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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날 - 이장미 그림 일기
이장미 지음 / 다다서재 / 2021년 9월
평점 :

처음 책을 받고 훑어보았을 때 그림이 한 가득 담겨있어 왠지 수월하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림이 가득 담겨있어 책을 펼치는 동안 좋았지만, 웬걸 훌훌 넘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림 하나 하나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게 되었다. 그림 하나 하나에 작가님이 바라보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사랑이, 세월이 담겨져 있다. 그것을 작가님은 그림을 그림으로써 표현하고, 독자는 그림을 봄으로써 느낀다.
작가님은 2004년 어느 날 그림 일기를 그리고 쓰게 되었고, 이것이 2021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7년간 그림 일기를 빠짐없이 그렸다니 대단하다. 하루를 그림 하나로 표현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것이 하나 하나 쌓여가니 일기가 앨범의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에는 사진을 현상하지 않고, 디지털로 간직하게 되는데, 이 일기장은 펼쳐보면 앨범을 보는듯 지나간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생각날 것 같아 작가님이 부러워진다. 피드에 올려진 17년 간의 다이어리가 한 가득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우-와 탄성을 질렀다. 역시 17년의 시간이 쌓이고 쌓였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흔한 날> 편집자님은 이 책을 위해 이렇게 많은 17년의 일기를 여러 번 보고 또 보고 책에 담길 그림을 고르느라 엄청 고생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독자는 작가님의 17년을 책 한 권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첫 페이지 시작하고 점점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나도 왠지 동화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작가님의 가족들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내 주변에 있는 인물들인 것 같고, 괜히 반가워졌다. 작가님은 남을 그릴 때보다 가족을 그릴 때 부담이 덜했다고 한다. 내가 느낀 그대로, 좀 못 그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기에 마음껏 그렸다고. 또한 그림 일기를 그리면서 가족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작가님. 그림과 함께 짧은 글귀에는 짧지만 여러 감정들이 담겨있고, 그걸 보면서 나도 조금은 작가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림이 가득이라 생각할 거리도 풍성해서 읽는 동안, 보는 동안 좋았다. <흔한 날>이라는 책 제목처럼 흔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일상임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조카들이 자라는 것을 그릴 때는흐릿한 것이 점점 선명해져가는 느낌이었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그릴 때는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애써 붙잡는 느낌이다. [297]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지만 오가는 이야기 중에 보석 같은 순간을 찾을 때 특히 기쁘다. [작가의 말 中]