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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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정> <자유> <순수> 의 저자 조너선 프랜즌. 
평소 500페이지 넘어가도 두껍다 생각했는데, 869페이지라니! 후덜덜;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읽기 전부터 엄청난 두께와 무게에 겁을 먹었다. 
(찾아보니 이 작가... 전작들도 만만치않은 두께를 자랑한다.)
벽돌책 읽는 건 처음이라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는 순간 어찌나 뿌듯했던지, 내 자신 칭찬해! 벽돌책 격파 성공!!!!!!!!
 

1970년대 붕괴 직전의 현대 가족을 그린 장엄한 초상 <크로스로드>
목사인 러스, 부인 매리언, 그들의 자녀 클램, 베키, 페리, 저드슨.
힐데브란트 가족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1명의 인물의 시점으로 쓰여진 것이 아닌, 각자의 시선(러스, 매리언, 클램, 베키, 페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각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져 인물 표현 및 심리 묘사에 집중할 수 있다.
불륜 직전인 러스, 과거의 비밀을 감춘 매리언, 베트남 파병을 가려는 클램, 한 남자에게 의지하게 되는 베키, 똑똑하지만 마약에 손대는 페리, 귀여운 막내 저드슨.
 
처음에는 러스가 겪은 '3년 전 치욕스러운 그 날'이 뭘까 궁금해하며 읽게되고, 각 인물들의 상황에 몰입되며, 매디언의 과거가 밝혀지며 충격을 받으며 쭉쭉 나아가고, 각자 잘못된 길을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하며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래서 결말은... 진짜야? ...응... 진짜야...)
 
멀리서 보면 잘 티가 나지 않아 모르겠지만, 여러 군데 실금이 가 있어, 어느 순간 결국 와장창 깨어지는 느낌의 힐데브란트 가족. 
어린 시절 겪은 차별이 열등감이 되어 상처로 남고, 이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차별을, 열등감을, 상처를 남긴다. 전체적으로 모든 인물들에게 결핍이 보여진다.
우리 안에 있는 내제된 불안, 욕망들을 각 인물들에게 부여해 투영한 느낌을 받았다. 질투,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내제된 욕망, 겉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른 속마음의 이중성, 자기 연민 등 하나씩 들춰내고 파헤쳐져간다.
마약, 인종 차별, 베트남 전쟁, 여성 해방 운동 등 70년대 배경으로 당시 사회적 문제를 그려내고 있지만, 지금 현실과도 충분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가지고 있던 무언가가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한 느낌이지만, 그것 마저도 불완전했다.


저는 다른 사람의 기쁨과 경이로움을 나누고 있었어요. 그게 환상일 뿐이었기에 저 자신도 다시 순진무구한 어린 여자아이가 될 수 있었죠. 저한테는 그게 무척 중요한 일이었는데, 러스는 이해를 못 했어요. 저는 러스에게 고함을 질러댔죠. 그야말로 자제력을 잃은 거예요. _286

"제가 무슨 짓을 하든, 잘못한 사람은 항상 제가 된다고요. 당신들은 다 구원받았지만, 저는 지옥에 떨어질 게 분명해요. 제가 지옥에 떨어지는 걸 즐길 줄 아세요?" 자기 연민의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_390
 
 
은행나무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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