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이봄 / 2021년 9월
평점 :

다이어리에 '희망 사항'을 적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그후로 다이어리를 쓸 때마다 그 페이지를 펼쳐보게 되었다.
이윽고 '희망'이 '예정'이 되고, '예정'이 '결정'이 된다.
몇 달에 걸쳐 차근차근 핀란드에 다가간 셈이다. [26]
주말에 떠나는 마스다 미리 투어
몇 년전, 아시아권을 벗어나 처음 떠나는 유럽 여행 어디를 갈까 고민 끝에 동유럽으로 가게 되었다.
당시 핀에어를 선택해서 헬싱키에서 환승하는 항공권을 구입했다. 긴 비행 시간 동안 친절함과 편안함에 핀에어에 대한 인상이 좋았었다. 헬싱키 공항에서 3-4시간 대기를 하며, 엄마와 공항 구경을 하고, 창 밖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았지만, 비행에서의 시간과 공항에서 보낸 시간으로도 충분히 공항 밖의 핀란드가, 헬싱키가 궁금해졌었다.
비행기를 갈아타며 엄마가 먼저 헬싱키가 궁금하다고, 다음에는 이 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렇게 핀란드는 공항에서 사 온 무민 미니 피규어 세트와 함께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공항에서 보낸 시간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냈던 핀란드.
책을 받았을 때, 책을 감싼 귀여운 포장지. 그 속에 들어있는 투어 여권과 항공권. 상큼한 노란색 바탕에 아기자기한 폰트의 제목과 큼지막한 시나몬 롤이 그려진 책까지.
이 모든 것에 책을 펼쳐보기 전에 무척이나 설레었다.
마스다 미리의 세 번의 핀란드 여행. 세 번이라니. 세 번이나 같은 곳을 가게 되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뀔까 경험해보고 싶어진다.
처음 읽는 마스다 미리의 책인데도, 마스다 미리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고, 중간중간 뻗어나가는 작가의 생각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에 여행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십 대나 이십 대의 해외여행과 중년 이후의 해외여행.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다. 여행에서 체험한 일을 토대로 미래를 설계하거나, 여행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일은 갈수록 드물어진다. 물론 지금은 지금대로 즐겁지만, 뭔가를 잃어버리는 것은 역시 쓸쓸하다. [36]
정말 공감된 문장. 20대 초반의 겁 없고 체력이 제일 좋았던 시절의 여행. 매 년 줄어드는 나의 저질 체력과 여행의 다짐들. 예전엔 설레기만 했던 여행의 순간이, 점점 설레기만 하지 않는 지금의 나.
물론 여행은 여행이라 즐겁지만, 예전의 나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나도 조금은 쓸쓸함을 느낀다.
이국의 거리를 차창 너머로 내다보는 일은 즐겁다.
또다른 나를 뚜벅뚜벅 걷게 해, 느낌 좋은 레스토랑의 문을 밀게 한다. 그곳에서, 나는 누구와 만날 약속을 했을까? [72]
여행을 하다보면 계획하지 않고, 뜻하지 않게 경험하는 부분이 있다. 의도치 않게 들어온 레스토랑. 살랑살랑 불어온 바람과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의 맛. 별것 아닌 풍경임에도 괜시리 특별해보이는 기분. 발 길 가는대로 골목 골목 돌아다니다 만나게 되는 액자같은 풍경. 작은 소품 가게에서 특별한 나만의 기념품을 고르는 손길까지.
굉장해, 혼자 해냈잖아.
잘했어, 애썼어,라고 조용히 자신을 칭찬한다. [78]
새삼, 신기하다. 태어나 자란 장소에서 이렇게 먼 나라에 와서, 그 고장 요리를 맛있다고 생각하는 일. 맛있다,란 신기하다. [98]
마스다 미리가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먹은 도넛의 맛.
나에게도 그런 맛이 있다. 핸드메이드 스파게티, 라즈베리 핫케이크, 말린 무화과, 카푸치노.
이건 엄마도 나도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고 매번 이야기를 하게 되는 그런 맛. 잊혀지지 않는 그 맛.
크게 경험하지 않아도 나만의 사유를 생각할 수 있고, 특별하고 새롭지 않아도 일상적인 특별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
역시 '시나몬 롤'이 너무나 궁금해! 나도 먹어보고야 말겠다!
오늘은 어떤 생각을 해볼까. [181]
서평단 당첨으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