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1, 2부에도 부탄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 때 재산을 털어 국민들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산악 국가인 부탄의 오지를 방문하여 국민들의 안전을 확인 했다고 한다. 3부에 나오는 즉위식의 연설은 감동마저 느껴져 밑줄 긋기했다. 연설 속의 꿀 발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준 왕을 국민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영화 <교실 안의 야크>에서도 왕을 위해 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이가 등장 할 수 있었다.

부탄은 왕가의 계획 하에 자발적으로 민주주의를 도입한 나라다. 4대왕이 2001년부터 준비하여, 현 5대왕 즉위 후 2008년에 첫 선거와 헌법 선포가 있었다. 부탄의 민주주의 도입을 위한 첫 선거를 다룬 영화 <총을 든 스님>을 보고 싶은데, 우리 나라는 개봉도 하지 않았고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쉽다.

부탄은 국민의 행복을 총 9개의 영역으로 나눠서 측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심리적 안녕, 건강, 교육, 문화 다양성과 탄력성, 시간활용, 선치(治), 공동체 활력, 생활수준, 생태 다양성과 복원력이 포함된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Happiness Index)라는 객관적인 지표로 구체화하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을 판단하고, 모든 정부의 중장기 그리고 단기의 개발 정책 및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부탄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총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경제, 사회 그리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부탄의 개발전략은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 - P283

현재 왕인 5대 국왕 직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이 2008년 즉위식에서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나의 통치기간 동안 나는 절대로 왕으로서 국민들 위에 군림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국민들은 부모처럼 지킬 것이고, 형제처럼 보살필 것이며, 아들처럼 섬기겠습니다나는 국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주고, 무엇도 취하지않겠습니다. 나는 아이들의 표본이 될 수 있는 좋은 인간상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나에게 국민들의 희망과 열망을 채우는 일 이외에 개인적인 소망은 없습니다. 나는 호의 정의 그리고 평등이라는 가치 아래 언제나 변함없이 국민들을 섬길 것입니다. - P289

첫 번째, 부탄에서 스님은 투표할 수 없게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부탄은 정교분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부탄의 헌법3조는 "종교와 종교인은 정치 위에 머물러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스님들의 투표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큰 종교 조직의 스님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게 맞다 치더라도, 스님들 대부분은 시골 마을의 구성원이자 평신도 스님이다. 특히 부탄 동부지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세속에서 스님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헌법에서 스님들의투표권을 금지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P297

그래서 현지 부탄 동료인 초키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스님들의 투표권을 금지시키는 건 기본권 위반 아니야?"
그러자 그 동료는 곰곰이 생각하다 조심스레 대답했다.
"응,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사실 우리는 불교 국가잖아 부탄에서스님들은 굉장히 존경받는 직업이고, 영향력도 대단해. 스님들이 투표를 할 수 있다면, 그 스님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투표하는 대로 투표를 할 거야. 한마디로 선거를 좌지우지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것에 대해서는(스님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 우리의 문화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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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 제왕나비의 대이동을 따라 달린 264일의 자전거 여행
사라 다이크먼 지음, 이초희 옮김 / 현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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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나비 1마리는 0.5g
녀석들을 따라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264일,
약 1만 6000km를 달린 자전거 여행기.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렇다.

나비 따라 고생하는 이야기가 왜 이토록 재미있을까 생각해보았다.

1. 주7일 근무자로 살아가는 내겐 꿈만 같은 여행기
2. 곤충 중에 제일 우아한 나비를 따라간다는 것
3. 내가 좋아하는 동식물을 다 볼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
4. 내돈내책

첫째, 주7일 근무자
그래 나는 주7일 근무를 한다. 그렇다고 고소득자는 아닌 어쩌면 손해를 본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효율. 그렇지만 그것으로 자식 노릇과 생활도 하고, 아들 녀석이 하고 싶은 것도 지원해주고, 책-음악-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래서 열심히 한다. 그래도 현타를 맞을 때가 있는데 이런 책을 알았을 때다. 아..나는 여행을 못 가지 내가 이렇게 살지. 그렇지만 책은 읽을 수 있잖아 하며 고른 책이다. 부러움이 섞인 선택인 셈이다.

둘째, 우아한 나비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물어보면 징그럽다고 하던데 왜 징그러운건가. 나는 곤충이 재밌고, 신기할 따름. 심지어 나비는 우아하다. 폴락폴락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제왕나비가 이렇게 전투적으로 살아가는지 모르고 한 선택이지만.

제왕나비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생을 살아간다. 무려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왕복이동을 하며 산다. 그 이동에 3~5세대가 필요하다. 월동에 들어가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는 2~6주를 사는 번식기 세대보다 길게 6~9달까지 산다. 0.5g인 제왕나비가 비, 바람, 저온을 이겨내기 위해 오야멜전나무의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단체로 매달려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처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각각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나는 항상 경이롭다. 그래서 맨날 일상이 똑같아서 지루하면 다른 생명체의 삶을 다룬 책을 읽는다. 요즘은 지루함이 아니라 ‘뭐야..나비잖아 안 읽으면 나만 손해‘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는다.

제왕나비를 검색하여 많은 이미지를 봤다. 아름다움은 당연한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나무에 매달린 그들의 함께가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녀석들을 직접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쓸데없을 수도 있을 [to do list]에 제왕나비 직접 보기를 한 줄 써넣었다.

셋째, 동식물이 좋아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동식물 싫어하는 사람 없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난 극호.

제왕나비가 매달려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기를 버티고, 긴 거리를 이동하며 알을 낳고 다음 세대가 이어지는데 필요한 것이 사라지고 있다. 오야멜전나무와 밀크위드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온도와 습도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그것을 만들어낸 범인이 사람이라는게 싫지만, 어쩌면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내고 있는 과정이니 조금 더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조용한 환경주의자인 나는 실생활에서 소소하게 환경오염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어떤 화려한 말보다도 하나하나의 실천이 훨씬 중요하다.

넷째, 내돈내책
버는 돈은 한계가 있는데 나가는 돈은 한계가 없다.
한계가 없는 지출 중에 내가 꼭 지키는 것은 주당 1권은 내돈내책.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식물, 평전, 과학, 탐험여행기. 내 짝꿍은 주로 SF소설과 사회과학분야. 계속 일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계속 내돈내책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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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3부는 평소 궁금했던 정보가 다량 들어가 있어 읽는 내내 즐겁고, 놀라웠다. 부탄하면 행복 지수 1위, 히말라야, 자연 보호 세 가지가 먼저 떠올랐다. 그 세 가지 모두 자세한 설명으로 정리 되어 있어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행복한 국민+공생 하는 자연]이 부탄의 목표라고 볼 수 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 감동하면서도, 우리 나라의 현실은 보니 슬프기도 하고..

그리고 한 가지, 영화 <교실 안의 야크>의 감독 파우 초이닝 도르지의 최신작 <총을 든 스님>을 꼭 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이 작품은 올 가을 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다. 독서 동아리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것이다. 부탄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영화라는데, 오늘 밑줄긋기에는 없지만(내일 밑줄긋기에 올려야지^-^) 이 책에도 그 과정이 소개 되어 있어 꼭 영화를 보고 싶다.

내가 앉은 비행기 좌석 7열 앞 뒤, 양 옆 모두 빨간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미소를 가득 띤 채 앉아 계셨고, 탑승과 동시에 비행기 안에서는 전통적인 불교 음악과 함께 스님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만트라가 흘러나왔다. 이 비행기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목적지가 있다고 해도 마치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비행기 이륙과 동시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 P231

부탄이 유명한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부탄은 국가의 성장을 ‘국가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국민총행복은 부탄만의 특별한 개발철학으로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경제성장이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하며 경제성장이 사회에 골고루 분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 P232

내가 부탄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이곳에선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을 내세우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불행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고통을 제공하는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자신의 선택과 노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다. - P236

그런가 하면, 부탄에서는 전통 홈스테이를 경험할 수도 있다. 부탄은 여전히 전통 건축 양식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부탄에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특이한 건축법이 제정되어 있다. 건물에 쓸 수 있는 색상, 건물의 모양, 건물의 층수, 건물 면적당 창문의 수, 건물에 외벽 등에 대한 규정을 국가가 정하고, 그 규정을 부탄 내의 모든 건물에 적용한다. 그래서 부탄에 처음 도착하면 정말 다른 세계로 건너온 듯한 착각이 든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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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똥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웃음이 픽 나오다가, 똥 이름까지 붙여둔 녀석들을 잘 살게 두지 않고 멸종위험에 처하게 한 것은 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지식은 무지로 인한 상처를 도려낼 유일한 칼이다.  - P245

프라스라니 애벌레 똥에 따로 이름이 있다는 걸 처음 듣고 깔깔 웃었다. 

프라스, 스캣 스프레인트, 구아노, 카우파이.
호스애플 , 거름, 덩, 드라핑, 캐스팅.

과학자들은 열 살짜리아이보다 똥 이름을 더 많이 안다. 뭐라고 부르든 애벌레가 3령까지 자라면 쉬지 않고 먹은 결과로 생긴 녹색 똥이 애벌레 자체보다 눈에 더 잘 띈다.

scat, 동물의 똥, 특히 야생 육식 동물의 똥 
spraint, 수달의 똥 
guano, 바닷새와 박쥐의 배설물, 
cow pie, 쇠똥, 
horse apple, 마른 말똥. 
dung, 주로 큰 짐승의 똥 
dropping, 새나 작은 짐승의 똥 
Casting, 지렁이 똥 옮긴이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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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쉽게 표현해서 불덩어리인데 네 마음에서도 피어오를 수 있고, 남이 네 마음속에 던져버릴 수도 있다. 너도 남에게 던져버릴 수있는 불덩이인 거지. 이 불덩어리는 언제 어디서든 피어날 수 있단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불덩어리를 다루느냐인데 그건 아주 간단해. 불덩어리를 간직하고 있으면 너만 타버리지? 그러니 연기가 피어날 때 알아차리고 꺼버리면 돼. 하지만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아." - P149

"연지야, 불교에서 말하는 ‘무의 상태(Emptiness)‘라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말하는 게 아니란다. 너 자신의 생각을 비워내고 또 비워내서 어느 한 가지에 집중을 하는 것, 그것을 무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명상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해서 사과 하나를 떠올리고는 너의 모든 신경과 생각을 사과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렴. 너의 생각은 사과이고, 사과는 너의 생각이며 거기엔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아. 너의 생각은 자꾸만 사과 하나에서 나무로, 땅으로, 하늘로 뻗어나가려고 할 거야. 네가 생각하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볼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단다. 사과에서 벗어나 나무를 보려할 때 알아차리렴. 그러고는 생각을 다시 사과로 돌려놓으렴.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눈을 감아도 감지 않아도 현재에 집중할 수 있고 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제3자의 입장에서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단다. 이로 인해 너의 생각은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격정에서 벗어나 온전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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