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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ㅣ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평점 :

<전국 축제 자랑>으로 알게된 김혼비 작가.
유쾌한 글이 읽고 싶어 선택한 <아무튼, 술>.
중간에 박태하 작가도 등장해서 괜히 반가웠다.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발레>에 이어 두 번째로 읽어본다.
이 책을 카페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키득거리며 완독해버렸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나의 키득거리는 표정은 다 보여지진 않았겠지만, 어깨의 들썩임과 작게 키득거리는 소리는 들렸겠지.
전반적으로 유쾌했고, 가끔은 진지했고, 작가님의 술에 대한 애정이 잘 느껴졌다!
"그래, 난 배추야. 배추라고." [24]
"나 이제 더 추워지면 곧 김치 돼. 김치가 된다고." [27]
인생 첫 음주에 크게 데인 원이는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실제로 그는 이십대 초반까지 이 다짐을 지켰고 언젠가부터 조금씩은 마셨지만 끝내 술을 즐기지 못했다). [29]
>공감가는 부분.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고, 술을 잘 마시지도 않는다.
제일 많이 마셨을 때가 성인이 된 20-21살 때이다. 20살 때는 빠른년생 친구들이 있어 오히려 21살 때 많이 마신 것 같다. 21살의 어느 날. 술 취해 했던 행동들이 다음날 하나하나 생각나면서 이불킥한 후론 많이 마셔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행스레 대학 생활, 회사 생활에서 음주를 강요 당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지금도 술은 잘 마시지 않고,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와는 다른 작가의 술 경험담을 재미나게 읽은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 우퍼로 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 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33]
역시 '오늘의 술 유혹'을 이길 수 있는 건 그나마도 '어제 마신 술'밖에 없다. 앞으로도 퇴근길마다 뻗쳐오는 유혹을 이겨내고 술을 안 마시기 위해서라도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104]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 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누군가에게는 술로만 열리는 마음과 말들이 따로 있다.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뾰족한 연필심은 뚝 부러져 나가거나 깨어지지만, 뭉툭한 연필심은 끄떡없듯이, 같이 뭉툭해졌을 때에서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다. 쉽게 꺼낼 수 없는 말들.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영원히 속에서 맴돌며 나도 상대도 까맣게 태워버릴지 모를 말들. 꺼내놓고 보면 별것 아닌데 혼자 가슴에 품어서 괜한 몸집을 불리는 말들.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