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고 한국문화의 정수를 찾아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리하는 일환으로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를 발간했다. 사실 이 책은 잘 몰랐는데.. 한 달 여전 7월초 알라딘 7기 신간평가단 '인문'부문에서 첫 번째로 받은 책이 바로 <처녀귀신>이었다. 부제는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라 명징하며 말 그대로 처녀귀신을 통해서 한국의 전통문화 근저에 깔린 여인네들의 한과 복수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마이너리티적 한을 보여준 한 편의 리포트였다. 즉, '죽어야 사는 여자의 恨 리포트'라 서평에 썼듯이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주 전인가.. 문학동네에 연락이 왔다. <처녀귀신> 서평중에서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이벤트로 당첨이 돼서 이 중에서 책 한권을 보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중 총 10권의 책이 있었는데.. 난 단박에 두 번째 <정조의 비밀편지>를 읽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받았다. 다들 알다시피 작년 초인가.. 조선시대의 대표적 개혁군주 정조가 자신을 독살했다고 오해할 만큼 적대적 관계였던 우의정 '심환지'를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막후에서 비밀스런 지시와 조정을 주도하는 사안등의 내용이 담긴 『정조어찰첩』이 발견돼 학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사를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이 책은 '정조어찰'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해설하고 그 맥락을 자세하면서도 간결하게 설명한 최초의 안내서다. 특히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 297통과 그 이후 발견된 50여통을 포함한 350통과 다른 신하에게 보낸 어찰, 그리고 친족에게 보낸 어찰을 검토한 결과를 반영하여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으로 어찰을 분석하였고, 그런 바탕에서 비밀편지의 특징을 분석하였다는 소개다. 그래서 신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노련한 현실 정치가, 인간 정조의 통치 기술과 막후정치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책의 목차 또한 흥미롭다. 1.『정조어찰첩』의 출현, 2. 국왕의 비밀편지, 3. 수신자 심환지와 비밀편지 왕래 과정, 4. 어찰과 정치가 정조, 5.『어찰첩』에 드러난 정조의 인간적 면모, 6. 편지의 문장과 언어, 7. 만년의 병세와 독살설, 8. 비밀편지가 남겨둔 비밀까지.. 그리고 키워드 속 키워드로 정조와 관련된 정치, 사람, 상소, 어찰등 간단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라면 책이 두꺼울 것 같은데, 문학동네판에서 나온 '키워드 한국문화'시리즈는 저 사진처럼 그렇게 두껍지가 않다. 책도 작아 문고판 형식으로 언제 어디든 들고 다니며 다이어리를 꺼내보듯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책이 얇다해서 내용까지 얇은 것은 아닐지다. 공식적 역사기록에서 볼 수 없는 '정조어찰'을 통해서 정조시대, 나아가 조선시대의 정치적 행위와 역사서의 행간을 읽고 채우는 흥미로운 역사 읽기의 책이 아닐까 싶다. 뜻하기 않게 '처녀귀신'을 읽으면서도 책 뒷날개에 이 책이 눈에 띄어서 읽고 싶었던 <정조의 비밀편지>.. 결국, 이렇게 득템한 이 책으로 개혁 군주로서 정조의 또다른 진면목을 만나보길 기대해 본다. 신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인간' 정조의 통치 기술과 막후정치의 실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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