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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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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목이 '사랑의 승자'라 얼핏보면 무슨 연인들간의 사랑, 아니면 부모 자식간의 사랑등이 우선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그것도 책 커버가 하얀 순백색과 흑백 사진의 조화속에 마치 예비 신혼부부의 웨딩스레스 화보집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사진집이다. 하지만 앞에 떡하니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 90년대 어느 장례식을 마치고 최루가스를 맞아 돌아오는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안에 있는데, 그렇다. 이 책은 보통의 포토에세이 같은 사진집으로 한국의 굴곡진 영욕의 현대사를 장식한 대부(大父)같은 존재 김대중(金大中)의 모습을 사진기자 출신의 저자가 그간의 사진을 모아서 내놓은 책이다.
 
바로 1991년 언론사 사진기자 시절 저자 '오동명'은 화장실에서 우연히 소변을 보다 김대중 후보를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보도사진 속에 사람들의 일상을 담으려 노력하며 정치인으로서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김대중과 기자로서 고민하며 살던 사진기자 오동명의 인연이 이 사진집을 내게 됐다는 소개다. 특히 여기 사진집에 실린 사진은 1991년부터 1998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인으로, 한 여인의 남편으로, 사랑스러운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김대중이 걸어온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일반적인 사진집과는 달리 무게 잡지 않고 김대중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을 가려 뽑은 포토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제목이 하필 '사랑의 승자'일까.. 정치인의 포토에세이치고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 의문이 들지만.. 좀더 들어가보면 김대중이 걸어온 정치 인생사 속에서 가장 많이 쓰인 화두가 바로 '민주'요, 그 다음이 '자유'와 '사랑'이다. 특히 그중 사랑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용서와 화해의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그가 걸어온 정치 역정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패자가 아닌 승자로서의 모습.. 하지만 그런 모습이 어떤 위용을 자랑한다기보다 지극히 일상적인 주로 '하품을 하는 사진들'이 눈에 띄는데.. 아래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집을 들여다 보면 마치 우리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것은 저자가 김대중 대통령을 좇으며 기록한 사진과 그와의 대화, 그리고 자신이 사진기자시절 느꼈던 당시의 비루한 소회감등 개인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 이런 모든 것을 '인생'이라는 장을 통해서 담백하면서도 간결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장마다 김대중 대통령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와 어록을 실으며 그의 정치 역정을 담아내 간결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제목만 봐도 메시지가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하품, 기회, 양심, 소외, 보복, 독서광, 꽃, 자유, 그리움, 이희호, 오해, 가족, 윈칙과 가치, 엄격, 믿음, 경청, 침묵, 도덕성 결핍, 핑계, 피로, 회담, 선택, 용서, 유언비어, 임기응변, 희망, 위로, 똘똘이, 우리, 우상화, 마지막에는 대통령이 되어서 5년 후 그 동네로 돌아오길 기대했던 한 '꼬마의 소원'까지..



여기 '인생'이라는 장을 통해서 김대중 정치사 아니 그의 인생사를 반추케하는 빛바랜 사진속 모습과 단어들로 오롯이 표출하고 있다. 그 어록들이 구구절절히 주옥같이 와닿는데 대표적으로 뽑아보면 이렇다.

   
  "내가 수많은 시련에서 얻은 것이라면 사랑입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사랑입니다.", "최고의 대화는 경청이다.", "정치에서의 도덕과 윤리의 구현이 되지 않고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남이 나를 괴롭힐 수는 있지만 그 고통 속에서 불행하게 되느냐 오히려 이를 발전의 계리로 삼느냐는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국민이 제게 준 선물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 "자유는 지키는 자만의 재산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전인적 완성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제약과 조건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다."
 
   

이렇게 사진도 물론이지만 각각의 어구들이 빛바랜 사진과 잘 어울려 더욱더 그를 반추케 하는 '사랑의 승자'로서 모습이 표출된 또 하나의 도정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치욕을 겪은 김대중이 남긴 메시지가 한 개인의 아픔을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으리라는 심정으로 이 책 아니 사진집을 펴낸 것이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정치부 사진기자로 걸어오면서 무조건 그를 칭송?만 하지는 않았다. 어떤 구절에서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것은 그의 주된 언행이었던 '행동하는 양심'과 다르지 않나.. 또 궁극적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려면 권력과 권위의 땅 '현충원'에 묻히면 안되지 않았느냐며 반문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저자의 개인적 견해를 떠나서라도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한 90년대의 김대중의 모습, 아직은 노쇠하지 않았을 그 시절의 김대중을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사진집은 일차원적으로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좀더 많은 사진과 대화들이 담겨 있어 더욱더 그의 모습을 간직했다면 좋을텐데.. 그래도 간결한 포토 에세이답게 구성이 잘 된 사진집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사들의 사진집은 많지만, 이렇게 우리 정치사의 거목을 담아낸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작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역설하듯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간 김대중, 그를 이젠 호남인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으로 보고 한 번만이라도 그의 행적을 생각해보자는 이 사진집의 화두처럼.. 이제는 정치인 김대중을 한 인간으로서 한 국민으로서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러기에는 아직도 존재감이 큰 어른이기에.. 그의 인생을 여기 사진집 '사랑의 승자'가 담아낸 사진과 대화와 메모를 통해서 오롯이 만나보자. 그것은 묵직한 자서전이 주는 뻑뻑한 글의 행간대신 바로 눈앞의 빛바랜 사진속 '인간' 김대중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서거하기 1년 여전 '김대중 <마지막 일기>(2009.05.20)'에서 쓴 글이 있어 음미해 본다.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 그러는 나는 행복하다. 좋은 아내가 건강하게 옆에 있다. 나를 도와주는 비서들이 성심성의 애쓰고 있다. 85세의 나이지만.. 세계가 잊지 않고 초청하고 찾아온다. 감사하고 보람 있는 생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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