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정지돈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제목과 표지부터 한 눈에 들어온 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처음엔 막연하게 작가가 산책하며 들려주는 위로와 힐링의 산문집일거라 생각했다. 내가 전혀 생각했던, 상상하던 느낌의 산문집은 아니였지만, 묘하게 계속 읽게 되고, 키득거리며 진지해지며 정지돈 작가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정지돈 작가님의 유려한 말솜씨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들이 책 속에 녹아져있다. 이 책으로 뻗어나가는 책과 작가, 영화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사유들로 아! 깨닫게 되는 부분도, 생각없이 웃게 되는 부분도, 한동안 책을 접고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도, 또 이렇게 진지했다가도 풉 웃게 되기도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산문집이다. 마지막 문장까지 웃음을 놓칠 수 없었다. 물론 너무나 다양한 레퍼런스로 나에겐 어려웠던 부분도 일부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읽게 된다.
작가의 위트 있는 말솜씨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금정연, 오한기 작가들과의 티키타카를 보며 빵 터지고, 책을 덮고나니 나도 모르게 작가님들과 절로 친숙해진 기분이 든다.
이 세 명의 작가들... 너무나 궁금해진다. 궁금해!
너무 공감간 문장들
🎞 나는 이것을 산책의 아이러니라고 부른다. 꿈꿀 땐 행복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피곤한 행위들. 산책에서 제일 좋은 파트는 산책하기 직전이다. _157
🎞 (...)서울의 자연은 생활 속에 있지 않다. 도심 속의 여행지다. 다시 말해, 여행을 간다는 생각으로 나서야 갈 수 있다. _86
저질체력과 더불어 많이 움직이는걸 좋아하지않아, 산책은 좋지만 싫은, 좋지만 피곤한, 좋지만 힘들다. 막상 산책하면 또 좋아 하지만 돌아와선 뻗어버린다.
또한 경기도人으로 (일을 제외하고는)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서울나들이'라 표현하며 여행간다는 생각으로 나선다. 심지어 계획, 루트를 정하며..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일 포함) 뻗어버리지..
도시 산책도 그렇다.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만드는 도시의 미로 같은 골목과 상점들 속에서 환각과 희열, 공포를 느끼는 '아해'가 되기엔 내비게이션과 지도 앱이 너무 발달했다. 스마트폰 앱만 작동된다면, 새로 생긴 가게가 을지로 어느 구석에 짱박혀 있어도 귀신같이 찾아내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고 도시는 뼈째로 발려 먹혔다. 이제, 아무도, 도시에서, 현기증을, 느끼지 않는다. _47
친구는 말했다. 정지돈을 죽이면 피에서 콜라와 아이스크림이 나올 거라고. 나는 그건 오해라고 말했다. 나는 콜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거야. 영화를 볼 때가 아니면 콜라는 마시지 않거든. 심지어 오한기는 콜라에 얼음을 넣지 않고 마신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내가 마시는 건 콜라라는 이미지고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콜라를 부었을 때 나는 소리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거야. 책을 읽을 때가 아니면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잘 안 먹으니까. 문제는 책과 영화를 보지 않는 날이 없다는 사실이다. _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