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격렬한 이야기에서 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순간이 도래할 즈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커다란 선물로 클레오파트라를 현혹하고자 했다. 그는 금이나 보석이나 향연에는 클레오파트라가 눈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야매일 헤프게 썼으니 말이다. 한번은 술 취한 새벽,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크기의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셔버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책은 열정의 연료였다. - P25

상징을 창조하라. 이집트가 유구한 역사로 위협한다면 과거가 없는유일한 도시인 알렉산드리아로 수도를 옮기라. 그리고 그곳을 지중해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지로 만들라. 신하들이 새로운 변화를 믿지 못 하면 모든 사유와 과학이 너의 땅에 모이게 하라.
프톨레마이오스는 엄청난 풍요를 알렉산듥아 도서관과 박물관에 투자했다. - P43

책 수집가의 열정은 여행자의 열정과 비슷하다. 모든 도서관은 여행이며, 모든 책은 유효 기간이 없는 여권이다. - P45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경계가 없었다.
그곳엔 그리스인, 유대인, 이집트인, 이란인, 인도인의 언어가 평화롭게 공존했다. 그 정신적 영토는 그들 모두가 환대받는 유일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 P47

두루마리 책을 다루는 건 요즘 책의 페이지를 다루는 것과 다르다. 두루마리를 펼치면 종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인 텍스트 뭉치들이 연이어 눈앞에 나타난다. 독자가 이를 읽어가면서 새로운 글을 보려면 오른손으로 두루마리를 펼쳐가고 왼손으로는 읽은 부분의 두루마리를 말아야 한다. 휴지기와 리듬을 요하는 느린 춤과 같다. 독서를 마치면 두루마리는 정반대로 말려 있게 되기 때문에 다음 독자를 위해 두루마리를 되감아둬야 한다.  - P68

독서가 늘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글이 생겨난 이후부터 중세 시대까지 독서는 자신이나 타인을 위해 큰 소리로 읽는 행위였다. 작가는 글을 쓰며 문장을 읽음으로써 음악성을 유지했다. 책은 지금처럼머릿속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입술을 떼며 큰 소리로 울리는 멜로디였다. 독자는 성대를 울리는 해석자였다. 글로 쓰인 텍스트는 아주 기본적인 악보로 간주됐다. 그래서 글자는 연이어서 등장하며, 구분이나 마침표가 없었다.(글자를 이해하려면 발음을 해야 했다.) 책을 읽을 때는 증인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독서는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도서관의 주랑 현관이 조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늘 책 읽는 소리가 들렸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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