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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기후온난화와 기후위기를 거쳐 기후재앙을 언급하는 요즘이다. 한가히 커피숍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펭귄과 북극곰 안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진지하게 인류의 멸종을 걱정할 때다. 인류가 없다면 지구도 의미가 없다.
기온이 급격히 치솟으면 덩달아 늘어나는 몹쓸 것들이 있다. 강력범죄, 가정폭력, 혐오표현 등이 그러하다. 산불이나 허리케인, 치명적인 홍수나 폭우 같은 자연재해도 늘어난다. 제아무리 백세시대 운운해도 신경 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빈도나 뇌 질환에 걸리는 빈도 역시 늘어난다. 반면 이산화탄소 농도와 폭염 빈도가 치솟으면, 덩달아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대개는 긍정적인 지표가 하락한다. 생산성,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 인지 수행 능력, 학습 능력 등이 그러하다.
2100년이 되면 더 이상 사계절은 없다. 오직 여름과 겨울이 있을 뿐이다. 기후학자들은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 이상 여름이 한 해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겨울은 2개월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서퍼와 스키어에게도, 낙타와 펭귄에게도 전혀 반갑지 않은 뉴스다. 기후불안이 더 심해지는 불길한 소식일 뿐이다.
기후변화는 지구별의 생태와 풍광은 물론 우리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굳이 대지의 생각이 곧 우리 몸의 생각이라는 어느 인디언 추장의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인류는 지구별과 고락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다. 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은 기후변화가 개인 및 공중보건에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파고든다. 자연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뇌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방식을 신경과학, 데이터과학, 인지심리학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우리 밖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좀더 오컬트스럽게 표현한다면, 우리 안에 '기후 괴물'이 살고 있다고 할까. 기후 괴물은 인간의 탐욕이 낳고 키웠다. 기후 괴물은 외부 생태계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생태계마저 훼손한다. 가령 기억력 감퇴, 학교 성적의 추락, 폭력성 촉발, 신경퇴행 질환의 증가, 감염병의 역습, 트라우마 및 우울 증상의 폭발 등이 그러하다.
그럼, 기후 괴물을 퇴치하는 비책은 무엇인가. 저자와 달리, 나는 답이 없다고 본다. 생태계 최상위포식자인 인류가 반성하고 변하면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다는 낙관론을 나는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