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2주

지난주에는 <아저씨>가 개봉하면서 원빈이 새로운 한국형 액션느와를 선보이며 이목을 끈 반면에, 이번주에는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가 개봉하면서 잔혹하고도 슬래셔급의 새로운 복수극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너무 잔인한 장면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복수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어떤 울분과 분노의 광기.. 이런 것이 바로 영화상으로 표출될때 사람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는데.. 물론,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최신작 <악마를 보았다>부터, 2000년대 초중반을 장식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시리즈로 잘 알려진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까지 알아보려 한다. 과연, 이들이 그리며 담고 있는 '복수'는 무엇인지 내 나름대로 페이퍼 해본다. 


이 영화는 치열하게 잔인하고 잔혹한 복수극,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일명 '눈눈이이' 방식으로 복잡하지 않게 간결하고 임팩트있게 복수극을 그린 영화다. 이런 그림에 무슨 내막이 있지도 않거니와 어떻게 그 악마같은 인간을 처참히 무너뜨리냐가 이 영화의 키포인트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이로 하여금 응징의 쾌감을 느끼게 하는게 이 영화의 주 목표일터.. 그런데, 그림들이 꽤 임팩트하다. 아니 기존의 잔혹한 액션하고는 한 차원이 다른 B급 정서를 담아내듯 슬래셔급의 잔혹한 피칠갑이 주를 이룬다. 매 얼굴에 피를 닦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기존의 좀비물이나 살인마를 다룬 영화같이 슬래셔급의 하드고어류를 즐겨 보는 이들에게는 별반 틀리지 않는 그림들이다. 하지만 이런 류를 싫어하거나 못 보는 이들에게는 '목불인견'의 상황이 꽤 있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튼,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약혼녀를 잃은 국정원 경호요원 김수현(이병헌)이 경철에게 제대로 복수를 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그래서 스스로 악인이 된 복수의 화신 퍼니셔 즉, '응징자'로서 그의 동선을 쫓는 관객들은 그래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저런 인간 말종 개새끼는 저렇게 죽어도 싸다, 저 정도면 정당하다'등.. 작금의 우리 현실에서도 잃을만하면 나오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일차원적이고 가장 단순한 분노의 표출 방식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런 표출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법의 처벌이 아닌 독고다이로 부딪쳐 받은 만큼 갚아준다는 '눈눈이이'방식대로 그 연쇄살인마를 지구 끝까지 쫓아 죽기 직전까지 복수를 한 것이다. 그것은 차갑도록 지독한 복수가 되었고, 이에 연쇄살인마는 쫓기면서도 살인을 즐기는 잔인성을 계속 표출한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또한 이 영화는 기존의 복수극과는 차원이 다른 아니 한 차원 더 슬래셔급으로 임팩트있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두 배우 이병헌과 최민식의 연기 대결은 볼만했고, 그들도 그 이상으로 열연을 펼쳤다. 그것은 악마같은 남자 연쇄살인마와 복수라는 명분으로 자기 안의 악마를 들어내는 또 다른 남자는 상반된 캐릭터로 그 극한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바로 최민식의 뜨거운 광기와 이병헌의 차가운 광기가 충돌할때 나오는 원시적인 에너지는 오락 영화의 통쾌함을 극대화시키며 단순한 선과 악의 논리가 아닌 완전히 다르지만 어찌보면 비슷한 두 남자 대결의 시작과 파국을 어떻게 그릴지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둘의 유명한 네임밸류 때문인지 결국 '영화는 영화다'로 그친 느낌에 다소 지치기까지 한다. 그것보다 이름값이 떨어지더라도 덜 알려진 연기파 신인배우를 써서 둘 중의 한 역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영화를 보내내내 나름 좀비류등 하드고어의 슬래셔급에 익숙?해서 큰 거부반응 없이 여기서 그런 장면도 그럭저럭 잘 봤다. 하지만 이런 그림에 익숙치 않은 다른 이들에게는 '목불인견'의 상황이 꽤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그래서 '영등위'에서 제한 상영이라는 조치가 내렸다는 점이 반증하듯 이 영화의 그런 그림은 분명 기존 잔혹극과 간극이 꽤 세다는 점에서 많이 불편해 질 수 있다. 

그래서, 그점을 빼고 나서는 아니면 더하든 이 영화는 기존의 복수극을 B급 정서의 컬트적으로 버무려 하드고어의 슬래셔급으로 무장한 '복수의, 복수에 의한, 복수를 의한' 묻지도 않고 따지도 않고 그려낸 처절하고도 처참한 복수극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눈눈이이' 방식대로 말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던진 메시지이자 그림들이다. 물론 잔혹의 강도는 세다. 














이 영화 <복수는 나의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아직도 그 작품성이나 플롯구조나 연출에 있어 회자되는 영화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서도.. 사실 내용도 간단하다. 청각 장애인 신하균과 그와 함께 살며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때문에 장기밀매단과 접촉했는데 사기당해 천만원 날리고 누나의 장기이식 수술비때문에 송강호의 딸을 유괴했는데.. 이 소식에 누나는 자살하고 유괴된 딸은 사고로 익사하면서 사건은 꼬인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여자를 잃게된 신하균과 송강호의 처절한 복수의 그림이 부딪히며 파국을 맞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시놉시스다. 그런데, 이런 그림들이 보통의 그림처럼 전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말 못하고 못듣는 청각장애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신하균은 자신안에 갇혀지낸 감정의 일그러진 폭발의 모습이 하드보일드답게 잘 묘사됐다. 장기밀매단을 처리하는 모습같이 말이다.

물론, 이 속에는 어린 딸을 잃은 송강호도 만만치 않다. 직접 신하균과 작당한 여자 배두나까지 찾아나서 그만의 방식으로 응징을 제대로 한다. 하지만 그런 송강호도 응징을 당하니.. 복수는 꼬리에 꼬리에 물고 이어진다는 단순 논리와 함께 어찌보면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작품 <복수는 나의것>..














그리고 2003년에 나오며 천만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국민 영화라는 닉네임이 붙은 <올드보이>.. 사실, 이 영화를 안 본이가 있을까.. 설사 안봤다 하더라도 이 영화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각종 매체에서 패러디되고 지금도 명작?으로 남은 영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최민식 형님이 15년간 감금당해 만두로 연명하며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때부터 그는 복수의 화신이 되는 것이다. 이후의 그림은 알다싶이 유지태 앞에서 개처럼 굴며 처단하려 했지만 그는 자결 크리.. 그리고, 강유정과 맺은 대단한 반전까지.. 영화적 비주얼의 임팩트도 대단했지만 아직도 입가에 맴도는 그 음악을 잊을 수 없는 복수 시리즈 2였다.

물론, 여기서 복수의 행위자는 올드보이 최민식이었다. 그리고 2005년 '주먹이 운다'로 나왔다가 실패,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유아 살인마로 폐교에서 처참히 응징당했고, 5년간 숨고르기를 하고서 <악마를 보았다>에서 그는 제대로 여러번 복수를 당하는 피해자?로 열연을 펼쳤다. 그래서 이제는 최민식하면 그 옛날 '파이란'에서 리얼 깡패의 이미지보다는 '복수'가 떠오르게 된다. 배우에게 이것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의 이런 복수의 정점을 찍은 영화 '어디선가 무슨일이 생기면 나타난다는 홍반장'이 아니라.. 아주 아주 친철한 이웃집 언니이자 누나인 금자씨가 냉소적 킬러로 분연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 기존의 두편의 복수 시리즈가 한 쪽의 대상을 향한 일방적 복수라면.. 이것은 그런 사회악을 처단하는 대표적 복수의 개념으로 다가섰다.

특히나 허름한 시골 분교에서 이루어진 살인마(최민식)에 대한 처단과 응징의 현장은 나도 동참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말, 파격적이고 누구나 내 가족이 그렇게 당했다면 한번씩 꿈꿔본? 일이 아닐까 싶다. '눈눈이이' 방식처럼 말이다.

이렇게 <친절한 금자씨>로 종지부를 찍은 박찬욱 감독의 이른바 '복수의 삼부작'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복수의 시작과 발단은 바로 '누나'에서 출발했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 남동생이 자리잡고 있다. '복수의 나의것'은 청각 장애자가 누나를 구하기 위해서 시작되었고, '올드보이'도 극중 이우진이 누나의 오명을 씻기 위한 복수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럼 '친절한 금자씨'는 무엇일까.. 바로 이렇게 희생된 누나들이 불사신으로 다시 재탄생한 것은 아닐까 싶다.

즉, 우리네 누나라는 친숙한 소제의 투영으로 그녀를 통한 사회악 처단을 가열차게 엣지있게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암튼, 박찬욱 감독의 삼위일체된 복수 시리즈를 내 느낌대로 작명과 내용에 대해서 의미 부여를 해봤는데.. 이것이 답이든 아니든 박찬욱만의 색깔을 느낄수 있는 나름 명작들이라 본다. 결국, 제목을 연결해서 얻은 결론은 '누나에서 출발해서 누나가 끝낸 복수다.'

특히, 그가 만든 복수 시리즈중 역시 최고의 장면은 이게 아닐까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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