리 짓는다. 각자 지들 별이 최고인기라.. ㅎ


(앨리스 역의 '앨르 패닝', 이 소녀 앞으로 기대된다. 옆에 '조' 라는 남자애 너도 만만치 않구나..)

아이들이 '에이리언'을 만나며 고전 SF물로 회귀한 '슈퍼 에이트', 클래식하다.

이렇게 영화는 정체 모를 외계 생명체를 다루는 SF적 분위기를 다분히 띄고 있다. 그러면서 영화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과거 ET를 보듯 고전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모양새로 일관한다. 꿈과 희망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영화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놀이이자 존재 이유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이들이 만든 그 허섭하지만 재미난 좀비물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만 놓고 보면 그 안에서 이들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성장 드라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 이야기에 외계 생명체 괴물 같은 '에이리언'을 집어넣고 SF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귀환한다.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그 근원적 호러 요소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클로버필드'를 보듯이 그대로 오마주 됐지만, 흔하게 봐온 괴수 시리즈의 스타일대로 복기돼 참신함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버스씬에서 나타나 이들을 처단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지퍼스 크리스퍼'를 보듯이 그대로 연출됐다. 모습도 지퍼스와 얼추 닮은 게 나름 임팩트했다는.. ㅎ

이외에도 그 놈의 지하 아지트에서 벌이는 사투는 마치 아이들 어드벤처물의 고전 '구니스'를 보듯이 펼쳐지며, 그놈과의 승부를 갖는데, 이마저도 주인공 조는 죽지 않는 불사신이다. 잡힌 그 순간에도 '조'의 말 한마디에 시식하려다 그만두는 걸 보면, 나름 지능이 있는 놈이다. 그러니 자기 별로 돌아갈 마음에 그렇게 모으기 시작한 것인데, 어쨌든 영화는 중반 이후 그 놈의 정체를 서서히 드러내며, 종국에는 그와의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다. 그러면서 과거 흑백 화면으로 군 과학부대에서 벌어졌던 모 프로젝트를 보여주며 희생양으로 그를 놓는다. 그게 바로 어찌보면 유명한 좀비물 시리즈인 '바탈리언'의 그 행태처럼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만든 좀비영화가 이런 느낌이 다분하지만서도.. ㅎ

아무튼 영화는 아이들 성장 드라마에 에이리언을 집어넣으며 향수를 자극시키는 구도로 일관한다. 그렇기에 구식의 느낌으로 때로는 클래식한 분위기로 극이 전개가 된다. 이게 바로 '쌍제이' 감독이 ET를 연출한 스필버그 옹에 대한 오마주라 봐야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위기는 향수를 자극하는 블록버스터 기운으로 나가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스펙타클하고 임팩트한 느낌은 많이 떨어진다. 아이들 때문인지 몰라도, 또 마지막에 그렇게 그려낸 갈무리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는 괴물 같은 정체 불명의 '에이리언'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참 '귀엽다'는 느낌이 다분하다. 소싯적 ET를 만나 같이 지내고 또 종국에는 그의 별로 보내 주었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 '슈퍼 에이트'는 과거로의 귀환이자, 고전 SF의 향수를 자극하는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흥행보다는 무언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런 류, '슈퍼 에이트'는 딱 그 느낌으로 여기 아이들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7039&mid=1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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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며 장마철을 앞두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사실 책 읽기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저기 시원한 계곡 물에 발 담그며 차게 얼려 놓은 수박을 먹으면서 읽으면 모를까.. ㅎ 소위 뻑뻑한 책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뭐.. 사회나 역사 인문서들 말이다. 대신에 그때 찾게 되는 게 소설류다. 특히나 그냥 일반 드라마적인 거 말고 추리소설류나 미스터리류 같은 게 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강호는 올 여름도 그런 류로 달려볼까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기존에 읽고 있는 질퍽한 중국소설도 끝내야 하는 등, 누구나 각자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강호가 한창 때 파고 들었던 작가이기도 한데, 추리와 미스터리 소설의 인기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물론이요, 사회적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치료하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 등의 사회적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오쿠다 히데오', 그리고 무언가 사회적 메시지와 경묘한 필치로 행간에 인생의 애환을 담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까지, 이들 세 사람의 작품의 반 이상은 읽어 봤다. 특히 기존의 '오기와라 히로시'는 <소문>,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그날의 드라이브> 등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번에 그가 이런 류에서 비슷하거나 궤를 달리해서 학원물에 도전한 청춘 미스터리물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운좋게 서평단으로 이 책 <콜드게임>을 받아 보게 됐는데, 이에 간단히 소개해 본다.



이렇게 사진에서 보다시피, 띄지에 '오기와라 히로시의 청춘미스터리'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느낌은 단박에 온다. 흡사 학원물이 아닐까 싶은 게, 그렇다. 이 속에는 바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좋았던 싫었던 여러 개의 추억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는 학교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특히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바로 '왕따'라는 학원폭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흔한 소재이기도 해 낯선 느낌은 들지는 않는다. 대신에 참신함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 이야기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미츠야는 고등학교 야구부를 은퇴하고 목표를 잃은 상태이다. 친구인 료타는 형사에게 찍힐 정도로 불량하지만, 미츠야와는 어릴 적부터 친구. 어느 날 료타에게 불려나간 미츠야는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들 몇 명이 이유없이 습격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범인은 과거 왕따를 당했던 토로요시가 틀림없지만, 4년 새 끔찍하게 흉포해진 적은 도무지 잡을 길이 없다. 두 사람은 어떻게든 경찰의 손을 빌리지 않고 토로요시를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탐색 과정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고, 료타가 용의자로 몰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점점 더 경찰을 의지하기는 어려워진다. 긴급 동창회를 열어 수사대를 결성하지만, 의견은 대립한다. 표적이 된 왕따 가담자들과 왕따에 가담하지 않았던 아이들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생자는 계속 늘어나고, 토로요시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왕따' 문제를 다룬 청춘들의 잔혹한 미스터리물 '콜드게임', 나름 강추다!

이렇게 간단히 내용을 보듯이 어찌보면 별거 아닌 '왕따'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피해자로 인해 사람까지 죽는 가해자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물론 그 가해자는 왕따를 당한 '토로요시'로 지목이 되지만, 그를 잡는 게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몰임감을 제공하는 구도다. 그래서 이 소설이 안고 있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학교문제 중 하나인 '왕따'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과 전개 과정에서 경악할 만한 반전까지 그리며, 종국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로 남을 슬픈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그 소개처럼, 오기와라 히로시의 '콜드게임'은 제대로 방점을 찍는다.

제목만 봐서는 야구의 그 '콜드게임'을 바로 연상시키듯, 이 이야기에서도 한쪽으로 무작정 쏠린 그 어떤 청춘들의 잔혹사를 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느낌이 든다. 역자 후기에서도 이 소설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정해진 룰에 따라, 자신이 품은 원한의 무게에 맞게 앙갚음하고야 마는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왕따 사건에 얽힌 다양한 캐릭터들의 행동과 심리 묘사, 긴장과 공포, 반전을 곁들인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구성은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임에도 시종일관 궁금증을 유발하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언제쯤 튀어 나오려나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오기와라식 위트와 유머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만 봐도, 역시나 확 끌리는 학원물이자 청춘미스터리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추리 전개와 '오쿠다 히데오'식의 풍자와 위트를 즐기지만,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경묘한 느낌으로 달리는 그만의 풍자와 위트, 종국에는 사회적인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받자마자 읽고 있는데, 극 초반이라 아직은 모르겠다. 왕따를 당한 소년 '토로요시', 그가 정말 자신을 그토록 비참하게 만든 친구들을 죽일 정도로 단죄를 가한 게 정당한지, 아니면 다른 이의 단죄인건지.. 벌써부터 구미가 당긴다.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제격인 미스터리류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이미 정평이 난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 작품이기에, '콜드게임'은 다소 남다르게 다가온다.

과연 이들의 파국은 어떻게 될지, 여기 청춘들의 잔혹사를 만나보자.
토로요시는 말한다.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은 너에게,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러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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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랜턴: 반지의 선택 - Green Lan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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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지구의 안녕과 평화를 지킨다는 슈퍼 히어로물의 끝은 있는 것인지, 먼저 묻고 싶을 정도다. 정말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거 보면 정말 그쪽의 마블/DC 코믹스와 헐리웃 시스템이 만들어낸 히어로 역사가 대단하긴 한가 보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슈퍼 히어로는 초록 슈트 아니 울트라 파워 쫄쫄이를 입은 초록돌이 '그린랜턴' 되시겠다. 이런 히어로는 또 어디서 기어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모 소개를 보니 1940년대부터 근원은 시작돼 나름 짠밥이 된 슈퍼 히어로물이란다. 그래 다 좋다. 그 유명한 슈퍼맨· 배트맨·엑스맨·스파이더맨·아이언맨 같은 맨시리즈에서 최근에 나온 천둥의 막가파 신 '토르'까지 도대체 슈퍼 히어로의 끝은 어디인지 안 보일 정도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슈퍼 히어로인지 개봉하자마자 단박에 달려가 봤다. 얼추 포스터만 보면 심히 아동틱해 보여서 너무나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나름 기본은 했다. 아니 기본 보다는 슈퍼 히어로물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담아내려 애쓰며 액션 판타지에 방점을 찍었으니, 이 영화 '그린랜턴'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가장 밝은 낮에도, 가장 어두운 밤에도, 나의 눈을 벗어날 악은 절대 없다!
모든 악의 추종자들이여, 나의 힘을 두려워하라! 그린랜턴의 빛을!


100년의 기다림, 위대한 탄생

머나먼 은하계에는 무한파워를 발휘하는 반지 파워링의 힘으로 지구를 포함한 총 3600개 섹터로 구분된 행성들을 수호하는 그린랜턴 군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주의 빛이 사라지고 강력해진 악의 기운으로 최악의 위기가 다가오자, 그린랜턴의 수장은 운명적으로 지구에 불시착해 그의 파워링이 선택하는 대로 '할 조던'(라이언 레이놀즈)을 후계자로 맞는다. 그린랜턴의 집결지인 오아 행성으로 불려온 할 조던은 훈련을 통해 인간으로서 최초이자 또한 최강의 군단으로 거듭나 섹터 2814의 지구를 담당하게 된다. 그 사이, 모든 생명체들을 파괴시킬 ‘가장 어두운 밤’이 오리라는 예언이 실현되면서 새롭게 탄생한 악의 존재들 역시 점점 파워를 키워가는데...


('라이언 레이놀즈'가 분한 '그린랜턴', 그는 외계 종족으로부터 선택받은 초능력자로 나온다.)

영화의 시작은 저 먼 은하계의 우주질서를 말하며 그들 종족의 역사를 거론한다. 무슨 섹터로 나눠져서 '불라불라' 식으로 표현하는데, 요지는 그 은하계도 가열하게 살고 있다는 거. 그러면서 어디서 잠자던 우주 괴물이 어떤 외계인 같은 세 명의 기를 빨아 들이면서 오랜 숙면을 끝내고 부활한다. 그 이름도 거룩한 두려움의 화신이자 슈퍼 파워를 가진 먹구름 괴물 같은 '패럴렉스', 이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오아 행성의 그린랜턴 군단은 힘을 모으고 그에 맞서 싸우려 한다. 그런 와중에 수장이 크게 다치고 지구로 불시착, 그린랜턴 용사만이 낄 수 있는 반지의 주인을 찾기 위해서 반지 스스로 찾아 날아가더니 어느 지구인이 당첨, 그는 바로 전직 비행조종사 '할 조던'으로 반지가 선택한 그린랜턴 군단 최초의 인간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평범한 인간에서 '초울트라슈퍼캡짱'이 되는 순간이다.

운도 좋다. 모든 맨 시리즈들이 어느 날 부지불식간에 잠자고 일어나 보니 '나도 모르게 초능력자가 되버렸어' 모드다. 물론 할도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다. 나에게 이런 횡재수가 있다니, 그의 친구는 그 반지를 보고서 외계인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냐며 개그를 날린다. 그런데 그 반지만 끼면 초록돌이 그린랜턴으로 변신을 하는데, 하지만 그린랜턴은 기존의 울트라파워 초능력자와는 다소 다르다. 무협 액션 애니물 '쿵푸팬더2'에서 언급한 '내면의 평화'와 같은 정신수양이 안 되면 그 초록빛 에너르기파를 끄집어 낼 수 없는 거. 바로 자신의 확고한 의지로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백배로 맞서야 모든 파워가 일시에 뿜어져 나와 적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그 순간에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걸 실행할 수 있게 돼 하늘을 나는 건 물론이요, 생각하는 대로 각종 무기를 만들고 방어막도 치는 등, 한마디로 슈퍼울트라 무한파워를 지니게 된다. 부럽다~
 

(자, 우리 모두 하늘 향해 두팔을 벌리고, 초록빛을 쏘아 보아요.. ㅋㅋ)

물론 이게 처음에는 초능력이 제대로 안 나와 조절이 안돼서 오아 행성에 가 어떤 괴물한테 맞으면서 배우고, 또 '시네스트로'(마크 스트롱)라 불리는 그린랜턴의 유일한 빨간 페이스 수장한테 배우면서 할은 자신 안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닫게 된다. 오로지 확고한 의지만이 초울트라급으로 슈퍼 파워를 지니게 되는 것인데, 이때부터 그의 활약이 펼쳐진다. 먹구름 괴물 같이 생긴 '패럴렉스' 괴물이 지구를 암습해 오는 가운데, 그 괴물에 감염돼 두상이 커진 천재과학자 '헥터'와 한판 대결을 펼치고, 그 와중에 빠질 수 없는 여주인공 캐롤(블레이크 라이블리)과의 러브도 진행되며 그녀가 처한 위기를 또 구하는 등, 슈퍼 히어로로써 책무를 다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지구를 습격한 그 먹구름 괴물 '패럴렉스'를 물리쳐야 하는데, 자신의 무한파워를 끄집어내 그를 우주로 유인하고, 거기서 막강한 파워로 그를 물리치기에 이른다. 어떻게 물리쳤을까? 그건 보면 안다. 어쨌든 인간 그린랜턴 '할'이 해내며 위대한 영웅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캬.. 대단하도다.. ㅎ


(여주인공 캐롤 역의 '블레이크 라이블리', 매력적이다.)

이렇게 영화는 슈퍼 히어로물의 전형대로 진행이 되고 갈무리 된다. 그런데 이 영화 '그린랜턴'은 기존의 히어로물과 조금은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야기의 전제는 SF 판타지기에 다소 허무맹랑한 은하계의 질서를 말하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평범한 지구인이 초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활약하는데, 이게 그냥 무작정 곧바로 슈퍼파워를 갖는 게 아니라, 자기 안의 확고한 의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그러면서 주인공 '할'이 과거 전투 비행으로 아비를 잃었던 전력을 가지고 그를 새롭게 깨어나는 방어기제로 삼는다.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다보니 처음에는 완벽한 슈퍼 히어로서의 활약 보다는, 평범한 지구인으로서 이런 능력을 갖게 된 것에 대한 두려움 반 호기심 반에 절차탁마하는 그림으로 점철된다. 물론 종국에는 초울트라캡짱이 되었지만서도, 어쨌든 부제인 '반지의 선택'으로 뽑힌 '할'에 대한 일종의 성장통이 주류를 이룬다.

초록빛 슈퍼파워의 향연 '그린랜턴', 괴작필에 다음 속편이 기대된다.

그러면서 빠질 수 없는 여주인공과의 러브 진행도 볼만했던 게, '가쉽걸'과 '타운'등에 나왔다는 그녀라는데 강호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극 중 '캐롤'로 나온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매력이 만만치 않다. 예쁜 건 둘째치고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여기 주인공 할을 슈퍼파워맨으로 이끄는 매개체로 활약했다. 역할은 잘 나가는 군수업체인지 거기 사장 딸이자 캐리어우먼으로써도 매치가 잘 되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주인공 그린랜턴 역을 한 남자 배우다.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가 했더니, 바로 지하의 관 속에서 산 채로 묻혀서 사투를 펼친 영화 <베리드>에 나왔던 그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다. '스칼렛 요한슨'의 전 남편으로 당시 '베리드'를 찍으면서 죽음 직전까지 심하게 고생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슈퍼 영웅으로 변모한 거. 팔자가 단단히 핀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목할 인물로는 할의 스승이자 위대한 그린랜턴의 수장으로 나왔던 유일한 빨간 페이스 모습의 '시네스트로', 그 역을 맡은 배우는 '마크 스트롱', 이 분 인상이 선하지 않아서 그런지, 영화 '킥 애스'에서는 물론 '셜록홈즈'에서도 그렇고, 악당 전문으로 나왔던 배우다. 보는 내내 몰랐지만, 찾아보니 그 분이었던 거. 결국 중요한 건, 그가 엔딩 크레딧 보너스 영상에 나와서 속편을 예고하는 모양새로 새롭게 부활한다는 점이다.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이걸 놓치지 말고, 꼭 자리를 지키길 바란다. ~

아무튼 영화는 뭐랄까.. 분명 슈퍼 히어로물의 전형을 따르는 듯 하면서도 파워레인져급을 뛰어넘는 과도한 CG 판타지 액션을 선보이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다. 온통 초록빛의 향연을 펼쳐지는데, 이 빛이 '의지'의 빛이란다. 적이 내뿜는 노란빛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악의 기운이고, 어쨌든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로써 손색은 없다. 과도한 CG가 걸리지만, 화려하게 펼쳐보이는 시퀀스가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SF 판타지에 가장 근접하게 펼쳐보이며, 이야기 전개나 구성이 다소 유치하게 흐르지만 그 정도면 '익스큐즈'된 거라 보면 편하다. 그래서 정통이 아닌 다소 B급이 묻어나지만 그렇다고 컬트적인 건 아닌 것 같고, 무언가 괴작스런 분위기도 탐지되는 게 영화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물론 개봉하자마자 벌써부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 같은데, 강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론 그렇게 망작의 필은 아니고, 또 다른 슈퍼 히어로물의 오락영화이자 팝콘무비로써 충실하게 그려내 흔적은 엿보인다. 다만 진정한 슈퍼 히어로가 탄생이 된 건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초울트라 쫄쫄이를 입고 활약한 그린랜턴도 어찌됐든 우리네 슈퍼 히어로로 각인되게 됐다. 그렇다면 이것도 시리즈로 갈지 그게 궁금해지는데, 마크 스트롱이 악역 전문이기에 기대해 본다. 다음엔 둘의 대결을 말이다. ~


예고편 영상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69990&mid=1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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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싱크가 맞아 떨어지는 게, 요즈음 장안의 화제인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느낌의 이 장편소설은 중국 작가 '류전윈'의 작품이다. 물론 책이 먼저 나온 거지만, 그렇다면 류전윈은 누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이미 몇 번의 소개를 통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중국을 대표하는 신사실주의 작가로 중국의 주요 문학상 수상은 물론, 국내에 인기있는 위화와 쑤퉁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주요 3인방으로 보면 편하다. 이미 국내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인의 일상과 인생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닭털 같은 나날>들은 물론이요, 인민의 역사에 내재된 '라오바이싱'(토속적인 서민)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풀어쓴 죽음의 연대기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까지, 강호는 두 권을 접하면서 류전윈의 작품에 빠졌었다. 그리고 그런 연장선의 일환으로 구하게 된 두 권의 장편소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컬렉했는데, 이에 이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나는 가수다' 아니, <나는 유약진이다>라는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오지만 '유약진', 마치 중국 현대사의 시발로 나선 50년대 '대약진운동'을 방불케 하는 이 제목은 주인공 '유약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바로 언급했듯이 주인공 '유약진'은 중국 '대약진운동'을 연상시키는 대단한 이름을 가졌으나, 그와 달리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당하기만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마누라를 빼앗긴 대가로 6년 후 큰돈을 받을 수 있는 차용증 하나가 유일한 낙, 그런데 6년이 다 되어 가던 시점 그 차용증이 담긴 가방을 도둑맞았다. 마누라도 뺏기고, 공사장 조리사로 궁상맞게 사는 인생을 벗어날 길이 없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위 권력층의 비밀 정보가 담긴 핸드백 하나를 줍는 바람에 이제는 도둑을 쫓지는 못할망정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늑대 같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을 속여 넘겨야 하는데.. 이게 바로 유약진에게 펼쳐지는 주요 이야기다.

그렇다. 여기는 유약진을 통해서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과 관조가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류전윈은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약진이다>는 "양이 어떻게 늑대를 잡아먹는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듯이,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설파한다. '늑대처럼 사람들을 잡아먹거나 혹은 양처럼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그런 식으로 중심에 군상들을 갖다 놓는다. 2007년 출간된 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류전윈은 이 소설로 '당대문학상'을 수상했고, 탐정소설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서사와 농도 짙은 블랙코미디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다. 여기 늑대를 속여야 살아 남는 한 남자 '유약진'의 인생 역경을 만나보자.

아래는 소설가 김인숙 씨의 추천사다.

"이야기가 물처럼 흘러간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침없이. 무엇보다도 유쾌하게. 이 소설의 재미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들은 제가끔 비참한 사연들을 갖고 있다. 바닥의 인생들이다. 그러나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다. 삶의 바닥을 마침내 바닥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눈물 대신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작가 류전윈이 그렇고 주인공 유약진이 그렇다. 갈래갈래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한꺼번에 뭉쳐 폭발한다. 무엇으로 폭발한다 할 것인가. 바로 이야기의 힘과 즐거움이다."

류전윈의 색깔이 제대로 묻어나는 '나는 유약진이다' &'핸드폰', 강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편소설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휴대기기 <핸드폰>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기존의 중국 소설들이 보여주었던 과거 인민들의 지난하고 질퍽하고 고루한 느낌보다는 다소 현대적인 감각으로 쓴 소설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핸드폰을 우리가 사용했던 시점이 최소 90년대 이후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소설은 1969년, 2003년, 1927년 순으로 무대를 달리하며, 각 시기를 대표하는 말의 전달 방식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된 현재, 다시 주인공의 가계도 안에서 벌어진 세 가지 일화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방송국의 인기 토크쇼 사회자인 '옌셔우이'의 현재 가정생활과 여자관계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급속 성장에 따른 사회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언어'라 지적하는 류전윈은, 이 소설에서 핸드폰이란 소재를 통해 말의 효용과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중편집 <닭털 같은 나날>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출간작으로 중국에서 2003년 12월 책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불과 한 달 사이에 22만 부가 팔리는 공전의 기록을 세웠고, 이것이 영화 제작으로도 이어져 최고의 흥행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재밌는 일설에 의하면 이 소설의 영향으로 중국사회에서 핸드폰이 가정파괴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데, 소설을 구성하는 기본 구도는 농촌과 도시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류전윈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이다. '말이 말을 낳으니, 다시 그 말이 말을 낳고'라는 그 의미처럼 이 속에는 우리가 평생을 쓰고 지내는 '말'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서려 있는 거. 그러면서 역자 후기는 이렇게 언급한다. "요컨대 <핸드폰>은 우리의 일상에 기초하여 도시라는 환경이 드러내고 있는 인성의 왜곡과 도덕성의 파괴 등 갖가지 부정적 현상들에 대해, 우매하고 천박하면서도 순진무구하고 아름다운 농촌의 영혼을 일종의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 중국사회를 가장 정확하게 조준한 현실적 사유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우리시대 작가 황석영은 이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작가는 엄격한 권력구조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점차 왜소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인간 군상을 블랙 유머와 풍자로 조소하고 있다. 노신 이래로 혁명과 자본주의적 시장을 겪고 있는 중국문학의 살아 생동하는 세계를 즐겁게 들여다볼 수 있다."  역시 류전윈다운 포스가 묻어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는데, 우리가 흔하게 접하고 쓰는 문명의 이기 '핸드폰',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말'의 향연을 만나보자. 과연 '핸드폰' 때문에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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