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무삭제 각본집
이용재 지음 / 너와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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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이 배우와 스태프가 각본을 해석한 결과를 시청하는 행위라면, 각본을 읽는 것은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독자 나름대로 풀어내어 재구성하는 일이다. 따라서 각본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연스레 배우나 감독 노릇을 하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_5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무삭제 각본집

신분을 감춘 채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학성과 수학을 포기한 학생 지우를 만나 그리는 감동 드라마.
지우는 학성에게 수학을 배우며,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걸 깨달아가고, 학성 또한 지우를 통해 변화를 겪게 되는데...


영화를 보기 전 각본을 읽는 경험은 처음이라 왜인지 신기했다. 이렇게 각본을 읽으며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되고 담겨졌을지가 너무 궁금해진다.

놀라웠던 점은 영화에 담기지 않은 장면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고, 영화와 다른 장면들도 있다는 점이었다. 
작가가 쓴 각본대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없다는 작가의 말이 새삼 느껴졌다.
아마 딸봉 역이 영화에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생각했을 때 뭔가 중요한 키를 들고 있는 역이라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벌써 아쉬웠다.
영화에 담기지 않았어도 어떻게 잘 풀어냈을지, 각본집과 영화와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하며 느껴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

특히 명대사가 울려퍼질 때와 뭔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배우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장면들도 많아 나의 상상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영상을 즐길 수 있을 것같아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뒤에 실려있는 초고와 완성된 각본과 캐릭터나 배경부터 완전 달라 놀라웠다.
초고에서 각본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얼마나 여러번 고치고 생각을 거쳤을지, 작은 아이디어가 큰 나무가 되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얼마나 어려움이 있을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배경을 만들어 나가고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스토리보드 모습을 보며 작가가 고민했던 흔적 또한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조차 작가 지망생들에겐 충분히 도움이 되고 공부가 될 것 같다.

수학과 인생을 연결해서, 수학으로만 바라보지 않아도, 인생으로 대입해서 봐도 충분히 느껴진다.
우리의 인생은 어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져 있을까.
수학적 용기를 가지며 정답을 찾아가는 이 과정을 좀 더 즐기며 증명해보는 건 어떨까.

Q.E.D



맞히는 데만 욕심을 내니까 눈이 먼 거다. 답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질문이 뭔지 아는 거다. 왜냐하면! 틀린 질문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디. 그러므로!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게 수학이야. 알갔니? _53​


학성 : 수학 문제 보라우. 답은 하난데, 푸는 방법은 많디? 피타고라스 정리만 해도 증명법이 스무 개가 넘디 않니. 잘 알려진 것만 그래. 누구나 자기 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거디.
지우 : 그치만 인생엔 정답이 없잖아?
학성 : 으응. 아니디. 인생엔 정답이 있다. 다만 그 정답까지 가는 방법이 제각각인 거디. 
(...)
학성 : 풀다가 실수하기도 하고, 때론 돌아가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든 언젠가 정답을 얻는 거디. _188​ (초고)


[너와숲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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