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 바람, 천둥, 번개, 빗소리를 좋아하고, 평온함을 느낀다. 생물들이 내는 소리(새소리, 귀뚜라미, 매미, 고양이, 개, 양 등)에는 삶의 무게가 담긴 것 같아 무생물의 소리가 조금 더 좋고, 편안하다. 사람이 만들어 낸 다양한 소리는 소음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소리가 많은 곳에 가면 불안하고, 심장이 쿵쿵거린다. 이 책에 따르면 태양, 중력, 지열에 의해 무생물의 소리가 생겨난다고 한다. 나는 우주의 보이지 않는 힘이 만들어낸, 그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좋아해왔던 것이다.

나는 물고기다. 공기 중에서 말하고 육지에서 걷고 숨쉬면서도 물이 담긴 귓속 고리관에서 떨리는 털세포를 통해 바다를 경험한다. - P35
머리 양쪽으로 바깥귀길을 따라 돋은 귓바퀴는 일종의 보청기로, 소리를 15~20데시벨 증폭한다. 이 정도 증폭은 넓은 방을 가로질러걸어가 반대편에서 이야기 중인 사람 옆에 다가서는 것과 맞먹는다.
음파는 증폭될 뿐 아니라 귓바퀴의 고랑과 이랑에서 반사되기도 한다. 이렇게 파동이 부딪히면 일부 고주파가 상쇄된다. 귀를 앞쪽으로 접어보라 소리의 밝기가 달라질 것이다. 머리를 움직이면 소리 반사가 달라져 조금씩 다른 주파수가 제거된다. 우리 뇌는 이 미묘한 변화로부터 수직면에서의 소리 위치 정보를 추출한다. 소리가 바깥귀길에들어서는 순간부터 편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50
동물이 듣는 가장 낮은 소리가 내 발이고 가장 높은 소리가 내 정수리라면 우리 인간이 듣는 소리는 내 발바닥 피부 바로 위에서 등산화 맨 위까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포유류와 비교하자면 인간과 우리의 영장류 사촌들은 좁디좁은 청각 세계에 갇힌 채 살아가는 셈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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