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브릭에게 이름을 붙여줬다고 해도, 그걸 정말 자아나 의식을 가진 존재라고 믿으면 안 돼."

이제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뜻밖이었다.

"인간이 아닌 것이 자아를 가진 것처럼 흉내내기는 생각보다 쉬워. 이전 문명에서도 증명된 사실이고. 하지만 정말로 네가 그걸 자아를 가진 존재로 대하는 건 다른문제야. 우리에겐 뭐든 의인화하려는 습성이 있지. 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봐야 해." - P108

너희는 이미 수많은 개체의 총합.
하나의 개체로는 너희를 설명할 수 없어.
네 안에는 다른 생물들이 잔뜩 살고 있어.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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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격렬한 이야기에서 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순간이 도래할 즈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커다란 선물로 클레오파트라를 현혹하고자 했다. 그는 금이나 보석이나 향연에는 클레오파트라가 눈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야매일 헤프게 썼으니 말이다. 한번은 술 취한 새벽,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크기의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셔버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책은 열정의 연료였다. - P25

상징을 창조하라. 이집트가 유구한 역사로 위협한다면 과거가 없는유일한 도시인 알렉산드리아로 수도를 옮기라. 그리고 그곳을 지중해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지로 만들라. 신하들이 새로운 변화를 믿지 못 하면 모든 사유와 과학이 너의 땅에 모이게 하라.
프톨레마이오스는 엄청난 풍요를 알렉산듥아 도서관과 박물관에 투자했다. - P43

책 수집가의 열정은 여행자의 열정과 비슷하다. 모든 도서관은 여행이며, 모든 책은 유효 기간이 없는 여권이다. - P45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경계가 없었다.
그곳엔 그리스인, 유대인, 이집트인, 이란인, 인도인의 언어가 평화롭게 공존했다. 그 정신적 영토는 그들 모두가 환대받는 유일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 P47

두루마리 책을 다루는 건 요즘 책의 페이지를 다루는 것과 다르다. 두루마리를 펼치면 종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인 텍스트 뭉치들이 연이어 눈앞에 나타난다. 독자가 이를 읽어가면서 새로운 글을 보려면 오른손으로 두루마리를 펼쳐가고 왼손으로는 읽은 부분의 두루마리를 말아야 한다. 휴지기와 리듬을 요하는 느린 춤과 같다. 독서를 마치면 두루마리는 정반대로 말려 있게 되기 때문에 다음 독자를 위해 두루마리를 되감아둬야 한다.  - P68

독서가 늘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글이 생겨난 이후부터 중세 시대까지 독서는 자신이나 타인을 위해 큰 소리로 읽는 행위였다. 작가는 글을 쓰며 문장을 읽음으로써 음악성을 유지했다. 책은 지금처럼머릿속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입술을 떼며 큰 소리로 울리는 멜로디였다. 독자는 성대를 울리는 해석자였다. 글로 쓰인 텍스트는 아주 기본적인 악보로 간주됐다. 그래서 글자는 연이어서 등장하며, 구분이나 마침표가 없었다.(글자를 이해하려면 발음을 해야 했다.) 책을 읽을 때는 증인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독서는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도서관의 주랑 현관이 조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늘 책 읽는 소리가 들렸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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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17 주간 독서

너무 따뜻해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는게 아니라 벚꽃이 필 것 같다는 푸념을 지인들에게 했다. 이러다 겨울도 완벽하게 즐기지 못 하는 순간이 올까 무섭다.

겨울마다 해 온 나의 프로젝트는 장편(3권이상) 읽기다. 추울 때 긴 호흡의 책을 읽으면 집중이 더 잘 된다. 수면 양말 신고, 폴라폴리스 겉옷을 걸치고, 무릎 담요도 덮고, 내가 늘상 앉는 소파에 쿠션까지 준비하면
차가움, 따뜻함, 겨울 바람, 겨울 특유의 건조하지만 눅눅한 요상한 습도까지..
그것이 장편 읽기에 최적화 된 환경이다. 물론 나에게만!
그런데 기온이 높으니 책 선정도 못 하겠다. 읽을 기분도 안 난다. 그래도 저장된 책 리스트를 꺼내서 봐야지. 이러다 나만 손해다.

1. 갈대 속의 영원-이레네 바예호
우주 유영 중인 지구 무늬를 한 책을 보고 읽어야겠다 마음 먹었다. 표지에 연연해 하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중고딩 때 책 표지 그리는 걸 참 좋아했네. 물론 마음에 차지 않는 그 당시의 표지 때문에. 겉모습에 현혹 되지 말자 하는데 나이를 먹어도 껍데기에 홀리다니.

2. 파견자들-김초엽
짝꿍이 산 책이다. 내 짝꿍은 SF소설을 좋아하고 구매한다. 시간이 없다면서 쌓아두고 있길래 내가 먼저 읽고 내용을 떠들어 댄다. 어떤 날은 본인이 읽은 줄 알고 내게 와서 책 이야기를 해준다. 웃픈 직장인의 현실! 좋아하는 작가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데 신간을 못 읽으면 서운할까 싶은 마음에 내가 대신 읽고 요약 정리 겸 수다나 떨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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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역사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그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할 때마다 한 손을 조끼 안에 넣은 자세를취했는데, 이는 토가를 입은 고대 로마인을 의미하는 포즈였다. - P61

그는 완전한 사회적 보수파가 되었다. 군 장교 나폴레옹은 널리 인정받는 중앙집권 체제로 명령을 위계적으로 내려야 하며 높은 사기와 의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관리와 교육 체제를 위해 질서를 갖추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반항적인 폭도와 비슷한 낌새를 보이는것을 본능적으로 꺼렸다. 그의 이런 성향은 프랑스혁명 과정은 물론 평생토록 변하지 않았다. - P72

1793년 6월 11일 보나파르트 가문은 칼비를 떠나 프로젤리트호에 올랐고 이틀 뒤 툴롱에 도착했다. 코르시카에서 약 275 년간 거주한 가문의 역사가 바뀌게 된 것이다코르시카에서 자코뱅파가 몰락하자 살리체 역시 프로방스로 망명해야 했고 6월 말 파올리는 영국 왕 조지 3세를 코르시카의 왕으로 인정했다.
나폴레옹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으나 평생 고향을 다시 밟은 것은 1799년 이집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른 게 전부였다. - P110

어떤 군의 역사를 살펴봐도 1790년대 프랑스처럼 장군의 직위 교체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 이는 곧 능력 있는 젊은이가 전례 없는 속도로 직위 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정상적인 임명과 은퇴는 물론 공포 정치, 이민, 전쟁, 정치 숙청, 패배이후의 치욕, 정치적 의혹, 희생양 사냥 등의 영향으로 1789년 상등병이던 라자르오슈는 1793년 장군이 되었고 1792년 중위였던 미셸 네는 1796년 장군의 자리에올랐다. - P119

그는 소위 5년 6개월, 중위 1년, 대위 16개월, 소령 3개월을 지냈고 대령은 건너뛰었다. 군 복무 기간 99개월 중(무허가 휴가를 포함해) 58개월이 부재중이었고 실제로 임무를 수행한 기간이 4년도 채 되지 않는 나폴레옹은 
1793년 12월 22일 스물네 살의 나이로 장군이 되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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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탄에 삽니다
고은경 외 지음 / 공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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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요약]
우리 나라 여성 3명이 부탄에서 살며 겪은 일과 생각, 부탄을 소개하는 책.

꾸준히 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는 것. 독후 활동으로 글도 쓰지만, 찾아보면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독후 활동은 다음과 같다.
영화, 드라마, 다큐, 연극, 뮤지컬, 전시회, 강연, 그리기, 만들기, 토론, 필사 등이다.

보통은 책을 읽으면서 독후 활동을 생각한다. 올해는 대부분 영화나 강연을 주로 보았고, [선읽기-후활동]을 대부분 했다. 예외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이 책이다.

<우리는 부탄에 삽니다>는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교실 안의 야크>를 본 후 읽게 된 책이다. 영화 감상 후 활동으로 독서를 선택한 경우다. 참여하고 있는 독서 동아리의 영화 토론 시간에 감상한 영화였다. 학교 선생님인 주인공이 부탄의 오지에서 겪는 일을 그린 영화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궁금했다. 책 속에서 발견한 부탄은

-인구 72만
-수도 팀푸는 해발 2400m
-공식 석상 복장은 전통복 착장 (여자-키라, 남자-고)
-영화 산업계 연수를 한국에서 한 나라
-국민들이 죽음을 공부하는 나라
-탄소 흡수량>탄소배출량
-무상의료, 무상교육
-국토의 70퍼센트 이상이 산림으로 보존
-왕이 자발적으로 권력을 국민에게 이양한 나라
-자유여행이 없는 나라
-외국인 최소 여행비가 명시 되어 있는 나라
-관광세가 있는 나라
-국민총행복지수로 정부의 개발 정책이 결정

많은 내용 중 가장 놀랐던 것은 부탄의 민주화 과정이다. 왕이 자발적으로 권력을 국민에게 이양하는 과정을 간단히 소개한 287쪽~299쪽은 다시 읽어도 새롭다. 이런 곳이 있고, 이런 왕이 있다는 것이 판타지처럼 다가왔다.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차기작 <총을 든 스님>이 그 과정을 다룬 영화라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볼 방법이 없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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