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5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하지만 그 몸부림은 말 그대로 몸부림으로 그치고 만 것인가? 5년전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준익 감독.. 그가 다시 메가폰을 잡으며 5년뒤 좀더 비주얼하고 엣지있는 칼날 액션을 선보인 사극으로 돌아온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먼저, 이 영화는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알다싶이 원작 만화를 옮긴 것으로 ’박흥용’ 화백의 동명 타이틀이다.

그런데, 영화를 먼저 접하고나서 단박에 든 생각은 원작 만화 세권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드는건 왜일까.. 영화가 못해서일까.. 그럴수도 있지만.. 영화가 다소 부족하거나 절제되지 못해 힘에 부친 각 캐릭터들의 욕망에 대한 발현과 셈세한 터치를 보고 싶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먼저,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으로 서막을 연다. 바로 조선시대 선조 임금의 집권 중반기.. 임진왜란이 발발(1592년)하기 몇년전 보통 ’비운의 혁명가’라 불리는 ’정여립의 역모사건’.. 그 역사속 실제 주인공이 처음부터 나온다. 즉, 정여립이 수장으로 세상을 갈아엎겠다던 ’대동계(大同契)’가 정치적 결사조직으로 활동하다가 서인 세력의 탄핵을 받으며 정여립은 자살했고 그 일당은 몰살을 당한다.

그러면서 이런 썩어빠진 세상을 뒤엎고 스스로 왕이 되려는 왕족 출신의 반란군 ’이몽학’(차승원)이 전면에 나선다. 그는 조선 최고의 검객으로 자신의 칼로 세상을 베어 버리겠다는 야심찬 인물이다. 그런 야망을 위해 달려가는 그는 한때 사랑했던 연인이자 조선 최고의 기생 ’백지’(한지혜)도 버리고, 오랜 동지이자 전설의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까지 버린 안타까운 운명을 가슴에 묻은 야심가다. 그런 야심가 눈에는 당시 권력의 정점이었던 동인과 서인 어느 편도 아닌 그렇게 두쪽난 조정 권력을 향해 칼날을 드리우게 되는데..



한편, 이런 조선 최고의 검객을 뒤쫓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옛 동지이자 이몽학의 헛된 욕망을 막고자 그와 대결을 펼치러 팔도를 유람하는 바로 전설의 맹인 검객 ’황정학’ 소위 황봉사다. 그는 앞을 못보는 맹인이지만 그의 칼날은 눈보다 귀가 빠를 정도로 예리하다. 이런 맹인 검객과 동행하는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견자(犬子)’ 말 그대로 ’개새끼’다. 이 어린 청년은 최고 권력가의 서자 출신의 반항아로 이몽학에게 자신의 가문이 몰살이 당하자 오로지 이몽학에게 복수를 꿈꾸며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황정학과 동행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조정이나 두 사람이 쫓고 있는 이몽학을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서 긴 여정을 견자와 함께 시작한 조선 최고의 기생 백지(한지혜)까지.. 이렇게 이 영화는 네명의 주인공들로 그려내며 질곡의 역사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다층적인 삶의 이야기를 드라마와 비주얼로 빚어낸 서사극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임진왜란이 발발하며 무능한 임금은 백성을 버렸고, 썩어빠진 조정과 민초들의 삶은 피폐해가는 현실에서 칼의 반란을 주도한 이몽학과 그런 그의 헛된 욕망을 막기위한 전설의 맹인 검객 황정학, 또 그런 황봉사로부터 검술을 배우며 이몽학에게 복수를 꿈꾸는 인물 견자..

이렇게 세남자는 각기 다른 길을 가는듯 보이지만, 그 길의 끝은 바로 그들이 꿈꿔온 욕망의 칼날로 대신하며 그려냈다. 홍일점 백지는 단지 거들었을뿐.. 왜냐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한 연기때문에 이준익 감독에게 많이 혼났다는 후문이다. 물론, 맹인 검객역의 황정민과 대동계의 수장이자 조선 최고의 검객 차승원의 연기는 그들의 이름값대로 나름 열연을 했으며.. 특히 황정민의 맹인 검객역은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흡수가 되었고, 차승원 또한 전작의 사극 영화였던 ’혈의 누’처럼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그리고, 또하나의 인물 어찌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도가의 서자 ’견자’역을 한 백성현군.. 이 친구의 연기가 참 신선하고 좋은 느낌이다. 원작은 안 봤지만 홍보용 그림에서 봤듯이 영화속 비주얼과 많이 매치가 된 느낌이다. 그래서 영화속에서 이몽학에게 복수를 꿈꾸며 그는 맹인 검객 스승으로부터 검술을 배우고 또 서릿발같은 눈빛으로 아픈 상처를 씻어내려 노력한 모습으로 분연했다. 하지만 조금은 너무 연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지만 나름 그 캐릭터에 잘 몰입한 느낌이다.

암튼, 영화는 그것이 권력이 됐든 아비의 복수가 됐든 또는 욕망을 좇듯 아니면 그 욕망을 막든.. 어느 한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그것은 원작이 구름을 벗어나려 했던 사람, 자신을 옭아맨 신분의 굴레를 넘어서고자 했던 견자의 성장을 주제로 했다는 설명과는 달리 이몽학, 황정학, 견자를 세축으로 여러명의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복수, 대립, 애정, 배신등 다층적 드라마를 형성시키며 그런 드라마가 겹치면서 생기는 풍성함을 보여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인 그림이나 분위기는 탄력을 계속 받지 못하고 힘에 부친 느낌이다.

그것은 이준익식 마당극을 보듯이 펼쳐낸 그림들이고, 그런 그림에 영화의 주된 요소이자 각 인물들의 욕망의 집결체라 할 수 있는 비주얼적 검술 액션의 선보임은 이런 드라마적 요소와 바로 상충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당시 혼탁한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한 시대의 모순을 감내하며 스스로의 탈출구로 희망을 좇는 인물들.. 그리고 그런 이념적 대결속에서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욕망을 향한 칼날 액션의 분출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느낌이다. 

결국, 왕위에 대한 욕망으로 점철돼 마지막에 ’나는 역적이다’라고 스스로 말하는 이몽학..  이렇게 오직 자신의 야망을 향해 차가운 칼을 휘두르는 남자와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세상의 혼란을 멈추려는 남자, 그리고 칼날에 서슬프런 분노를 담은 청년.. 이들의 치열한 칼날의 사투는 어떻게 마무리 되었을까.. 그것은 단지 욕망의 몸부림이었을까.. 그래서 영화를 보고나서 더욱더 만나고 싶어진 ’박흥용’ 원작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좀더 섬세한 욕망의 몸부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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