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10만부 기념 특별한정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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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드라마 스페셜로 '일의 기쁨과 슬픔'을 먼저 접했다. 당시에 드라마 보면서도 찡한 느낌이 들면서 좋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책으로 읽으면서, 드라마 속 장면들이 생각나서 좋았다.

<일의 기쁨과 슬픔> 속 8편의 소설은 술술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술술 읽혀서 가볍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가볍진 않다. 그 안에 현실적이면서 일상적인 느낌을 풀어쓴 느낌이다.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 내가 겪어본 사람들이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공감이 되는 지점이 많아 좋았고 위로가 되는 느낌이였다.

제일 흥미로웠던 단편은 첫번째로 실려있던 '잘 살겠습니다'이다. 이 단편은 정말 주변에 있는 캐릭터라 이걸 글로 풀어쓴 게 너무 흥미로웠다. 첫 단편부터 몰입감이 좋아서 끝까지 잘 읽을 수 있는 힘을 보여준것 같다.

제일 좋고 여운이 많이 남는 단편은 '탐페레 공항'이다.
제일 공감된건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이 되었을 것 같다.
무섭고 찝찝했던 단편은 '새벽의 방문자들'이다. 뉴스 속에서만 일어날것 같은데, 뉴스도 현실이니 진짜 이런 일이 있다고 생각만해도 무섭다.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도 페이지터너로 술술 읽히는데, 이 작가님의 매력은 하이퍼리얼리즘. 정말 내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들이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는 것 같다. 장류진 작가님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지게 들러붙어 있고, 떼어내도 끈적이며 남아 있는, 날 불편하게 만드는 그 것. 내가 그것을 다시 꺼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꺼내서 마주하게 되더라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탐페레 공항, 2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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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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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이라 나인이 됐어. 더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가장 마지막에 눈을 떴어."
그러니까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 _417


「천 개의 파랑」의 천선란 작가.
아직 접하지 못한 작가였지만, 익숙했다.
이번에 「나인」으로 제대로 만나게 되었다. ​​​​​

SF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올해 초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SF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조금씩 SF의 세계에 들어갔다. 
이런 따뜻한 감성의 SF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인」 역시 따뜻했다.

손톱 사이 자라나는 싹에서 피어난 나인.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나인.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게되고, 식물들이 들려주는 소리로 학교 선배의 실종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친구들과 함께 실종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데...

속삭이는 잎, 심장을 삼킨 나무, 파도가 치는 숲.
부제에서 느껴지는 잎, 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나인의 성장이 예상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현재, 미래. 그리고 같은 해에 피어난 승택. 무엇보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지모.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실종 사건은 끝났지만, 나인의 세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나인」은 다른 시선으로 보는 즐거움을 줬으며, 책 속 문장들이 좋았고, 예뻤다. 다름. 우정. 용기. 희망. 우리에게 전해지는 소리가 내게 닿는다.

길을 걷다, 지나가다 괜시리 여러 군데에 시선이 향하게 될 것 같고, 괜시리 우리 집 식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건네게 한다. 

"안녕?"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_27

그럼 지모는 외계인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
우리는 그냥 딱 보면 아라아. 아, 쟤도 바깥에서 왔구나. 신호등이 깜빡일 때 걷지 않는 사람들 있잖아. 버스를 탈 때 노인이나 아이를 위해 한발 양보하거나 지하철에서 사람이 다 내려야만 타는 사람. 이상하리만치 느긋하게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외계인이야.
왜?
인간들이 정해 둔 규칙을 지키는 거지. 외부인이니까. _56

​살아간다는 건, 적응한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건, 버텨야 한다는 건, 존속한다는 건, 그러니까 끈질기게 존재한다는 건, 세계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무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한다는 건 지킨다는 것이고 동시에 버린다는 것이다. 지켜야 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버려야 하는 건 존재했던 모두다. _189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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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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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X카카오페이지 제1회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

🔮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꽁꽁 얼어붙은 세계에서 스노볼은 유일하게 따뜻함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유리 천장이 돔처럼 둘렸고, 그 모습이 장난감 스노볼같이 생겼다고 해서 스노볼로 불리게 됐다. 그리고 고해리처럼 스노볼에 사는 사람들은 액터라고 불리며, 액터의 삶은 리얼리티 드라마로 편집돼 만천하에 방송된다. 고해리는 액터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액터만 할 수 있다는 기상 캐스터에 낙점되며 '최연소 기상 캐스터'라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 _13


"선택받은 자만이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냉혹한 '스노볼' 세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게임

우와, 재밌다! 
SF는 초반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긴 한데, 「스노볼​」은 세계관이 바로 머리속에 그려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의 등장으로 흐름이 끊이지 않게 몰입감을 주면서 464페이지를 쭈욱 읽어나갔다.

책을 읽으며 장면들이 내 앞에 영상으로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띠지의 "CJ ENM 영상화" 문구에 벌써 영상으로 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 영상미는 물론이고, 캐스팅도 덩달아 궁금해지네. 두근두근.
영화보는 느낌이면서, 드라마보는 느낌이 함께 들었다. 영화의 영상미와 드라마의 시즌제 느낌이 함께 느껴져서 그런가보다.
 ​「스노볼 1」로 시즌 1을 끝낸 기분이다.
시즌 2의 「스노볼 2」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더욱 궁금해진다.

차례의 1부 '나', 2부 '너', 3부 '우리'가 찰떡같이 어우러지면서 전초밤의 성장 소설 같기도 했다.
등장인물 많은 건 좋아하지 않는데, 뒤로 갈수록 등장인물이 더 많아짐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역할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조연일거라 생각했던 캐릭터들도 장면마다 하나같이 주연 느낌이 물씬 풍긴다. 등장인물들의 각자 다른 매력 포인트를 찾으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스노볼 2」도 챙겨봐야겠다.


​🔮 "당신들은 신이 아니에요,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대단하지 않다고요. 당신들은 남에게 고통을 줘서도 안 되고, 누군가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착각도 제발 버려요. 그건 당신들이 남의 영혼을 제멋대로 휘저을 핑계밖에 되지 않으니까." _423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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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정소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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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목소리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더 큰 권력이다. (...)
아무 말이나 할 수 없는 사람은 세상을 향해 할 말을 고르고 또 고르고, 그 말을 다시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자신의 말이 전달될 기회가 적고, 주어진 시간이 짧고, 듣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니 목소리의 권력이 작은 사람은 말을 자꾸 줄인다. 최대한 압축한 말은 구호가 된다. _58


정소연 작가님은 SF 작가이자 번역가이자 공익 활동을 하는 변호사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큰 이유는 SF 작가이면서 변호사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고, 김초엽 작가님의 추천사로 더욱 읽고 싶었다.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은 여러 지면에서 쓴 칼럼, 수필, 역자 후기, 작품 해설이 모아져 있다. 여러 짧막한 글들을 통해 저자가 변호사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SF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 작가님의 여러 시선을 엿볼 수 있다. ​

책 속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생각지 못했던 주민등록 제도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비정규직, 근로환경, 차별, 혐오, 성소수자 등 그만큼 우리가 관심을 갖고 나아가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들어는 봤지만, 솔직히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내가 주목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생각지 못했던 점도 꼬집어냈다. 나의 무심함, 무관심, 무감각했던 것에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여성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같은 여성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으며, 그 속에서도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도 발견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

​물론 불편한 지점들도 있었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안의 확신이, 신념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오히려 좀 더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던 것 같다. 
다양한 목소리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앞으로 외면 하지말고 바라보자는 마음을 잡게했다. 

3부에 실린 역서와 작품 해설을 보니 다른 책들도 접하고 싶어졌고, 작가님의 SF 단편 소설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의 「미정의 상자」를 읽은 적이 있는데, 다른 소설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모든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안 보여도 믿어야 한다. 뭔지 몰라도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하는 일도 있는' 사람, '지금까지 어디 가서 뭐 하다 온' 사람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우선 내가 못 봐서라 생각하고, 둘째로도 그저 내가 몰라서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다른 곳에 가 있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 믿음이 우리를 지탱한다고, 나는 믿는다. _121


[서평단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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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친구들 - 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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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는 누구나 알 만한 미술사의 유명 커플들이다. 누구나 아는 사연이지 싶어 처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한 명 한 명 화가의 친구들을 따라가는 동안 그들의 사연을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서로의 삶뿐 아니라 예술에도 결정타가 된 관계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선 강력하고 파괴적인 전류가 흘렀다. 덕분에 예술가들 사이의 우정이란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또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_7


『화가의 친구들』의 시작은 너무나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을 시작으로 여러 화가들과 그들의 친구들 이야기가 나온다.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 오스카 와일드​
20살을 뛰어넘는 우정에서 앙숙으로 변한 관계.
"웃음은 우정을 시작하는 꽤 괜찮은 방법이고, 절교의 방법으로는 단연 최상이다." _오스카 와일드

🔹️살바도르 달리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서로의 삶에, 작품에 깊은 영향을 끼친 불꽃같은 시기가 지나 죽음으로 다시 돌이킬 수 없게된 이들의 이야기.

🔸️파울 클레 - 바실리 칸딘스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겪으면서도 오래오래 지속된 우정.
"내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동료가 많지는 않았다. 클레는 예외다. 그는 위대하고, 나는 그의 평가를 높이 산다." _칸딘스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 월터 포크스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월터의 죽음으로 다시는 판리홀을 찾지 않았던 터너, 이후 일생의 벗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큰 상실감으로 흔들렸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은 좋았으나 끝은 좋지 못했던 관계, 식지 않은 우정의 관계, 서로 영향을 끼치며 나아간 관계 등 다양한 여러 형태의 관계들을 보여준다.

인상깊었던 건 화가와 화가 사이의 관계보다는 화가와 시인, 화가와 과학자, 화가와 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시인은 시로, 화가는 그림으로 두 사람의 우정을 증거로 남기고, 과학자의 영향으로 작품에 자기만의 색체가 뚜렷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며, 식물학자의 영향으로 검은색이 가득했던 화풍이 환상처럼 색이 만개한 그림을 그리게 되는 등 예상치 못했던 관계에서 영향을 받아 작품에 빛을 주는 느낌에 그들의 관계가 더욱 빛났다.

화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주변 사람과의 이야기로 색다른 느낌을 주었고, 다양한 우정(혹은 절교)의 모습에 흥미롭게 읽었다.

 
우정은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관계라는 걸 말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넘실대는 파도처럼 그 안에는 온갖 감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화가들 역시 그 미묘한 관계들을 통해 성장해서 자기 세계를 탄탄하게 세워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_9​

예술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인연이 끝나고 난 뒤 무시무시한 파도가 덮쳐올 각오를 해야 한다. _63


[어크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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