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 또 다른 삶으로 가는 여정 윤곽 3부작
레이첼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한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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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희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그렇게 계획대로 안되는 인생들을 다 모아 놓은 것만 같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레이첼은 이혼한지 얼마 안된 채 새로운 집으로 이사온다.

소설속 화자는 대화 없이 들어주는 역할 청자역할을 하며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진행 되는 삶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우연히 런던 한복판에서 1년 남짓 함께 살았던 옛 애인과 마주치는가 하면, 입주할 집의 아래층에 사는 부부는 온갖 트집을 잡으며 집수리를 방해한다. 설상가상으로 북콘서트에 강연자로 참석한 날에는 거센 빗줄기가 쏟아진다.

주인공처럼 계획과 어긋난 삶을 사는 건 화자뿐만이 아니다. 그의 삶에 갑자기 튀어나와 그를 불안하게 하는 주변 인물들도 언제나 삶을 계획하고 미래를 통제하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늘 좌절되고 만다. 화자의 옛 애인 제러드는 여덟 살이 된 딸이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을 하지 않게 하려 했지만 , 딸이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자 바이올린을 가르친다.

레이첼의 친구 어맨다는 건축업자인 애인인 개빈은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어맨다의 집을 수리해주었다. 그러나 돈을 내고 수리했다면 진작 마무리되었어야 할 공사는 2년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어맨다는 매일 밤 공사현장이 되어버린 집에서 잠들어야 했고 정상적인 집에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유아기때의 어머니의 그리운 음식의 결핍으로 건강한 음식 섭취을 하면 어렸을때 죄책감으로 결국 섭식장애를 가지고 음식사진만 찍는 어느 여 사진 작가의 이야기등

주변 이웃들도 그들만의 아이러니한 삶의 지점을 들려주며 소설 중간중간 독자에게 포인트를 던져 준다.

나는 거기,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어둠 속의 벌판을 가로지르고 싶었고, 흥분과 화려함이 있는 도심으로 가고 싶었고, 혹은 기다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납처럼 나를 짓누르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었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남편이 집을 나간 건 그로부터 1년 후의 일이지만, 결혼이 파국을 맞이한 순간을 고르라면 그때일 거라고, 엘로이즈에게 말했다. 그 어두운 저녁의 주방, 남편은 집에 있지도 않았던 그때였다고._282~283쪽

가끔은, 책속의 특정 문장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녀의 창작물이 나의 것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을 그녀가 파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글이 내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는 뜻이다.

“번역 과정에서 그 글에 대한 소유권이─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내게서 그녀에게로 넘어간 거죠. 집처럼.”_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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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3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자가 대화 없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흥미로운 설정이네요.
귀를 기울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걸 얻게 되더라고, 라는 대사가 보이네요. 자기말만 하고 듣기에는 소질을 발휘하지 않는 사람들 주변에 있지요 ^^

가필드 2021-11-05 11:13   좋아요 1 | URL
댓글을 늦게 봤네요 저도 첨엔 어색하더라구요 그런데 읽다 보니 작가의 의도가 보이고 그래서 더 신선했듯 합니다^^ .. 대부분이 자기말만 하기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힘들땐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땐 이런 분들 만나면 넘 힘들어 지더라구여 그럴땐 듣기를 잘해 주는 친구가 절실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