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1주
방자전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아는 고전중의 고전 '춘향전'.. 단오날 그네놀이를 하던 몽룡과 춘향이가 삐리리해서 러브에 빠지고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간 몽룡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변학도 앞에서도 끝까지 정절을 지킨 춘향이.. 이때 몽룡이가 암행어사로 출두해 춘향이를 구하며 그 사랑에 화답했다는 뷰티풀한 로맨스.. 이런 이야기에 '방자'를 중심으로 그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고전 '춘향전'에서도 방자는 제 역할을 했다. 연락책으로 춘향이쪽 향단에게 몽령의 소식을 서로 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이렇게 알고 있는 틀을 깨고 '춘향전은 거짓이다'라는 기막힌 설정에서 시작하며.. 이런 연락책으로만 그친 '방자'를 그 이름대로 아주 방자스럽게 그려냈다. 그것도 모시던 도련님을 배반하고 그 주인의 여자 춘향이를 발칙하게도 범하고 말았다. 이렇게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존의 전통 고전에 야스럽게도 메스?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정통 고전이 있다면 야사에나 있을 법한 고전도 없으라는 법은 없는 법.. 그래서 나온 것이 <방자전>이다. 즉, 기존 춘향전에서 몽룡과 춘향이가 주인공이 아닌 방자의 애욕어린 시선으로 그린 춘향전 아니 '방자전'.. 그것은 바로 기존 고전의 미담을 전복시키는 그 자체에 있고, 그것은 고전의 이상적 캐릭터에 현실적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대담하게 그려낸 '방자전'이었으니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몽룡을 따라간 청풍각에서 기생의 딸 춘향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린 몸종 방자. 도련님 또한 그녀를 눈여겨본다는 사실에 마음을 접으려 하지만, 자신을 하대하는 몽룡의 태도에 적개심으로 춘향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버린다. 춘향 역시 방자의 남자다움과 자상함에 흔들리고, 마침내 방자는 춘향을 품게 된다. 하지만, 신분 상승의 꿈을 접을 수 없는 춘향은 몽룡이 과거 시험을 위해 한양으로 떠나기 전 정인 서약을 맺고, 방자는 이를 알면서도 춘향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장원 급제한 몽룡이 돌아와 춘향에게 더 큰 출세를 위해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몽룡의 눈에 든 춘향이를 방자가 그냥 반해버려 먼저 춘향이를 범하고 마는 사고를 친다. 하지만 방자가 그런 사고를 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싸움도 잘하고, 헤엄도 잘치고, 고기도 잘굽는 그런 사내다운 사내였지만 사랑앞에서는 쑥맥.. 춘향이가 방자를 봤을때는 더욱 그렇다. 이러니 방자는 춘향을 품고 싶어 안달이 난다. 도련님 몽룡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하지만 어떻게 품어야할지 몰라서 전전긍긍 하던차.. 

몽룡이 집에서 식객으로 수 십년을 칩거하며 무위도식하신 '마영감(오달수)'가 있었으니.. 그는 남녀상열지사에 도가 튼 양반이다. 바로 방자에게 춘향이를 어떻게 꼬시고 범하고 자기것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코치에 들어간다. 이런 연기는 오달수 자체의 음침한 분위기가 배여있어 역에 녹아드니 그의 대사와 표정에 빵빵터지는 재미를 준다.ㅎ

암튼, 마영감의 코치로 방자와 춘향이는 격한 사랑의 애정씬을 두 번이나 보여준다. 여기서 여담으로, 사실 '조여정'하면 개인적으로 '송월타월'이 생각난다. 한창때 TV나 영화판에서 멀어질때 그녀는 몇 년전 메이저리그를 방송해주던 모 케이블에서 주야장천 나왔던 송월타월 광고로 그 타월을 몸에 휘감으며 눈웃음으로 수 많은 남성팬들을 유혹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그녀는 '송월타월녀'로 불렸다. 물론, 그 이후에는 그녀가 어떻게 지냈는지 몰랐는데..

지금 바로 눈앞에서 저고리를 벗고 치마가 벗겨지고 가냘픈 팬티끈마저 벗겨져 심지어 가슴까지 전라로 노출해 방자와 몸을 마음껏 섞으며 교성을 내지른다. 그렇게 섹시하고 애욕적일 수 없다. 바로 눈앞에서 송월타월의 타월이 벗겨지는 순간이다. ㅎ 이렇게 방자와 춘향의 격한 러브씬 두 컷은 길이길이 회자될 정도로 잘 나왔다. 조여정의 힘든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여배우로서 힘들었을 것이다. 암튼, 각설하고..

이렇게 몸정으로 둘 사이가 돈독해진 방자와 춘향이..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아니 춘향이의 어장관리가 있었다고 봐야할까.. 몽룡하고도 정인 서약을 맺고 방자와도 정인 서약을 맺으며 둘을 저울질했던 그녀.. 급기야 몽룡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날.. 방자가 맺은 정인 서약이 들통이 나면서 몽룡은 방자와 춘향의 관계를 알게 되는데.. 이때부터 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결국, 방자는 춘향이네 청풍각에 머물며 상인으로 사업수완을 배우며 나름 입지를 굳혀 '이서방'으로 불리고, 과거 시험에 합격한 이몽룡과 현감으로 합격한 '변학도'가 서로 만나 몽룡은 변학도에게 독특한 제안을 하며 춘향이를 궁지에 몰려고 하는데.. 특히 여기서 변학도 역할이 아주 웃기고 오소독스하다. 현대어로 대사를 치는데 약간 정신나간 어리버리한 변태같은 역할로 폭소를 자아낸다. ㅎ 

암튼, 몽룡이 춘향이를 방자에게 빼앗겼다는 자격지심의 발호로 시작된 음모와 그런 음모에 빠진 춘향이를 온몸 바쳐 구하려는 방자.. 이런 그림은 춘향이가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해서 옥고를 치르는 모습으로 연결이 되고, 급기야 방자가 대신 옥고를 치르게 된다. 이 또한 몽룡과 춘향이 작당해서 만들어 보자던 그 어떤 '미담'의 소재거리였으니.. 과연, 방자는 당하고만 있었을까.. 그렇다면 춘향이를 끝까지 지켜 춘향과 행복하게 살았을까.. 아니면 고전처럼 몽룡과 춘향이가 행복하게 살았을까.. 이런 결말의 내용은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렇게 영화는 '방자전'이라는 제목답게 기존의 '춘향전'의 뼈대에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려낸 영화다. 그런데, 어찌보면 방자역을 한 김주혁이 이몽룡을.. 몽룡역에 류승범이 방자를 했어야 그림이 어울릴 것 같지만.. 이런 역설정이 어찌보면 더욱더 어울려 보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여기서 방자는 자신이 모셨던 야비한 지략가 이몽령보다 더욱더 뚝심있는 사내답게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를 가지기 위해서 모든 것을 던졌던 남자였다.

결국, 이야기의 시작에서 자신의 이런  러브스토리를 누구에게 전달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그것은 바로 '춘향전'의 탄생을 알리는 방자가 써내려간 춘향이와 애욕의 러브스토리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통 고전 '춘향전'의 중심에서 벗어나있는 방자.. 그런 방자가 그려낸 애욕의 러브스토리가 춘향전의 시발점이 됐다는 이 영화의 발칙하고도 파격적인 상상의 연출들..

그것은 방자와 춘향의 격한 러브씬 이외에도 오달수가 분한 마영감의 색스러운 웃긴 대사와 표정, 변학도의 변태같은 행동과 어투, 그리고 몽룡의 오만한 태도와 시선, 향단이의 발칙함과 몽령과의 격렬한 색정씬, 마지막 춘향이의 팜프파탈적인 모습과 여심의 이중적 잣대까지 볼거리는 많다. 또한 이런 비주얼적인 요소 이외에도 청각을 자극하는 성적 요소들도 한 몫해 또 하나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시간 가량의 긴 런닝타임으로 중반 이후 약간 처지는 느낌은 있지만.. 분명 매력적인 야설적 고전스런 맛은 있다. 이것은 전작 <음란서생>을 만든 김대우 감독의 또 다른 연출의 힘이 아닌가 싶은데.. 그것은 현대적 감각과 계급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 거기에 보너스로 은밀한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며 발칙한 상상력으로 버무려 허를 찌르는 김대우표 사극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분명 기존 사극의 상투성을 벗어나며 스토리적 전개보다는.. 비주얼과 청각의 자극속에 서로 엇갈려 보이는 캐릭터의 교차로 인한 색다른 재미를 주었고, 결국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 아니 애욕의 러브스토리를 만들며 '춘향전'의 실체을 알린 영화 <방자전>.. 그것은 미담이 됐든 애담이 됐든 방자에게는 춘향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바자 고전 '춘향전'을 발칙하게 범하게 된 이유이자 이 영화의 키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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