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8편의 단편이야기들 묶음
할로우 퀴즈, 고기와 석류, 릴리의 손, 새해엔 쿠스쿠스, 가장 작은 신, 나쁜 꿈과 함께,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이렇게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할로우 키즈>
영화 채널에서 종종 방영하던 영화 〈할로우맨〉을 기억하나요? 투명인간이 나오는 SF 스릴러요. 그 영화 같았어요. 교실의 누구도 저를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죠. 말 그대로 사라지고 싶은 날이었잖아요. 평소에 못되게 굴던 아이에게 골탕을 먹이기도 하고, 자잘한 장난을 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점점 무서워지더군요. 아무도 저를 찾지 않았거든요. 이러다가 정말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울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다음 날에는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아이들은 하루 동안 제가 없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짝꿍이 놀리는 건 여전했지만요. 네? 말도 안 된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린 시절이니, 언젠가 꾼 기묘한 꿈을 현실로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생각이 납니다. 어른들도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아이들이라고 다를까요. 왜, 늘 집에 가고 싶다고 울잖아요. 그게 그 말이죠.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 나를 상처 주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사라진 재이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본문중
한 유치원의 핼러윈 연극 공연 날에 ‘유령1’ 역을 맡은 아이가 사라진다. 유치원 교사는 사라진 아이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이는 왜 사라졌을까? 본문을 읽으면서 6살 유치원 어느곳으로 순간이동을 한거 같은 공감을 주는 이 소설은 괴담같기도 하고 기묘하고 외롭고 공허한 울림도 준다.
<새해엔 쿠스쿠스>
⠀
'유리'는 학교를 그만두고 모두와 연락 두절을 한다. 그런 딸을 설득하러 엄마가
매일 찾아오는 도중 '연우'라는 사촌 언니가 모로코에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해” 하며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엄마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유리. 고종사촌 언니인 연우와 늘 비교당하며 살았던 유리. 학교를 그만둔 채 두문불출하는 유리를 찾아온 엄마. 연우, 유리 그리고 그들의 엄마를 통해 여성과 자식이라서 무시당하고 존중받지 못한 폭력 앞에 그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좌절하는지 그려낸 작품을 통해 여성 연대기의 갈등으로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안에도 사촌과 풀지 못한 스토리가 많다.)
엄마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저 모습이 엄마가 살아온 삶 자체일 테니까. 하지만 엄마와 나는 다르다. 나는 엄마의 삶을 살아본 적 없다. 엄마 역시 내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 그 당연한 사실을 왜 받아들이지 못하지? 누구 하나 들르는 이 없는 원룸에서 홀로 순간과 감정을 곱씹다 보면 늘 같은 물음을 마주했다. 나는 왜 나를 괴롭게 한 그들보다도 엄마가 더 원망스러운 걸까. 나는 왜 엄마를 쉽게 용서할 수 없나. 그리고 문득 깨닫는 것이다. 애정과 배신감은 정비례한다는 걸. 또한 아직도 나는 엄마를 믿고 싶어 한다는 걸 말이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해.”
언젠가 연우 언니가 잔뜩 취해 중얼거린 말이 뇌리를 스쳤다. 언니가 사라지기 2년쯤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복수. 누구를 향한 복수인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엄마가 말했지. 괴롭히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냐고. 맞다. 난 일부러 이러는 거다. 이건 엄마를 상처 입힌다는 점에서 복수와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단지 이해받고 싶을 뿐이다.-본문중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어느날 , 젊은 영주의 머리에 도끼가 박혀 살해 된채 발견 되고, 유력한 용의자 영주의 아내'블루'는 태어날때 부터 아름다운 외모로 성장하게 되
지만 무수한 피를 불러올것이라는 저주를 받는다. 영주의 결혼전 '블루'는 '썸머'라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둘은 이루지지 못한다.
그러나 금지된 문을 열고 끔찍한 진실과 미래를 목격하면서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블루의 잔인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다.( 다른 소설 보다 이 단편이 가장 내 취향임)
여름날 으시시한 괴기담과 더불어 의인화한 동물이야기 짧은 소설이라
집중력이 잘 되지 않은 장편 대신 단편이라 다양한 색감의 이야기, 칵테일,러브,좀비 소설을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 소설도 좋아하실 경향이 높으실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