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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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사나이 - a man of vendet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기 한 사나이가 있다. 사회적으로 명망받으며 여러 신자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자애롭고 존경받는 한 목사.. 그런 목사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다섯 살짜리 예쁜 딸을 유괴당해 잃어버리고 만다. 그 순간 그는 신(神)께 열심히 기도하며 딸이 살아서 돌아올거라 굳게 믿는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어느새 한 해가 지나면서 이 유괴사건은 종결되고, 그도 목사직을 때려친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 내뱉는다. "다 X까라고 그래.."
그렇다. 신은 무슨 신.. 그렇게 기도하며 외쳤건만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는 그런 믿음의 신을 버리고 시궁창속으로 자신을 던져버린다. 슬픔도 잠시 삐딱선을 타며 사회를 바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껄렁껄렁한 말투와 행동거지가 몸에 밴 그는 의료기 사업을 하며 연명을 하지만 이 사업도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목사님에서 한 순간에 딸을 잃으며 한낱 깡패같은 모습으로 변질되고 인생까지 파괴된 한 남자.. 그 남자의 이야기가 바로 <파괴된 사나이>였으니..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목사 주영수(김명민)에게 5살 된 딸 혜린이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 목사는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지만 결국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 8년 후, 신에 대한 믿음도 가족도 모두 잃은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있다! 8년의 세월을 돌이킬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딸을 찾기 위한 주영수의 필사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유괴’를 다룬 스릴러 물이다. 사실, 이런 유의 내용이라면 기존 영화에서도 이미 나왔다. ’그놈 목소리’, ’세븐 데이즈’에 최근에 ’용서는 없다’까지.. 그 만큼 이 소재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아동관련 범죄의 흉포화속에 눈길을 끄는 영화적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기존의 유괴물과 조금 다르다. 보통 유괴되는 시점이 현재 발생해서 그런 유괴범을 잡고 아이를 찾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면.. 여기서는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유괴범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변모된 모습을 그렸다.
즉, 여자 아이가 다섯 살때 유괴당하고 8년이 지난 13살때 비로서 사건이 시작된다. 물론, 그 8년동안 딸의 엄마(박주미)는 삶도 내팽개친채 수 년째 전단지를 돌리며 딸의 무사함을 빈다. 하지만 딸의 아빠 주영수(김명민)는 다르다. "백날 해봐라.. 죽은 애가 살아오나.."하면서 그는 포기하고 삐딱스런 방탕한 생활의 연속이다. 그런데, 어느 날 유괴범(엄기준)으로 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로 이렇게 말이다. "오랜만이네요. 제가 8년이나 지나서 연락한 이유가 중요한게 아니라.. 혜린이가 지금 살아있다는게 중요한거죠.."
이런 전화 한 통화에 무너진 마음속에 딸을 지워버렸던 영수는 너무 놀라며 죽었다고 믿었던 딸을 찾기에 나선다. 그러면서 유괴범이 요구한 돈을 백방으로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실제 유괴범이 제시한 돈거래 현장에 나갔다가 허탕치기도 하고, 또 다른 거래에서 실제 잃어버렸던 딸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놓치면서 오열하고 만다. 그는 이때부터 제대로 파괴된 아니 반 미쳐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부인이 딸을 찾는다고 전단지를 돌리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반 혼수상태로 빠진후, 그런 부인을 유괴범에게 줄 돈 마련때문에 죽이면서.. 그의 심신은 파괴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넋을 놓고만은 있을 수 없는 법.. 자신의 딸이 분명히 살아있음을 확실한 안 그는 유괴범의 행적을 위치 추적기를 통해서 미행하면서 그가 교회에서 음향을 설치하는 음향기사라는 사실과 그런 음향 즉, 소리에 미쳐사는 놈의 사이코적 성향을 알게된다. 그러면서 값비싼 앰프 ’K660’을 오디오 카페에 내걸어 그를 먼발치에서 추격하고 급기야 그의 아지트까지 찾아내 그 속에서 유괴범과 딸을 맞딱드리게 되는데.. 과연, 주영수는 그 유괴범을 처단하고 딸을 온전히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딸은 8년이나 잊고 지낸 아빠를 오롯이 대할 수 있을까.. 결말은 마지막에 나온다.
이렇게 이 영화는 보통의 ’유괴’를 다룬 유의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그런 영화들처럼 그대로 답습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런 느낌은 마치 김윤석, 하정우 주연의 <추격자>를 보듯 주영수와 유괴범 둘의 대치 국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분위기에.. 그것이 단지 유괴라는 소재에 덧칠해지며 색다른 ’추격’의 재미를 주었다는 느낌이다. 특히나 여기서 나온 유괴범을 연기한 ’엄기준’이라는 신인배우.. 그의 낯선 얼굴에 비친 사이코패스의 연기는 추격자의 ’하정우’를 보듯 사이코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다.
유괴된 아이들 이외의 사람들을 처참히 살인하는 모습은 냉혹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물론, 여기서 그런 유괴범을 쫓는 남자 주영수로 분한 김명민도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시각은 물론 음향적 효과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구도나 전개는 <추격자>처럼 한 장면씩 공들인 흔적은 엿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붙여서 보면 조금은 상충돼 보이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소위 소리에 미쳐 사는 한 젊은이가 수억이나 나가는 음향기기 마련을 위해서 유괴를 했다는 개연성을 어떻게 받아여야 할지 의문인데..
’이유없는 범죄없다’라는 심리처럼 그는 분명 ’사이코패스’였고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유괴와 살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오는 극악한 범죄들을 보면 틀린 그림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인간성이 냉혹하게 파괴된 유괴범과 딸을 지켜주지 못하고 잃어버리면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한 아비로서의 책무가 대비된 가운데.. 이미 육체는 망가졌어도 딸을 찾고자 하는 아비의 영혼은 끝내 고양돼 방점을 찍고자 했던 영화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스릴러적 장치가 주는 긴장감 보다는 안정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외부의 폭력에 의해 얼마나 파괴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주영수’라는 인물이 겪는 들끓는 심리적 변화와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렸다는 점이다. 딸을 잃음으로써 신실했던 믿음을 잃고 신을 버렸던 주영수.. 이런 그에게 딸을 되찾는 것은 인생의 밑바닥에서 다시금 회개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스스로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구원을 위해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고가며 더욱 파괴되는 길을 택하는 처절함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분명 주영수가 ’파괴’되기전 목사로서 ’속죄’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림은 ’파괴된 사나이’가 사이코패스 유괴범을 끝까지 쫓아가 그려낸 ’하드보일드’ 그림들로 완성시켰고, 그 완성의 아우라는 조금은 부족해 보일수도 있지만 제목처럼 어느 정도 ’파괴력’은 보여 주었다고 본다. 하지만, 파괴의 강도가 문제였다.
물론, 강도(强度)의 차이는 보는이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