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싱크가 맞아 떨어지는 게, 요즈음 장안의 화제인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느낌의 이 장편소설은 중국 작가 '류전윈'의 작품이다. 물론 책이 먼저 나온 거지만, 그렇다면 류전윈은 누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이미 몇 번의 소개를 통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중국을 대표하는 신사실주의 작가로 중국의 주요 문학상 수상은 물론, 국내에 인기있는 위화와 쑤퉁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주요 3인방으로 보면 편하다. 이미 국내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인의 일상과 인생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닭털 같은 나날>들은 물론이요, 인민의 역사에 내재된 '라오바이싱'(토속적인 서민)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풀어쓴 죽음의 연대기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까지, 강호는 두 권을 접하면서 류전윈의 작품에 빠졌었다. 그리고 그런 연장선의 일환으로 구하게 된 두 권의 장편소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컬렉했는데, 이에 이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나는 가수다' 아니, <나는 유약진이다>라는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오지만 '유약진', 마치 중국 현대사의 시발로 나선 50년대 '대약진운동'을 방불케 하는 이 제목은 주인공 '유약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바로 언급했듯이 주인공 '유약진'은 중국 '대약진운동'을 연상시키는 대단한 이름을 가졌으나, 그와 달리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당하기만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마누라를 빼앗긴 대가로 6년 후 큰돈을 받을 수 있는 차용증 하나가 유일한 낙, 그런데 6년이 다 되어 가던 시점 그 차용증이 담긴 가방을 도둑맞았다. 마누라도 뺏기고, 공사장 조리사로 궁상맞게 사는 인생을 벗어날 길이 없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위 권력층의 비밀 정보가 담긴 핸드백 하나를 줍는 바람에 이제는 도둑을 쫓지는 못할망정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늑대 같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을 속여 넘겨야 하는데.. 이게 바로 유약진에게 펼쳐지는 주요 이야기다.

그렇다. 여기는 유약진을 통해서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과 관조가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류전윈은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약진이다>는 "양이 어떻게 늑대를 잡아먹는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듯이,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설파한다. '늑대처럼 사람들을 잡아먹거나 혹은 양처럼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그런 식으로 중심에 군상들을 갖다 놓는다. 2007년 출간된 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류전윈은 이 소설로 '당대문학상'을 수상했고, 탐정소설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서사와 농도 짙은 블랙코미디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다. 여기 늑대를 속여야 살아 남는 한 남자 '유약진'의 인생 역경을 만나보자.

아래는 소설가 김인숙 씨의 추천사다.

"이야기가 물처럼 흘러간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침없이. 무엇보다도 유쾌하게. 이 소설의 재미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들은 제가끔 비참한 사연들을 갖고 있다. 바닥의 인생들이다. 그러나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다. 삶의 바닥을 마침내 바닥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눈물 대신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작가 류전윈이 그렇고 주인공 유약진이 그렇다. 갈래갈래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한꺼번에 뭉쳐 폭발한다. 무엇으로 폭발한다 할 것인가. 바로 이야기의 힘과 즐거움이다."

류전윈의 색깔이 제대로 묻어나는 '나는 유약진이다' &'핸드폰', 강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편소설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휴대기기 <핸드폰>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기존의 중국 소설들이 보여주었던 과거 인민들의 지난하고 질퍽하고 고루한 느낌보다는 다소 현대적인 감각으로 쓴 소설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핸드폰을 우리가 사용했던 시점이 최소 90년대 이후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소설은 1969년, 2003년, 1927년 순으로 무대를 달리하며, 각 시기를 대표하는 말의 전달 방식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된 현재, 다시 주인공의 가계도 안에서 벌어진 세 가지 일화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방송국의 인기 토크쇼 사회자인 '옌셔우이'의 현재 가정생활과 여자관계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급속 성장에 따른 사회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언어'라 지적하는 류전윈은, 이 소설에서 핸드폰이란 소재를 통해 말의 효용과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중편집 <닭털 같은 나날>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출간작으로 중국에서 2003년 12월 책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불과 한 달 사이에 22만 부가 팔리는 공전의 기록을 세웠고, 이것이 영화 제작으로도 이어져 최고의 흥행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재밌는 일설에 의하면 이 소설의 영향으로 중국사회에서 핸드폰이 가정파괴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데, 소설을 구성하는 기본 구도는 농촌과 도시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류전윈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이다. '말이 말을 낳으니, 다시 그 말이 말을 낳고'라는 그 의미처럼 이 속에는 우리가 평생을 쓰고 지내는 '말'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서려 있는 거. 그러면서 역자 후기는 이렇게 언급한다. "요컨대 <핸드폰>은 우리의 일상에 기초하여 도시라는 환경이 드러내고 있는 인성의 왜곡과 도덕성의 파괴 등 갖가지 부정적 현상들에 대해, 우매하고 천박하면서도 순진무구하고 아름다운 농촌의 영혼을 일종의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 중국사회를 가장 정확하게 조준한 현실적 사유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우리시대 작가 황석영은 이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작가는 엄격한 권력구조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점차 왜소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인간 군상을 블랙 유머와 풍자로 조소하고 있다. 노신 이래로 혁명과 자본주의적 시장을 겪고 있는 중국문학의 살아 생동하는 세계를 즐겁게 들여다볼 수 있다."  역시 류전윈다운 포스가 묻어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는데, 우리가 흔하게 접하고 쓰는 문명의 이기 '핸드폰',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말'의 향연을 만나보자. 과연 '핸드폰' 때문에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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