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4주
내 깡패 같은 애인 - My Dear Desperad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인생의 루저 패배자로 전락한 남자.. 남들 배울때 싸움질로 인생을 보내며 동네 날건달 깡패로 전락한 사람.. 이제는 나이도 먹어 아이들 앞에서 '가오' 안살게 꼬봉 밑에서 빌어 먹으며 항상 추리닝 패션으로 반 지하방에서 혼자 사는 남자 '오동철'(박중훈).. 그렇게 빌어 먹으며 깡패짓을 이어가지만 엣지있고 임팩트있는 일처리가 아닌 아닌 매번 맞고 다니는 그런 '삼류 루저 건달'이다.

이런 남자에게 어느 한 여자 '한세진'(정유미)이 접근한다. 아니 접근이 아니라 우연찮게 반지하 옆방 세입자로 들어온다. 그러면서 둘은 맞부딪힌다. 그런데, 세진은 이 남자가 동네에 건들건들한 깡패라는 것을 알고서는 벗어나려 하지만.. 동철은 관심밖이다. 나가든 말든.. 그렇다. 이렇게 영화는 두 남녀인 동네 삼류 건달과 어렵게 취직한 회사가 부도나면서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든 젊은 처자와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마치 한편의 '깔끔한 로맨스 소설'을 본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좌충우돌 펼쳐지는 로맨스속에 박중훈의 물익은 건달 연기로 곳곳에 묻어나는 행동거지와 자연스런 코믹 대사들.. 역시 영화배우답다. 물론, 젊은 처자 세진역의 정유미도 여주인공답게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20대 취업난의 고충을 잘 보여주며 연기했다. 전작 <10억>에서 게임에 참가했던 모습이나 <차우>에서 식인멧돼지를 쫓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즉, 여기서는 20대 중후반의 여자로 분연했는데, 지방대 출신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때마다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 심지어 면접장에서 춤을 추고, 성접대까지 요구받는 아주 더러운 취업 세상을 겪게된다. 이렇게 취업전선이 녹녹치 않으며 힘들어하는 세진에게 동네 깡패인 동철이 어느 순간부터 '키다리 아저씨'로 분연하며 그녀를 옆에서 돕게 된다. 



비오는 날에는 우산도 사다주고, 방에 쓰러져 있어서 병원에 업어다주고, 성접대를 요구한 어느 회사 대리를 찾아가 개패듯이 패주고 말이다. 급기야, 시골 아버지의 성화로 세진은 동철을 애인감으로 데려가 인사를 시키지만 깡패 근성은 못버리는 법.. 신분이 들통나며 모든게 파토나는듯 했는데.. 마지막 취업 면접을 앞두고 동철은 그런 세진을 위해서 큰 건을 하나 올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어찌보면 그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이렇게 영화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두 남녀가 결국 사랑에 골인하는.. 아니 사랑에 골인까지는 아니고 애인으로서, 특히 세진이 취업전선으로 힘들어할때 옆에서 지켜주는 애인같은 존재로 동철은 임무를 다했다. 물론, 동철 본연의 임무였던 깡패짓 속에서는 바로 이권이 개입되며 자신의 세력을 위해서 몸소 칼을 들고 나가는 무모함까지 보여준다. 이런 모습들은 9년전에 대히트를 친 마치 '파이란'의 최민식이 분연한 '강재'를 보는 듯 하다.

거기서도 '강재'는 삼류 양아치 날건달로 나오며 중국에서 온 한 여자 '파이란'을 지켜주는 둘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지금도 수작이라 평가받는 '파이란'.. 그렇다. 바로 그 영화 '파이란'을 보듯 이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도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2010년의 '내 깡패같은 애인'은 '파이란'처럼 진중하면서도 무게감이 아닌 잔잔하면서도 코믹을 버무려 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깡패와 사랑이라는 클리셰적 흔한 소재로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간 이 영화.. 예측가능한 설정들을 흔근히 비켜가면서 잔재미를 끌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수 있다. 즉, 건달은 아직 세상의 상처를 덜 맛본 여자의 미래를 지키려 싸우고, 직장을 찾는 여자는 마음이 끌린다고 무모한 사랑에 목숨 걸지 않는게 그것이다.

그것은 영화 <오아시스>의 조감독 출신인 김광식 감독의 처녀작으로서 익숙한 소재이지만 차고 넘치지 않게 풀어낸 섬세한 각본과 연출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절정의 인기배우들로 포진해서 그저 그렇고마는 로맨스물을 만드느니.. 이렇게 10억 미만의 저예산 로맨스물로도 충분히 관객을 웃기고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성공한거라 본다.

나 또한 영화를 보고서 그렇게 느끼고 있고, 오랜만에 박중훈식 삼류 깡패의 농익은 코믹 연기와 돈 나가는 어느 여배우들보다 극중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며 펼친 신선하고 풋풋한 정유미의 연기가 더 돋보이고 예뻐보이는건 왜일까.. 그녀 스스로 '내가 외롭고 힘들때 옆에서 지켜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고 했듯이.. 그것이 이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이자 바로 연애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두 남녀가 같이사는 인생살이라면 말이다.

ps : 특히 이 영화 여자분들께 강추합니다. 여기 동철같은 남자가 '진국'이라는 사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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