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4주
꿈은 이루어진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사실, 이 영화가 8년전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겨냥하며 곧바로 후에 나왔다면.. 아니면 다음달 열리는 2012년 남아공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나온 영화라 봐야할까..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가 없다. 작금의 천안함 사태이후로 남북한 대치 국면을 보면서 양쪽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입전쟁'에 으름장을 놓고 한바탕 신경전 중이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에 어찌보면 이 영화가 불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각설하고.....



내용은 간단하다. 나를 포함해서 군대 갔다온 남자들은 알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여자들이 무엇을 제일 싫어하는지.. 바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다. 그렇다. 이 영화가 바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로 갔다온 사람들은 사실 지겹고 볼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축구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한군 병사다. 남한 병사가 아니라.. 그 역은 바로 DMZ내 북한 GP에서 제일 잘 나가는 1분대장 이성재.. 극중 이름도 없다. 그냥 분대장으로 나온다. ㅎ

여기 분대장은 군생활 반은 축구할 정도로 축구 광팬이다. 때는 바야흐로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중.. 여기 북한군 분대장 이성재는 몸이 달아 오른다. 남한의 월드컵 소식때문에.. 그러던 어느날 분대를 이끌고 수색 근무를 나갔다가 멋돼지를 잡는 과정에서 남한 병사들과 맞주쳤지만 멧돼지 고기를 살갑게 구워 먹으며 우정?을 다진다. 이때부터 남쪽에서 월드컵 중계 주파수를 무전으로 신호를 보내자 1분대원들은 무전 주파수를 맞춰 그렇게 소원하던 축구 경기를 듣는다. 내기도 서로 하면서 말이다.

급기야 16강 이탈리아전은 중간 지점에서 만나 남한과 북한군 병사가 서로 축구하며 우정을 쌓고 경기까지 같이 관전한다. 물론, 이런 접근에는 남한측의 비밀리에 교섭지원이 있었던 것인데.. 암튼, 이렇게 즐겁게 축구를 듣고 보면서 북한군 43GP 1분대는 군생활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러다 8강전 스페인전까지 내무반에서 아스트랄하게 들으며 승부차기 끝에 이겼을때 그들은 광분한다. 마치 우리가 했던 것처럼.. ㅎ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바로 북한군 특수 감청부대가 이쪽 지역의 초단파가 잡혔다며 감사와 검열을 하러 나선다. 이때부터 북한군 43GP는 초긴장 상태.. 누가 남한과 교전했냐.. 내부의 적 간첩의 소행이다. 발본색원 하라면서.. 섹시한 북한군 여헌병(최지현)의 지휘하에 수사를 해나간다. 그러면서 1분대원들은 이런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하지만.. 분대장 이성재는 분대원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자기 혼자서 독박을 쓴다. 역시 선임 분대장답다. ㅎ

그러면서, 분대장은 갖은 협박과 고문을 받고 급기야 자백을 하게되고 상급부대 연대 본부로 끌려가게 되는데.. 여기서 분대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급기야 분대장을 빼내서 남한으로 탈출을 도와주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영화는 긴장감이 흐르는데.. 이성재 분대장은 홀연단신 자신의 축구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남한으로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분대장의 탈출을 안 북한군도 가만히 있지 않고 그를 쫓고, 남한측에서도 탈출 소식에 그를 잡으러 가는데.. 과연, 축구광 분대장은 무사히 탈출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어느 지점에서 열사처럼 산화될 것인가.. 영화의 결정적 장면이기에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렇게 영화는 '축구'라는 소재.. 더군다나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열광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스포츠 역사를 빌어서 만든 영화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스포츠에 남한과 북한이라는 우리 분단의 현실을 반영시켜 그렸고, 그것은 남한 중심이 아닌 북한군 중심으로 그린 희극 중심의 군대 이야기다. 그래서, 이런 유라면 문득 <공동경비구역JSA>가 생각나는데 그 영화는 분단의 현실을 영화적 메시지를 주며 비극으로 그렸다면 이 영화는 코믹하고 희극적인 요소가 많다.

그것은 이성재, 강성진이 11년전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콤비가 디시 만나서 자연스런 북한 병사 연기와 코믹연기, 그리고 분대장 밑에 넘버투 정경호와 그의 똘마니같은 분대원들..(위 사진 참조) 그리고, 남한군 병사측 중심이자 유일한 주인공 유태웅등..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뭉쳐서 3개월간 합숙생활을 하며 찍었다던 이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대단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북한군 병사의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냈고, '축구에 미친 어느 북한 병사의 남한으로 탈출기'라 볼 수 있는 플롯에서 큰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그 분대장이 주야장천 외쳤던 말.. "축구에는 국경도 없고 사상도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응원대신 "우리민족~~"이라 외쳤던 그들..  물론 와 닿는다.

스포츠에 무슨 사상이 있겠는가.. 하지만 작금의 우리 분단 현실은 그렇지 않음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의 제목 "꿈은 이루어진다"가 웬지 낯설고 거슬러 보이는 느낌은 왜일까.. 분명 다음달 남아공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이 영화는 기획했을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축구 이야기니까.. 그래도 누구나 꿈은 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게 인생살이라면.. 여기 축구 광팬이었던 북한군 병사도 그래서 사고를 친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영화속 주제이자 소재인 월드컵을 이야기의 중심에 담고 있으면서 이른바 '월드컵 중계 사수작전'을 펼치는 축구광 북한군들을 통해서 그 열기를 추억하고 기대하는 효과와 더불어.. 적어도 이 영화는 축구를 통해 같은 꿈을 꾸게 되는 남북한 병사들의 훈훈한 우정과 웃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엿보인다. 대신에 감동까지 가기에는 힘들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주는 비웃음?의 코드를 돈내고 극장가서 이렇게 보게됐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볼만은 했다. 대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단지, 제목이 거창할 뿐.. 제목을 다르게 지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PS: 이 영화는 특히 군대갔다온 남자 분들은 나름 추억?을 벗삼아 그럭저럭 재밌게 볼만한데.. 5분대기조, 수색근무, 내무생활등.. 그런데, 아침 댓발부터 나빼고 다수의 여자들 관객은 뭥미?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보러 오다니.. 대단들 하시다는.. 아니면 이성재 팬일지도 모르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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