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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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투명 인간이다. 불투명한 우리는 말을 통해 겨우 투명해진다. _7

내 말과 당신의 말이 만날 때, 우리의 말은 섞일 것이다. _313

나는 말을 만져보고 핥아보는 행위에 진심이다. 깨물어보고 터뜨려보는 과정이 짜릿하다. 천 개의 말에는 천 개의 맛이 있고, 천 개의 식감이 있고, 천 개의 향기가 있으니까. 감사하게도 나는 언제든 말을 맛볼 수 있다. 입술을 열고 목울대를 울리는 사소한 노력으로. _183 (맛보는 말)​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일상 속 언어들을 고르고 고른 말.

책 속의 통통 튀는 문장들, 따스함 가득 담긴 문장들, 마음에 품고 싶은 문장들, 위로·위안의 문장들, 깨달음의 문장들이 너무나 한가득 들어있다.

언어를 다루는 분이라 그런지 표현이 감각적이다. 그 언어가 억지로 꾸며내는 듯한 문장이 아니고, 편안하면서도 가슴을 다독여주는 문장들이라 읽으면서 마음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특히 단어에 대한 느낌들이 좋았다. 작가님이 단어들을 관찰하며, 의미를 돌아보며, 단어의 이미지를 보는 시각을 확장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르고 고른 수많은 말들 속 나에게 다가온 말들이 너무나 한가득이라,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도 많다. 

(+)
(격려의 말) 아직 멀었다는데 편의 '운동이 싫다. 자고로 육체는 고즈넉이 두는 것이 미덕이다. 수평적 삶을 추구해서 주로 누워 있다. (p.132)'의 문장이 너무나 공감이 가지만, 점점 체력과 몸이 삐그덕 거리는걸 느껴 운동의 필요성은 몇 년 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올해는 정말 실천을 할 때인 것 같다........ 과연..?


모든 사람은 본인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스스로는 복잡한 층위의 인간이고, 단편적으로 해석될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쾌활하면서도 외로울 수 있고, 조용하면서도 격정적일 수 있고, 평범하면서도 기발할 수 있다. 그뿐인가. 나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할 수많은 서사가 엉켜 있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내가 살아온 방식, 감춰온 상처,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 도식이 숨어 있다. 나는 다차원의 부산물이고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존재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다. 그 고차원의 존재가 명랑, 행복, 대범 같은 단어 한두개로 규정될 리 만무하다. 
(...) 하지만 나만이 입체가 아니다. 내 옆자리 동료도 입체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도 입체고, 평평한 화면 속 인물도 모두 입체다. 그의 안에는 나만큼 복합적인 인격이 존재하고, 풍부한 서사가 존재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이 존재한다. 해사하게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 고통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고, 씩씩하게 버티는 듯 보이지만 쓰러지기 직전일 수 있고, 매일 한결같아 보이지만 끊임없이 일렁일 수 있다.
당신이 그렇듯, 바로 내가 그렇듯 말이다. _146 (깨닫는 말)​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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