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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한 어머니가 있다. 그녀는 한 평생을 자신의 삶보다는 자식과 남편 그리고 시부모를 봉양하며 내던져온 굴곡진 삶이었다. 그렇다. 바로 우리네 엄마들,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런 희생적 가치와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온 당찬 어머니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적어도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인생을 사셨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여기 노희경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서 썼다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바로 그런 이야기다. 특히 이 이야기는 mbc창사특집으로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로 하지만 그 어머니는 자궁암에 걸려 남겨진 가족을 뒤로 한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뒤늦은 후회속에 남겨진 가족의 슬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절절하고도 가슴아픈 사연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니 간단히 내용을 소개해 보면 이렇다.

평범한 가정에서 아침 댓발부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티격태격하며 싸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갖은 욕설을 퍼붓는다. "밥 안주고 굶겨 죽이는 빌어먹을 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며느리는 그런 시어머니의 욕설에도 잘 받아치며 달랜다. 그 며느리도 이제는 60을 바라보고 있는 중늙은 여자였다. 이름 ’김인희’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여기서 그냥 ’엄마’로 나온다. 그런 엄마의 도움으로 이 가족은 아침을 열고 저녁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을 계속 살아왔다.

아버지는 이제는 퇴물이 된 월급쟁이 의사로 전근대적인 가부장적인 모습에 자신의 일만을 향해 달려온 그런 남자다. 그의 자식은  20대 후반의 캐리어우먼 큰딸 ’연수’.. 그녀는 유부남과의 사랑에 아파하지만 막무가내가 아닌 자신의 삶의 방향타를 찾으려 노력하는 그런 여자다. 21살의 남동생 정수는 삼수생이지만 그 또래가 그렇듯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늙어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어머니 그 할머니는 항상 어머니를 괴롭혀왔다. 정신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말이다. 하지만 그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의 남동생이자 불한당으로 지내온 근덕과 그의 착한 부인까지..

이렇게 한 지붕아래 다섯 식구가 살아오면서 각자의 삶에 매진해 왔지만 항상 어머니는 뒷전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뒷바라지 때문인것을 모른 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어머니가 어느날 오줌소태로 고생하며 배앓이가 심해진다. 그러면서 진찰을 받으면서 알게된 자궁암.. 이 소식을 먼저 접한 아버지는 부인과 자식에게는 간단한 자궁관련 수술이라며 입원을 시킨다. 어머니도 뭐.. 그럼 자궁을 들어내면 된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자식들도 걱정이 되지만 괜찮을거라 안심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병원내 아는 선후배를 통해서 이미 그녀는 자궁암 말기로 어떻게든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 도리어 손을 대면 더욱더 심한 고통으로 내몰려 바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부터 아버지는 심히 괴로워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부인을 홀대하고 무시하고 지내왔던 삶에 대해서 회고하며 반성한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부인은 이제 죽음의 그림자가 암습해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인과 자식에게도 모든 사실을 말해버린 아버지.. 도리어 어머니는 알고 있는듯 담담해진다.

이때부터 가족은 하나가 된다. 물론, 어머니를 잃게될 자식 연수와 정수는 목놓아 울면서 통곡하고 아버지는 계속 괴로워하며 자신의 부인을 이제라도 아끼며 보듬어주려 한다. 한편, 불한당으로 지내온 근덕이도 누나의 죽음앞에서 정신을 차렸지만 뒤늦은 후회일뿐.. 어머니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는 남동생 근덕을 위해서 생애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으니 근덕이네도 그 마음씨에 통곡하고 만다.

결국, 어머니의 작은 소망이었던 일산의 새 집으로 이사하는 막바지에 아버지와 딸 연수는 그 집을 새단장하고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에 그 집으로 모시고 간다. 아들과 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새 집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을 한 부인은 그의 곁에 눕는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그리고 그녀는 그 다음날 조용히 눈을 감고 말았다. 남편은 그런 부인을 끌어안고 오열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을 뿐이다.

이렇게 본 이야기는 자신을 뒤돌아보지 못한채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서 달려온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다. 또한 그 죽음의 과정에서 가족의 화합과 사랑애를 그리며.. 물론, 그 속에서 자식들이 자신들을 낳고 키워온 어머니의 진정한 모성애를 알게된 속죄와 아버지 또한 그런 부인을 통해서 부부의 끈끈한 정을 깨닫게 된 이야기다. 어찌보면 자식들보다 남편과 부인이 죽음앞에서 나눈 마지막 회한의 사랑이야기에 더 절절함이 느껴질 정도다. 나도 부부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ㅠ

아무튼, 양 부모를 암으로 잃었다던 노희경 작가의 삶에 대한 회고가 그대로 묻어난 본 이야기.. 드라마로도 이미 눈물샘을 자극한 이야기답게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를 보듯이 술술 읽어내려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단지 픽션의 소설이라고 감히 치부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우리네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로서 누구나 공감이 가고 또 그렇게 살아온 인생사다.

그 속에는 바로 엄마들, 가열찬 삶의 중심에 어머니가 있었으니 그 누가 부정하겠는가.. 결국에 언젠가 우리는 그런 어머니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니 더욱더 가슴이 매여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노희경 작가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 자식이 철들때까지만 부디, 건강하시길..." 처럼 스스로나 독자에게 지극히 평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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