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전쟁은 어느 나라든 그것이 남긴 참상과 상흔의 아픔이 있게 마련이고 시대가 흘러도 고스란히 남는 법이다. 우리도 이런 전쟁의 상흔이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충무로의 내노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노캐런티로 제작진과 의기투합하며 탄생시킨 영화 <작은 연못>.. 아니 영원히 잊혀질뻔한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한편에 담겨졌으니 이 영화를 보는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내 심연에 깔린 불편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몰랐던 영화라 자평한다. 이 영화는 바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던 시절 어느 7월 한 마을의 주민들이 미군에게 집단 사살당한 ’노근리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정확히 좀더 알아보면은 이렇다. 노근리 사건은 1950년 7월 6.25 전쟁 중에 남하하던 피난민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 폭격 사건으로 수백 여명의 민간인 중 25명만의 생존자를 남긴 사건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 사이에 50년간 부정됐던 사건은 1999년 AP통신의 기자들에 의해 최초 보도가 이루어져 2000년 한국인 최상훈 기자를 포함해 퓰리처상 ’탐사 보도 부문’을 수상했으며 2002년 영국 BBC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며 본격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은폐로 오랫동안 덮여 있었지만 1994년에 살아남은 주민이 저서를 출판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먼저, 영화는 처음부터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어느 산골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그들은 순박하게 살아가는 산촌마을 사람들이다. 6.25가 발발했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설마 여기까지 누가 들어오랴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미군이 이 지역을 전투지역으로 선포하고 피난을 가라하는데.. 이때부터 마을 주민들은 피난길에 오르고 마을에서 떨어진 산기슭에 칩거한다. 하지만 이곳도 빨치산 근거지라며 또다시 내몰려 피난을 간다. 그 피난의 여정은 산골 삶의 고단함을 보여주듯 힘들기만 한데.. 그러던중 그들은 어느 철도가에서 미군들에게 잡혀 움직이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채 방치되게 되는데.. 이때 갑자기 하늘에 전투기가 뜨더니 그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한 것이다. 미군측에서 어떤 피난민도 전선을 넘지 말게 하라며 모두 죽이라는 명령.. 총탄이 빗발치며 수많은 주민들이 쓰러져 죽어간다. 그런 참상의 비주얼은 보는이는 하여금 울분과 먹먹함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런 총탄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느 굴다리 밑으로 숨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그들의 마지막 삶의 현장이었다. 며칠을 버텼지만 빠져나간 이는 빠져나간대로.. 못빠져 나온이는 그 안에서 빗발치는 총탄에 몰살을 당한다. 아........... 이렇게 영화는 노근리 주민의 고달픈 피난민 여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6.25 전쟁당시 미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만행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렇게 총탄에 죽어가는 피난민들과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아기들을 보며 울분과 한숨의 광분이 묻어나는 내내 시쳇말로 미군 개새끼들이 자연스러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죽어나간 수백명의 사람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은 그해 가을 마을에서 터전을 잡고 살지만 예전처럼 목가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으니.. 살아남은 어린이들을 통해서 그들의 상흔을 씻어내듯이 동요를 부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영화의 런닝타임은 1시간 반이 안 될 정도로 짧다. 하지만 전쟁이 주는 참상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담아냈고 충무로에서 아니 우리에게 익숙한 수십명의 영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그런 전쟁의 상흔속에 피난민들의 여정을 잘 보여주었다. 물론, 그런 학살의 현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차마 어떻게 입으로 담으랴.. 하마터면 잊혀질뻔해 철저히 가려진 미군에 의해 자행된 수백명의 학살 사건이 왜 이제서야 아니 진작에 못나왔던 것일까.. 그런 화두로 우리도 이렇게 전쟁중에 벌어진 숨겨진 참상의 진실을 과감히 밝히기 위해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 투자를 받고 뜻있는 충무로의 대표 배우들과 스탭진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어내며 열정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영화 <작은 연못>..그것은 바로 이유도 모른채 가족과 이웃을 잊고 쓰러져 가야만했던 노근리 주민들의 참혹한 생존 드라마로 그려냈고.. 운 나쁜 소수의 비극으로 치부되던 왜곡된 전쟁의 참상을 객관적인 시선과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내고 있는 한편의 다큐적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니 이제는 잊혀진 전쟁이고 세대라지만 꼭 봐야하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의 가슴속 깊이 내재된 6.25 전쟁이 준 상흔들의 편린을 끄집어내는 도정이자 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의 제작과 출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영원히 잊지말자 그 전쟁의 상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