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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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라도 뭐 어때ㅑ용.
또 지각 했어도 뭐 어때ㅑ용.
맨날 돈이 없어도 뭐 어때ㅑ용.
끝맺을 말이 마땅치 않아도 뭐 어때ㅑ용! [49]
 

이 책은 ADHD를 진단받고, 진단 및 치료 과정과 본인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기록이다.
ADHD에 대해 무겁고 심각하게 쓰여있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유머러스해서 글이 잘 읽힌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거리다가, 중간중간 뼈 때리는 문장들에 멈칫한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히고, 일부분은 공감이 된다. 물론 작가님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만 또 다른 시선을 이해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 스스로 잘 살피고 돌보자.
 
 
.
 
세상은 양쪽으로 봐야 좀 더 재미있는 곳이다. 자꾸 깜빡깜빡 잊고, 아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어버리는 내가 예전에는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망각이 신이 주신 선물이고, 나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든 것 없이 가벼운 인생'은 관점을 바꾸고자 '잊음으로써 가뿐해지는 인생'이 되었다. 나는 계속 사사로이 절망스럽겠지만, 그것들이 지속되지 않기에 결국은 행복해질 것이다. [19] 
 
모자람은 꽤 괜찮은 친구다. 나를 거장으로 만들어 주진 못해도 거장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아마추어로는 만들어 주니 말이다. [195] 
 
내가 부른 이는 나다.
결국 나에겐 나만이 유효하고 고유하다. 나는 너무 나답게 아름다워서 모든 타인에게 해석에 대한 실패를 주었다. 최후의 오해들을 아우르는 해답은, 그것들을 아예 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오로지 내게만 나를 해명한다. 가끔은 그조차 필요 없다. 우리는 입으로 하는 말을 멈추고 필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내 글은 그 대화의 기록이다.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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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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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강아지와의 일상과 그 속에 담겨있는 감동이 기다려집니다. h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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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이기진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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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저자인 이기진 교수님이 출연했던 편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씨엘아빠 라고 해서 놀랐고, 딸들을 위해 직접 동화책도 썼으며, 씨엘이 자퇴를 결심할 때 아빠가 응원해줬다는 말에 놀랐다. 물론 그만큼 딸이 그동안 해왔던 노력을 지켜보았고, 나아가고자 하는 꿈을 알기에 응원을 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응원하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깊게 남았었다. 그러다가 인친님의 소환으로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책을 알게 되어 서평단에 지원하게 되었고 이렇게 만나보게 되었다. 

표지 색감부터 화사해서 눈길을 끌고, 표지의 3단계 변신 과정이 참 재미있다. 이런 소소한 재미~
 
사실 읽기 전에는 에세이지만 물리학자가 쓴 글이니 너무 진지하거나 좀 어렵게 글을 쓰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었는데, 걱정은 무슨! 유쾌하다. 물론 진지하긴 하다. 하지만 이 진지함이 재미없고 고지식한 느낌의 진지함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의 진지함이다. 읽다보면 나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요리를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않는 나도 뭔가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든다. 
 
초반 에피소드부터 빵 터진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본 적 없다는 이유로 물리학자 임을 의심한다는 내용이라니! 솔직히 같은 직업군을 제외하곤 일상에서 '물리학'을 소재로 쉬이 이야기하진 않잖아요. 기무라 상ㅋㅋ
파리로 간 이유도 연구 때문에 갔지만, 여기에선 철저히 부캐의 모습을 다루고, 저자가 파리에서 경험한 음식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파스타, 디저트, 감자 퓌레, 쌀국수, 비스킷, 모히토, 마요네즈 등 정말 다양하다. 읽다보면 밥을 먹었음에도 배가 고파진다.
*주의 : 배고플 때 읽으면 참기 힘들 수 있어요*
 
음식 뿐 아니라 비주 인사법, 병따개 종류, 설거지 후 행주를 사용하는 이유, 몽파르나스의 변천사, 바게트 역사, 버터의 기원 등 문화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겨울엔 잠들기 시작할 즈음에 비가 자주 왔다. 신기하게도 깨어나기 전에 비가 그치는 날이 많았다. 밤새 비가 내리다 그치고 맑게 갠 아침 7시, 빵을 사러 가는 길이 행복했다. 기분이 좋았고 모든 신경이 충만해진 느낌이었다. 깃털 하나만 올려놓으면 기울어지는 저울추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이런 날 파리의 아침 공기는 어느 누구도 한 번도 숨을 내쉬지 않은 공기의 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공기는 내 것이었고, 그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좋았다.[170]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공부하는 틈틈이, 지루한 세미나를 듣는 시간, 앞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순간, 카페테라스 테이블 위에 놓은 맥주 잔에 멋진 바람이 스쳐가는 순간. 내 마음의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작동한다.[179] 
 
이렇듯 물건의 의미, 계절감에 느끼는 변화,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을 때의 기분 등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세상살이는 엄격한 물리학의 세계와는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 어디든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사람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각기 다른 정답이 존재한다. 사는 것은 이렇게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계속 좋은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틀리건 맞건! [5]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마치 다 가질 수 있는데 갖지 못하는 것처럼 말하는 이 말은 탐욕스럽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라는 물리적 시간, 이 하나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말이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일지 모른다. 파리의 삶과 서울의 삶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만약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내가 지금 브르타뉴의 바닷가에 있다면 여기 바닷가의 풍경을 선택할 거고, 서울 서촌의 소머리 국밥집에서 막걸리를 한잔하고 있다면 서촌의 그곳을 선택할 거다. [226]

*서평단 당첨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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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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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서울역 노숙자 독고 씨. 어느 날 주인 잃은 분홍색 파우치를 다른 노숙자들 사이에서 지켜내어 주인에게 돌려준다. 이것을 계기로 염 여사에게 편의점 야간 알바를 제안받고 일하게 되는데...
 
베스트셀러에 한참 보여 궁금해 도서관에 예약 대기 걸어두었다 빌려온 책이다.  
 
"나를 나도 모르는데...... 믿을 수 있어요?"  
 
처음에는 편의점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했던 곰같은 독고 씨.
독고 씨는 같은 편의점 알바인 시현, 선숙 뿐 아니라, 손님들의 닫혀있는 마음도 조금씩 열어준다. 시현, 선숙 뿐 아니라 손님들도 주변에, 일상 속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니 좀 더 몰입하며 술술 읽은 것 같다.(근데 염 사장님 같은 분은 어디에...?)
전체적으로 재미 뿐 아니라 위로와 따뜻함까지 주는 책이라 좋았지만, 독고의 과거와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좀 아쉬움을 느꼈다. 독고 씨도 편의점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은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비밀스러웠던 독고가 계속 편의점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짜쿵 든다. 
 
옥수수 수염차가 마시고 싶어지는 책.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미리 옥수수 수염차를 준비해두세요!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252]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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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케이시 맥퀴스턴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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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여성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와 영국 왕세손 헨리 왕자의 러브 스토리

 

영국 황실 결혼식에 초대되어 갔다가, 알렉스와 헨리는 작은 말다툼 끝에 둘은 75000달러의 케이크 위에 엎어진다.

다음날 대통령 아들과 헨리 왕자가 한판 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외교적인 문제로 둘은 친한 척 연기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오해가 풀리면서 친구가 되어가고, 그러다 키스까지 하게 되는데...

이 키스 이후 알렉스는 헨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성정체성을 깨닫고, 둘은 연인이 된다. 영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이 귀여운 커플!

엄마의 대통령 재선 기간 중에 둘의 스캔들이 터지게 되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쳇, 역사? 까짓것 우리가 좀 만들 수도 있지."

 

 

헨리와 알렉스의 둘의 투닥투닥, 티격태격, 티키타카 거기에 알콩달콩까지!

중반 이후 휘몰아지는 전개와 둘이 메일로 주고 받는 연애편지가 좋았다. 

로맨스 뿐 아니라 20대 초반의 주인공들 각자 가지고 있는 상처와 고민, 나아가 꿈을 향하는 과정이 담겨있어 성장소설 느낌도 든다. 

읽으면서 백악관이나 영국왕실을 상상하게 되고, 런던 가고 싶어진다. 

미국식 유머와 미국 정치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 잘 읽힐 것 같다. 

 

 

먹구름이 낀 헨리의 성질머리도, 햇살처럼 환한 헨리로 되돌아올 때도, 그 사이 수백만 가지 색깔도 어차피 알렉스에게는 매력적일 뿐이니까.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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