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고백들 ㅣ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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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접시에 쓴 시, 시는 종이에 담아낸 요리 같습니다. _219​


와, 어쩜 야채, 과일, 음식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정말이지 "접시에 쓴 시, 종이에 담아낸 요리" 이 표현이 다했다.
아보카도, 달래, 당근, 토마토, 복숭아, 카레 등 그 자체의 아름다움부터 시작해, 접시에 담아내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표현들이 머릿속에서 통통 터지며 반짝여지는데, 이 감각이 너무도 좋았다. 

좋아하는 것에는 더욱 군침이 돌고, 좋아하지 않은 것에는 다시금 먹어보고 싶게 만든다.
요리에 취미가 없지만, 괜히 식재료 하나하나를 손질해 요리하고 싶어지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스트레스 받을 때 아무 꼭지를 펼쳐 읽다보면 편안함에 이를것 같다.
나도 이런 감각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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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갈리며 터져 나오는 환한 내부의 색.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초록. 뭉개지는 연두. 전염되는 녹색. 흘러나온 테두리를 따라 봉쇄되었던 숲이 조금씩 퍼져나간다. _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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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을 만져보면 흘러나오는 오래된 과일의 기억. 언젠가 우리도 떨어져 멍든 복숭아였던 적이 있겠지. 복숭아는 우리가 몸속에 지니고 태어난 이름이기도 하니까. 복숭아뼈,라는 말은 듣기에도 참 예뻐서 발목의 씨앗에서 나무가 자라나오는 장면이 그려진다. 상처의 중심을 감싸며 향과 빛이 모여들 듯 복숭아뼈에 휘감겨 소용돌이치는 시간과 걸음. 살과 뼈가 부대끼는 아픔과 서글픔. _58


카레를 만드는 것은 외따로 떨어진 세계의 조각들을 모아 어떻게든 이음새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당근과 버섯, 양파와 온갖 향들, 닭과 시금치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 끓고 있는 냄비를 휘젓는다. 이미 존재하는 의미들을 꿰어 새로운 배열의 목걸이와 팔찌로 엮어주려고. 어떤 눈 밝고 외로운 사람이 밤하늘에 펼쳐진 외계의 행성들에 선을 그리며 그것들을 이어주었다고 믿었듯이. _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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