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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론 ㅣ 간신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12월
평점 :
간신은 나라를 망치고 충신은 나라를 살린다. 망국의 원흉이 간신이고 구국의 영웅이 충신이다. 그런데 "역사상 충신보다는 간신이, 청백리보다는 탐관오리가 훨씬 많았다."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인 김영수의 말이다. "나라 흥하는 데는 열 충신으로도 모자라지만 나라 망치는 데는 간신 하나면 충분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저자는 신작 《간신》(창해, 2023)에서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간신의 개념 정의부터, 부류, 특성, 역사, 해악과 방지책, 역대 기록 등을 정리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악랄했던 간신 18명의 행적을 고찰하고, 간신의 수법만을 따로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현대판 간신들과 '간신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킨다. 이른바 '간신 현상'이란 간신들이 떼거리를 지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명명한 표현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판 간신은 학력과 스펙을 기반으로 부와 권력, 시스템, 정보를 독점해 부도덕한 '엘리트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책 말미에 특별부록으로 흥미롭게도 '간신 지수 측정을 위한 설문 조항'을 넣어 독자들이 자신의 '간신 지수'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간신은 하나의 역사현상이자 사회현상이다".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 〈영행열전〉을 보면, 아부와 아첨 따위로 권력자의 사랑을 받은 이들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영행열전'은 한국 각계각층에서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한국의 정치판과 경제계, 그리고 방송계와 스포츠계에서 쏟아내는 지도자급 인사들의 스캔들과 간행들, 범죄들을 보라. 우리는 지금 음모와 아첨, 이기주의와 기회주의에 능한 간신들의 전성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간신과 간신현상의 뿌리를 당겨보면 가깝게는 일제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 부귀영화를 누렸고, 지금도 기득권이 되어 여전히 권세와 부귀를 누리고 있는 반민족 부일(附日), 종일(從日) 분자들과 만나게 된다. 물론 그 위의 또 한 뿌리는 봉건 왕조 체제의 찌꺼기다. 여기에 이것들과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는 부미(附美), 종미(從美) 분자, 쿠데타 독재 권력의 잔재 세력 등 청산하지 못한 또 다른 역사와 만나게 된다."(17쪽)
간신은 권력이라는 토양에서 피어난 악의 꽃이다. 간신의 핵심 특징은 간(奸), 탐(貪), 치(恥)다. 가령 '탐'을 예로 들면, 간신은 본질적으로 탐관이며, 재물을 탐하는 '탐재', 권력을 탐하는 '탐권', 색을 탐하는 '탐색', 자리를 탐하는 '탐위'라는 네 가지 본질적 특성을 언급할 수 있다. 간신은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여 재물을 빼앗고 권력형 범죄를 짓고도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함을 보인다. 간신들이 빈번하게 활개를 치는 이유는 바로 인성의 약점 때문이며, 제도의 미비 때문이며, 경각심의 부족 때문이며, 역사의식과 통찰력의 부족 때문이다. 법가의 한비자는 간신과 관련하여 이렇게 설했다. "간신은 반드시 알아야만 대비할 수 있고, 반드시 없애야만 끝낼 수 있다. 모르면 방자해지고, 없애지 않으면 멋대로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