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는 식물이 동물 음성을 약화하고 손상한다. 잎, 가지, 줄기는 소리를 흡수하고 반사하여 잔향을 먹먹하게 하거나 더한다. 멀리 떨어져서 들으면 음 하나하나가 섞이고 뭉개진다. 따라서 숲에 사는 새들은 대부분 탁 트인 지대에 사는 사촌들보다 느리고 소박한 휘파람 소리와 깽깽이 소리로 노래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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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2장 동물 소리의 번성 중 <감각 다양성의 사멸>이라는 제목의 글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 중 몇 군데를 밑줄긋기 했고, 가장 공감 하는 부분을 아래 덧붙여둔다.

82쪽
우리 귀는 안쪽을, 우리 종의 재잘거림을 향하고 있다. 
주변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소리를 소개하는 수업은 대부분의 학교 교과과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대체로 인간의 언어와 음악이 자연 바깥에 존재하며 다른 존재의 음성과 무관하다고 간주한다. 음악회가 시작되면, 우리는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닫는다. ‘외‘국어를 가르치는책과 소프트웨어에는 다른 인간의 목소리만 실려 있다. 소리를 기리는 공공 기념물은 드물며, 그마저도 살아 있는 지구의 소리 역사가 아니라 거장의 반열에오른 한 줌의 인간 작곡가만을 드높인다.


지구의 소리 역사에서 첫 5억여 년은 바람, 물, 바위의 음성으로 이루어졌다. 그러고는 세균의 웅얼거림과 초기 동물의 첨벙첨벙, 휙휙,쿵쿵 소리가 30억 년간 이어졌다. 생명은 여러 우발적인 소리를 냈지만, 소통을 위한 음성을 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생명 세계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그러다 혁명이 일어났다. 육상 곤충에게서 날개가 진화한것이다. 이것이 포식의 침묵 유발 효과를 무력화했을 것이다. 날개가 생긴 덕에 작은 곤충은 포식자에게서 달아날 수 있었다. 발성의 비용이 급락하자 음향 소통은 이를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다. - P79

이 곤충들은 대다수물 생태계의 토대다. 생물량으로 따지면 곤충의 무게는 포유류와 조류를 전부 합친 것보다 스무 배 넘게 나간다. 종수로는 최소 400배 이상이다. 뭍에서 수억 년의 진화가 빚어낸 소리 다양성이 급감하고 있다. 숲과 풀밭에서 커져만 가는 곤충의 침묵은 모든 육상생태계의 생명력을 떠받치는 동물들이 감소하는 소리인 셈이다.

이렇듯 감각 다양성이 사멸하고 있는 데는 독을 퍼뜨리는기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생산비용을 다른 사람과 다른 종에 떠넘기는 산업의 ‘외부 효과, 나날이 팽창하면서다른 종을 밀어내는 인류의 입맛 변화와 인구 증가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이 모든 사회·경제적 요인의 배경은 둔감함과 무관심의 문화다.
- P81

어쩌면 꽃도 지구의 다양한 소리 중 일부를 우리에게 선사했으려나? 그랬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동물이 들려주는 풍성한 소리의 상당 부분은 말 없는 초록의 산물이다. 지구의 소리 진화에서 진행된 초기 단계들은 느릿느릿 타는 불이었다. 10억 년 동안은 바람소리와물소리만 들렸으며 그 뒤로 30억 년 동안 세균의 웅얼거림과동물의 조용한 움직임이, 그 뒤로 1억 년 동안 귀뚜라미의 귀뚤귀뚤울음소리가 가세했다. 그러다 1억 5000만년 전에서 1억 년 전 사이에지구의 육지 소리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활활 타올랐다. 이 폭발의 불심지는 꽃의 진화였을 것이다. 말그대로 소리가 꽃핀 것이다. - P85

우리 귀는 안쪽을, 우리 종의 재잘거림을 향하고 있다. 
주변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소리를 소개하는 수업은 대부분의 학교 교과과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대체로 인간의 언어와 음악이 자연 바깥에 존재하며 다른 존재의 음성과 무관하다고 간주한다. 음악회가 시작되면, 우리는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닫는다. ‘외‘국어를 가르치는책과 소프트웨어에는 다른 인간의 목소리만 실려 있다. 소리를 기리는 공공 기념물은 드물며, 그마저도 살아 있는 지구의 소리 역사가 아니라 거장의 반열에오른 한 줌의 인간 작곡가만을 드높인다. 페르모스트리둘루스의 발견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채 지나갔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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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 바람, 천둥, 번개, 빗소리를 좋아하고, 평온함을 느낀다. 생물들이 내는 소리(새소리, 귀뚜라미, 매미, 고양이, 개, 양 등)에는 삶의 무게가 담긴 것 같아 무생물의 소리가 조금 더 좋고, 편안하다. 사람이 만들어 낸 다양한 소리는 소음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소리가 많은 곳에 가면 불안하고, 심장이 쿵쿵거린다. 이 책에 따르면 태양, 중력, 지열에 의해 무생물의 소리가 생겨난다고 한다. 나는 우주의 보이지 않는 힘이 만들어낸, 그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좋아해왔던 것이다.

나는 물고기다. 공기 중에서 말하고 육지에서 걷고 숨쉬면서도 물이 담긴 귓속 고리관에서 떨리는 털세포를 통해 바다를 경험한다. - P35

머리 양쪽으로 바깥귀길을 따라 돋은 귓바퀴는 일종의 보청기로, 소리를 15~20데시벨 증폭한다. 이 정도 증폭은 넓은 방을 가로질러걸어가 반대편에서 이야기 중인 사람 옆에 다가서는 것과 맞먹는다.

음파는 증폭될 뿐 아니라 귓바퀴의 고랑과 이랑에서 반사되기도 한다. 이렇게 파동이 부딪히면 일부 고주파가 상쇄된다. 귀를 앞쪽으로 접어보라 소리의 밝기가 달라질 것이다. 머리를 움직이면 소리 반사가 달라져 조금씩 다른 주파수가 제거된다. 우리 뇌는 이 미묘한 변화로부터 수직면에서의 소리 위치 정보를 추출한다. 소리가 바깥귀길에들어서는 순간부터 편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50

동물이 듣는 가장 낮은 소리가 내 발이고 가장 높은 소리가 내 정수리라면 우리 인간이 듣는 소리는 내 발바닥 피부 바로 위에서 등산화 맨 위까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포유류와 비교하자면 인간과 우리의 영장류 사촌들은 좁디좁은 청각 세계에 갇힌 채 살아가는 셈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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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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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영화 [더 리더]를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체 모를 호기심이 우왕좌왕 산만하게 옮겨다니는, 나의 기질 때문인지 뭔가에 계속 우선순위를 빼앗긴 영화 [더 리더]. 이제는 원작을 읽어야겠구나 했다. 원작을 읽고 나면 꼭 영화 감상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책 읽기는 영화 감상을 하기 위한 선독서다.

소설의 재미는 등장 인물들의 관점에서 사건들을 해석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회독에서는 주인공 입장에서, 2회독에서는 주변 인물 입장에서, 3회독은 작가와 나의 입장에서 해석해나가면 한 권의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좋은 책은 그렇게 여러 번 읽게 된다.

이번 읽기는 1회독임에도 불구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는 ‘낭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한동안 독서 동아리에서 한 권의 책을 낭독하며 읽은 경험이 있고, 혼자서 소리내어 읽기를 자주 한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내고, 귀로 듣는 것. 여러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단어나 문장의 아름다움을 몇 배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소리내어 읽으면 책 속의 인물과 배경이 생기있게 느껴진다.

나의 첫 낭독은 국민학교 때 바른 생활 시간에 읽은 교과서다. 떨리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읽었던 그 때가 이렇게 생생한 것은 소심한 나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내 친구가 읽어주는 그 때의 책이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6~7세까지 집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전래동화와 세계 명작을 듣고 자랐다. 밤마다 듣던 그 테이프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낮에 있었던 속상한 일도 내 편인 것만 같은, 생생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나를 위로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나에게도 전해졌기를 바란다.

독서동아리에 다시 한 번 ‘낭독‘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의견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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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엄마께 보내드린 책 중에 할런 코벤의 작품이 한 편 있다. 엄마가 읽고 책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하셨는데 생각해보니 난 그의 작품을 읽어본적이 없다. 엄마랑 같은 책을 읽으면, 대화의 재미가 반감 되므로 다른 작품을 읽는 중이다. 같은 작품을 읽고 나누는 대화도 좋지만, 내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상대방이 정리해서 들려주는 것도 좋아한다. 나의 질문에 상대가 집중해서 듣고 생각을 나누는 것도 즐겁다. 대화 전에 준비 운동을 하는 셈으로 읽는다. 조금 읽었는데 재밌네. 작가가 넷플릭스 드라마 제작자와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한다니 영상도 감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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