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어 피리카의 엄마가 되는 여행
오치 노리코 글, 사와다 도시키 그림, 송주은 옮김 / 예림당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엄마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자라는 연어들의 생존에 정말 가슴이 찡해짐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답니다. 그리고, 튼튼한 양장본에 판형이 가로 30,5cm, 세로 28cm로 시원시원한 크기이고 세밀한 일러스트로, 바다에서 살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들이 아주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5살과 8살 딸아이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답니다.
제목에서처럼 연어 피리카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세계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포근히 감싸주는 따뜻한 존재로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연어들의 세계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그리워하는 대상이고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를 알지 못하고 자라서 다시 알을 낳고 사라지게 되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답니다.
8살 딸아이는 이 책을 읽고서 "엄마,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계속 엄마랑 함께 지내는데 연어는 엄마를 볼 수 없으니까 너무 불쌍하고 마음이 아파요!"라고 하니, 옆에 있던 5살 동생도 "우리는 엄마가 있어서 좋은데 연어는 엄마가 없어서 불쌍해요!"라며 연어를 가여워하였답니다.
연어 피리카가 엄마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통해서 두 딸아이가 연어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예뻤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엄마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그리고 물고기이지만 연어의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데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자랄 수 있으리라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4살인 피리카는 연어로서는 어엿한 어른이라고 합니다. (5살 딸아이, "피리카는 나보다 동생이네요~"라고 말하고는 '히히' 웃었답니다.)연어는 바다에서 플랑크톤 같은 아주 작은 바다생물을 즐겨 먹고 힘이 생겨 물을 헤쳐나간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연어가 살고 다른 물고기들은 더 많지만 바다는 조금도 답답하지 않답니다.
어느 날, 피리카가 눈을 뜬 채 꿈을 꾸게 되는데 알이었던 시절의 꿈으로 그리운 냄새가 납니다.(연어는 엄마를 알지 못한 채 자라게 된다고 하는데 너무 안스러웠답니다.) 꿈을 꾼 그날부터 피리카는 하늘을 여러 번 보며 귀를 귀울이게 되었는데 다른 연어들도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답니다. 누군가가 부르고 있다고 하면서 연어 떼는 그 소리를 따라 계속 헤엄쳐 나아갑니다. 갑자기 커다란 상어가 나타났지만 물과 빛으로 만들어 낸 은빛 그물 속으로 몸을 숨겨 상어를 따돌립니다.
연어들은 다시 길을 떠나고 몇 번의 폭풍우를 넘기며 수없이 많은 밤을 헤쳐 나가, 드디어 엄마 냄새가 나는, 엄마가 있는 곳, 자신이 태어난 곳인 강물로 뛰어들어 거슬러 오르기 시작합니다. 은빛이던 연어의 몸은 어느덧 폭풍이 지난 후의 새벽빛을 띠며 미끈미끈해집니다.
강은 거슬러 올라갈수록 물살은 급해집니다. 피리카는 폭포를 타고 넘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떨어졌다 뛰어오르느라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렸답니다. 하지만 간신히 벽을 넘고 물살을 타고 흘러오는 그리운 냄새에 피리카는 멈추지 않고 나아갑니다.
피리카는 엄마가 가까이에 있다는 기쁨에 힘껏 뛰어올랐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고 뱃속에 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컷 연어의 도움으로 피리카는 처음으로 엄마가 됩니다. 피리카는 상처투성이 지친 몸으로 자신이 들어갈 만한 구덩이를 만들고 알을 밖으로 쏟아냅니다. 알을 전부 낳은 후, 피리카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지만 남아 있는 힘을 모아 자갈을 덮어 알을 숨긴 다음 그 위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위험이나 슬픔으로부터 새끼들을 지키기 위한 엄마들의 마음이란 걸 피리카는 느끼게 됩니다.
피리카가 옆으로 쓰러지자 엄마가, 엄마의 엄마가,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강바닥의 수보다 많은 엄마가 다가와 피리카를 둘러쌉니다. 강에서는 피리카가 낳은 삼천 개의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답니다.
몇 번의 폭풍우를 넘겨 바다를 쉬지않고 헤엄쳐 그리운 냄새가 나는 강물에 뛰어들고, 다시 물살이 급한 폭포를 넘기위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벽을 넘어 엄마 냄새에 둘러싸이지만 엄마를 볼 수 없고 배속에 있는 알을 낳고는 다시 여행을 떠나는 연어 피리카의 삶이 가슴 짠하게 다가왔습니다. 서정적인 내용에 아주 섬세한 그림 묘사까지 더해져서 연어 피리카가 엄마가 되는 고귀한 과정을 잘 느낄 수 있었답니다. 저도 두 아이를 낳고 키워보게 되면서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알게 되었답니다. 단순히 아이들이 연어의 생태를 알기보다 엄마의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