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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위의 작은 타이틀의 '김만덕'이라는 문구가 아니라면 제목만 보고는 모르는 책일 수도 있다. '숨비소리'란 무엇일까? 찾아보면 해녀들이 깊은 바다 속에서 해산물등을 캐다가 숨이 차올라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같은 숨소리를 말한다. 이것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인간의 소리로서 일종의 제주방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 와 닿는다. 바로 '숨비소리'는 고통에 차서 내뱉는 숨소리로 여기 김만덕이 그런 고통의 삶을 거치며 살아온 그녀의 굴곡진 숨소리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숨소리를 그려냈을까?

사실, 이제는 많이 알게된 거상 '김만덕'이다. 제주 여성이자 거상으로 조선후기 학자들에게도 칭송받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표본답게 그녀의 신화는 어떤 것일까.. 사실 이와 관련돼서 김만덕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온 상태고, TV에서도 '이미연'이 주연을 맡아 사극으로도 방영되고 있는 역사속 인물이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회자된 그녀의 진실은 무엇이고, 이 책 <숨비소리>는 그녀의 고통진 숨비소리를 어떻게 그렸는지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때는 바야흐로 1750년 그해 여름은 조선 팔도를 휘감는 자연재해등 흉년과 역병이 창궐하는 암흑기였다. 여기 제주도 이런 비극을 비켜가지 않았으니 어머니와 오빠 둘과 바다앞을 벗삼아 살아가는 12살 제주의 당찬 소녀 김만덕이 있었다. 이미 아비는 바다에서 인생을 마친 바다사람이었고, 어머니 또한 해녀로 가족들의 삶을 연명한 억척 여성이었다. 이런 나름의 태평한 가정이 흉년과 역병이 창궐하며 호열자(콜레라)로 어머니가 죽게되면서 만덕이네 가세는 급격히 기울고 오빠들과 어린 만덕이는 헤어져 살게된다.

이때부터 '굳세어라 금순아', '달려라 하니' 아니 '외로워도 슬퍼도 난 울지않아 캔디' 모드로 돌변한 만덕이는 퇴물이 된 기생 월중선의 수양딸로 들어가고 몇년을 몸종 노릇을 하다가 제주의 관기로 들어가 기생 노릇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기생은 예인(藝人)의 일종으로 몸까지 바치는 유녀(遊女)와고는 다른 개념이었는데 그녀도 수청은 힘든 고역.. 결국, 이런 관기로 썩느니 하니와 캔디의 성정답게 박차고 나와 예전의 '양인' 신분으로 복원되고 이때부터 상인의 꿈을 키운다.

그러면서 포구 앞에서 객주를 차리면서 늙은 할매와 어린시절 알고지낸 '도형'이라는 사내 그리고 작은 오빠 '만재'와 함께 제주 상권을 잡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한다. 그녀가 내건 원칙은 매점매석을 근절하여 제주 백성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적정가격에 매입하여 이윤을 적게 남겨 판매하는식.. 결국,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던가.. 서서히 그녀의 상권은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세력앞에는 항상 악당이 있는법.. 제주의 최대 악덕 거상인 '고병기'가 버티고 있고 그의 차인 '최대식'이 그녀의 객주를 자주 찾아와 어깃장을 놓는다.

하지만 이런 세력도 상인의 정도(正道)를 걷는 김만덕에게는 안되는 법.. 이미 제주 민심은 김만덕에 기운지 오래였던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20대에 시작한 객주 사업이 열심히 민심을 파고들며 노력한 끝에 그녀 나이 50대에 이미 그녀는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1792년부터 시작된 흉년이 1795년 정점에 달하면서 제주도의 대흉년으로 인해 그녀는 전 재산을 털어 구호미를 마련하면서 제주 백성들을 살리게 된다. 이 기록은 정조실록(정조 19년, 1795년)에 자세히 나와 있다고 한다.

이렇게 그 유명한 최씨 부자에 버금가게 전 재산을 털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한 그녀는 이제는 '만덕 할멈'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왔던 인생에서 그녀만의 자유로운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나고 자란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를 밟아보는 일.. 그것은 오랫동안 법으로 정해진 '출륙금지령'을 폐지하는 오랜 숙원이었던 것이다. 

결국, 제주 백성을 구한 김만덕에게 정조 임금이 하사한 큰상의 제수가 이어지고 만덕의 소원을 말하라 하니.. 그녀는 감히 '출륙금지령'폐지는 말 못하고.. 다만 서울 한양을 한 바퀴 둘러보고 금강산에 다녀오고 싶다 말하며.. 그녀는 그렇게 제주 여성 첫번째로 말년에 육지를 밟게 된다. 그때가 정조 20년(1796년)일로 실상 정조는 제주 여자가 사사로이 육지로 나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 고심했고.. 결국, 내의원 '의녀반수(醫女班首)' 벼슬을 제수하여 이런 벼슬로 임금을 알현하러 온다는 명분을 만덕에게 만들어주었다는 기록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이렇게 본 역사 소설 <숨비소리>는 거상 김만덕의 일대기를 문학적 수사처럼 에둘러 말한 함의적 표현이 아닌 직관적인 문장으로 쭉쭉 써내려갔다. 12살부터 부모를 여의고 기생과 상인을 거쳐 말년에 금강산을 유람하게된 사연까지.. 그런데, 한권에 모두 담아내다 보니 디테일한 묘사가 떨어지고 중반 이후 상인으로서 활약에 대한 묘사는 자세한 상술대신 요약식으로 표출이 된 느낌이다. 더군다나 책 자체의 느낌도 때로는 학생들도 접하기 쉽게 써내려간 것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제목 <숨비소리>가 주는 의미인 '고통을 참고 내뱉는 숨소리'처럼 함축적인 큰 얼개가 거상 김만덕의 삶을 오롯이 투영했다고 보기에는 힘에 부친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여러가지 '김만덕' 역사 소설이 난무한 가운데.. 그래도 나름 깔끔하게 요약식으로 김만덕의 이야기를 표출했으며 그것은 한편의 예전 TV 인기작 '베스트셀러 극장'을 만난 느낌인 것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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